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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사냥 |
■ 주최 : (재)정동극장 / 극단 차이무
■ 제작 : 극단 차이무
■ 원작 : 이상우
■ 연출 : 문원섭
■ 출연 : 이성민, 윤상화, 최무인, 서동갑, 박수은
■ 일시 : 2005년 10월 7일(금) ~ 30일(일)
평일 8PM, 주말·공휴일 7PM / (월요일 공연없음)
■ 입장료 : S석 30,000원 / A석 25,000원 / 학생증 소지자 A석40%할인
■ 장소 : 정동극장
■ 예매/문의 : 정동극장 www.chongdong.com (02-751-1500)
티켓링크(1588-7890) / 인터파크(1544-1555)
■ 홍보 : 신재은 (02-751-1943 / 011-9725-5255)
개관 10주년, 아트 프런티어로 거듭난 정동극장
2005년은 정동극장이 개관 1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지난 10년간 획기적인 마케팅과 참신한 기획력으로 공연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아온 정동극장의 2005년 캐치 프레이즈는 <아트 프런티어> 입니다. 동시에 10주년 기념사업으로 극장의 미래 발전상에 부합하는 전도유망한 젊은 아티스트 10인을 초청하여 릴레이로 펼치는 공연사업 역시 <아트 프런티어> 입니다. 이미 양방언, 김용우, 이상은, 정수년, 한상원, 김선경, 곽윤찬, 김용걸, 김지영 같은 기라성 같은 프런티어들이 극장무대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 외의 기획공연(최태지의 정동데이트 시리즈, 우당탕탕 할머니방 등) 역시 공연계의 갈채를 받으며 성공적인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 가을을 맞아 정동극장이 또 다시 펼치는 아이템은 가을 연극시리즈입니다.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정동극장과 마찬가지로 창단 10주년을 맞은 저력의 극단 차이무 입니다.
작품성과 재미의 生生한 결합 - 극단 차이무
극단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次元移動舞臺船)’>의 준말로서 영문으로는 Trans - Dimensional Stage Ship이라 의미로 1995년 7월에 창단되었습니다. 연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스크린의 주요배역을 독점하는 인기배우들인 송강호, 유오성, 문성근, 박원상, 전석용, 전혜진 등이 거쳐간 관록의 극단입니다. <차원이동무대선>에서 관객은 그들의 승객이며 그 연료는 바로 재미와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극단 차이무의 연극은 관객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동시켜 전혀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 극단 차이무의 연극은 경쾌하고 재미있다는 특성을 가집니다. <늙은 도둑이야기>, <비언소>, <돼지사냥>, <거기>, <행복한 가족>, <조통면옥>, <양덕원이야기>등 극단의 레퍼토리들은 한결같이 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수작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극단 차이무는 생산력이 정점에 다다라 거의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2003년 프로젝트 <生연극 시리즈>로 무엇보다 알려져 있으며 현재는 초대 대표였던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이상우(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의 바통을 이어받아 민복기 대표체제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두 단체의 즐거운 만남 - <돼지사냥>
정동극장과 극단 차이무가 각각 10주년을 맞아 맺어지는 지점은 바로 연극 <돼지사냥>입니다. <돼지사냥>은 현재까지 2차례 공연된 코믹세태 풍자극으로 2000년 새로운 예술의 해 공모당선작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리기 시작해,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장을 거듭하면서 롱런하였으며, 제3회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2003년 ‘生연극시리즈 중 가장 보고 싶은 공연’설문조사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였고 공연예매 1일 만에 1주일 공연분이 매진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김승욱, 이대연, 이성민, 전혜진 등이 출연하면서 차이무 특유의 민첩성과 순발력이 실린 코미디 연기로 관객들에게 극단 차이무의 아이덴티티를 새겨 넣었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生연극> 시리즈 중 워낙 성공작들이 많아서 그 빛이 가려진 작품이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동극장과 극단 차이무는 <돼지사냥>이 겨냥하는 해학과 풍자가 현시대에도 여전히 유효적절함을 발견하여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가을을 맞아 10주년 기념작품으로 준비합니다.
극단 차이무의 제3대 연출가 문원섭 - 그리고 3번째 <돼지사냥>
단원들과 스탭들이 말하는 극단 차이무의 매력은 바로 운영의 민주성입니다. 대부분의 극단이 대표중심체제로 대표가 작품선택과 연출방향의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면 차이무는 모든 소속원에서 그 권리가 나옵니다. 따라서 차이무에는 연출자 또한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는데 초대 대표 이상우와 현재 대표 민복기외에 3명의 연출자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습니다. <돼지 사냥>의 2005년 정동극장 공연 연출을 맡은 문원섭은 차이무의 세 번째 연출가 입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연극이 좋아 극단 차이무 창단시부터 기술스탭으로 모든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그는 스피드와 변화에 민감한 차이무 연극의 산증인일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교롭게도 차이무의 대표 연출들이 모두 한 번씩 <돼지사냥>의 연출을 맡았고 이제 제 3대 연출이 3번째 <돼지사냥>연출을 맡는 다는 점입니다. 초대 이상우 연출이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웃음으로 포장하는 스타일이고 2대 민복기 연출이 소소한 일상속에 숨은 가슴 따뜻한 서정성을 강조하는 방향이라면 3대 연출가 문원섭은 심플한 구조와 이야기를 선호하는 스타일입니다. 따라서 이제껏 공연되어온 <돼지사냥>이 보다 본래의 색깔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합니다.
2005년에 만나는 <돼지사냥>
-하나. 돼지사냥 공연에 적합한 온전한 공간
2005년 공연의 연출을 맡은 극단 차이무의 또 다른 연출자 문원섭은 세 번째 공연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공간의 이동을 꼽았습니다. <돼지사냥>이 원래 5인이 8역을 소화하며 쉴새없이 몰아치는 작품이라, 연기자의 에너지에 기대었던 지난 공연들에 비하여 2005년 공연은 좀더 널찍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기술적인 효과속에서 온전한 <돼지사냥>을 해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문원섭은 원래 무대기술 스태프 출신으로 초연 때에는 조명디자인으로 재연때는 기술자문으로 각각 참여하여 <돼지사냥>이 가진 에너지와 한계를 무엇보다 철저히 간파하는 인물입니다.
-둘. 2005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날카로운 풍자
<돼지사냥>하면 연극팬들게는 우선 극작가 <이상우>라는 이름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는 희극의 귀재로 불리며 이른바 ‘이상우식 코미디’란 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특유의 희극적 감성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돼지사냥>도 예외가 아니게 작은 시골의 소시민들의 왁자지껄하고 소소한 일상 속에 정치판과 세태를 풍자하는 예리함이 폭소를 가장해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2005년 버전 <돼지사냥>은 원작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가져오면서 현시대의 감각에 맞는 연출로 새롭게 다듬고 있습니다. 작품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야 마는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바로 정치인들을 향한 국민들의 조소입니다.
-셋. 사투리로 풀어내는 서민들의 소소한 웃음
이전 공연에서도 화제가 되었지만 <돼지사냥>의 묘미는 배우들의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작품의 배경자체가 경상도의 어느 시골마을 인지라 쉴틈없이 퍼붓는 순도 100%의 경상도 사투리 속에 관객들은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 극단 차이무만이 줄 수 있는 원조 폭소와 만나게 됩니다. 모든 출연배우들이 경상도 출신이기 때문에 서울 표준말보다 더욱 태연하게 완벽한 토박이 재현으로 확실한 품질을 보증합니다.
-넷. 더욱 빨라지며 태연해진 5인 8역의 급행 전환
최근 가장 각광받는 코미디 장르가 배역을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맞바꾸는 <개그 콘서트>류인데 이러한 실험은 원래 극단 차이무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돼지사냥>도 5인이 8인역을 번갈아가며 하면서 관객들에게 급행열차같은 속도감 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구나 동일배우가 소화하는 여러 배역들이 모두 극중에서 상반된 역할들이라 보다 아이러니한 폭소를 선사합니다. 때문에 배우들에게 있어 <돼지사냥>은 극단 레퍼토리 중 엄청난 체력과 연습을 요하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점이 이 작품에 애착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돼지가 사라졌다! 돼지를 잡아라!
생돼지고기 전문식당이 많은 서부리에 300근이 넘는 씨돼지가 사라졌다!
탈출한 돼지를 잡으려는 동네사람(천씨와 방씨)과 탈옥한 돼지를 잡으려는 비밀수사관이 새벽 동네 뒷산에서 조우한다. 탈출한 돼지는 돼지할매네 씨돼지고 탈옥한 돼지는 돼지할매네 막내아들이다. 천씨와 방씨는 비밀수사관을 간첩으로 오인, 동네지서에 신고를 한다. 정년을 앞둔 말년경사 지서장이 있는 지서는 간첩신고와 욕쟁이 돼지할매의 돼지찾기 소동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한편, 서부리에는 <원조서부리쌩돼지식육식당>과 <본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이 있다. <원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은 신회장이 주인이고, <본조서부리쌩돼지고기식육식당>은 구회장이 주인이다. 군의회 출마를 앞둔 선후배관계인 신회장과 구회장은 ‘원조식당’싸움으로 지서장에게 와서 하소연 한다. 그리고 선거에 힘도 써달라는 말도 한마디...
또, 서부리에는 가락이라는 다방처녀가 있다. 군의회 출마를 앞둔 신회장과 구회장은 서로 은밀한 장소에서 가락이를 거액의 돈을 주고 매수한다. <가락이와 부적절한 관계다!>라는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서로를 비방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돼지사냥은 두 돼지를 찾는 사람들이 벌이는 해프닝이다. 마을사람들이 찾고 있는 돼지는 300근이나 되는 씨돼지이고, 기관에서 찾고있는 돼지는 교도소를 탈옥한 일명 돼지라는 탈옥수이다. 거기다 서로 비방만 일삼는 군 의원선거, 원조와 본조 생고기집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온 마을은 소문과 오해로 인한 각종 유언비어가 판을 친다. 사라진 두 돼지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마을과 우유부단한 경찰서장 서장. 이들을 둘러싼 눈물 나는 코미디가 벌어진다.
연출(문원섭)변 - “욕망에 관한 우리들의 우화 <돼지사냥>...”
이미 두 번이나 공연되었던 작품을 다시 연출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기억에 선연한 전작의 그림과 연기가 나를 안도하게 해 주지만, 결국 그것은 무거운 짐이 되어 어깨에 얹히고 만다. 새로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발전해야 한다는 것. 새로운 배우와 새로운 스탭들이 내 곁을 든든히 지켜주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자라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
초연 때 나는 조명 디자인이었다. 두 번째 공연 때는 기술자문이었다.
예전의 것을 쉽게 비워낼 수가 없다. 빈자리가 있어야 새 것을 넣을 것인데...
어쨌든 이 연극은 돼지에 관한 이야기다. 돼지는 누구나 쉬이 상상할 수 있듯 행운의 상징이며 욕망의 목표다. 그것이 손 안에 쥐어진 현물이든 깨고 나면 사라질 미몽이든 인간은 누구나 돼지를 꿈꾸며 산다. 저마다 돼지꼬리 하나를 들고 서 있는 저 로또의 군상들을 보라. 자신의 꼬리만이 진짜 몸통의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서...
말하자면 <돼지사냥>은 그런 인간들의 ‘욕망에 관한 우화’다. 모두들 돼지꼬리 하나씩을 붙들고 촌 동네 ‘서부리’를 몸 바쳐 누비고 다닌다. 만화 속에서나 존재할 듯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사실은 그들은 우리의 그림자다. 그림자들이 즐겁게 재주를 넘는다. 우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신나게 웃는다. 빛이 사라진 후, 그림자가 사라지면 그들이 바로 우리였음을 자각하기를 바란다. 아님 말구...
‘역 바꾸기’는 배우들에게 매력적인 작업이다. 한 작품 안에서 두 인물을 소화해 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고 도전이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다. 이 연극에서는 많은 인물들이 역 바꾸기를 한다. 모두 다섯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몇 명이나 역 바꾸기를 하는가? 비밀이다. 여러분들이 찾아내 보시라.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하나 더... 얼마나 빨리 바뀌는가도 눈 여겨 보시라. 배우는 일종의 마법사다.
이제까지의 <돼지사냥> 중 가장 넓은 무대를 사용한다. 사실 그동안의 무대는 배우들의 에너지를 온전히 담아내기에 너무 좁았다. 어디 배우뿐이라. 무대, 조명, 음향 등등 많은 시청각 디자이너들 역시 좁은 무대에는 너무 벅찬 꿈을 꾸고 있었다. 이제 온전한 극장을 만난 느낌이다. 그것이 또 다른 돼지의 꼬리라면 할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