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 어린 아가씨들은 눈뜨자마자 스타가 된다. 얼음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전국의 카메라맨들이 들이닥친다. 눈썹에 붙은 봄서리 훔칠 새도 없이 렌즈를 들이댄다. 목덜미에 솜털이 보일수록 열광한다. 공주의 사위라도 되려는 듯 고화질 대포를 겨누어 고지전을 펼친다. 병역필 자랑하듯 앉아서 쏘고, 엎드려 쏘고, 누워서 쏜다. 낮은 포복 높은 포복, 작가 정신과 군인 정신으로 거친 산비탈을 내무반 마룻바닥처럼 만든다. 노루귀와 들바람꽃 아가씨들이 '이것은 내밀에 대한 침해예요. 당신들을 고소하겠어요.' 외친 적이 있었으나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전에 짓밟히고 말았다. 화야산 어린 아가씨들은 해마다 산정으로 올라간다. 그녀들이 귀해질수록 환호성이 따라간다. 마침내 공주들은 성채 같은 멸종도감으로 이주한다. 미인을 내준 산은 비로소 고요하다. 카메라 대신 과도를 든 아주머니들이 쑥을 캐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