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追跡者)-15
“나는 그 집을 소개해 준 중개인을 믿었고, 지은지는 오래되었다고 하였지만 살해된 아내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하였으며 우리 가족 모두가 좋아하였오. 또한, 내가 하는 비즈니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으므로 바로 결정한 것이오. 구입을 위한 법적 절차는 중개인이 다 알아서 한다고 하였으며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오. 그러니 굳이 그 집에 대한 내력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오. 다만, 필요에 의하여구조를 좀 바꾸려던 차에 오래 전에 묻어둔 아기 마미가 이 층 마룻바닥에서 발견되었오. 그것이 다요. 내가 그 집을 산 것에 대한 문제로 인하여 아내가 살해되고 지금 내가 당신들에게 이런 고초를 당하고 있다 하여도 나는 그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오.”
10.
“당신! 칼림교의 신자 아닌가?”
“칼림교? 세상에 숱한 종교와 그 종교를 추종하는 교회들이 많지만, 나는 그런 교는 당신에게서 처음 들었오.”
“그래? 당신이 모른다? 그러면 당신 아내는 어떤가?”
클리스코프가 미심쩍은 얼굴로 여송연을 재떨이에 비벼 끄며 얼굴을 앞으로 당겨 에드의 눈을 보며 물었다.
“아내? 교회에 다니는 것은 알지만, 어느 교인가는 나도 정확히 모르오. 아마도 한인교회 어디일 것이오. 당신들이 이렇게 우리 가족과 새로 산 집에 대하여 알기를 원하여 나에게 묻고 있는데, 왜, 나를 납치한 것과 구타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는 것이오? 당신들은 지금 순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오”
분위기가 다소 우호적이 되어가고 있다고 느낀 에드는 그들의 진정한 분위기를 알고 싶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물었다.
“에드워드라고 하였지. 당신. 그 집을 우리에게 파시요. 지금 당장. 손해는 나지 않도록 하겠오. 그러고 당신은 당신들의 커뮤니티로 들어가 작금의 상황들을 다 잊고 생활하시오. 우리도 긴 이유를 싫어하니 서로 빨리 정상으로 돌아갑시다. 어떻오. 내 제안이?”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잉거스터가 얼굴을 두 손으로 부비며 피곤한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들은 에드를 상대로 세 명이서 번갈아 가면서 생각을 하며 방법을 찾으며 말을 하였다. 대화의 수적인 열세였다.
“나도 그러고 싶오. 지금 당장. 허나, 경찰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권유할 것이며, 나 또한 살인사건의 정확한 해결없이는 그 집을 떠날 수 없오. 아기마미는 이제 중요한 문제는 아니오. 당신들이 그 집을 굳이 사고 싶다면, 나도 팔겠오. 그러나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오. 내가 할 수있는 말이오. 이제는 내 집이라고 내가 마음대로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말이오. 그 점 이해해 주길 바라오. 그리고 당신들은 아직 내게 어떤 사과도 없었오. 우호적인 분위기 조성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의미요. 알겠오?”
조금 전까지는 아내의 참상과 술에 의해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에드에게도 담대함이 생겨났다. 여기서 밀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사과를 들으므로 새로운 제안을 할 수가 있을 것이고 이 사태에서 빠져나갈 방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제임스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지금쯤 내가 사라진 것을 알았을텐데… 에드는 제임스가 모종의 조치를 취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 확신을 가졌다.
책상에 앉아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크샤가 의자에서 일어나 에드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제임스는 어떤 사람이오. 칼림교와는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오?”
에드는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에드워드강. 그는 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아크샤. OPP 수사관이었다. 경찰이 개입된 어떤 조직이라는 생각이 뇌리를스쳤다.
“제임스는 나와 친구이며, 그는 무종교 즉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소. 그는 단순히 아기 마미의 부모를 찾는 일로 나를 도울 뿐이오.”
“간난 아기를 마미로 만든 여자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나?”
에드는 큰 충격을 가슴속에 받았다. 아크샤가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이 사실은 제임스를 포함한 3 명정도 밖에는 누구도 모르는 것으로 해 왔는데.
“아직 확인된 것은 없소. 제임스가 그 부분을 맡아서 조사할 것이기에 나는 모르오.”
“제임스는 당신 집에서 오인 사격으로 사살됐오.이제는 모든 것을 당신 스스로가 결정해야만 할 것이오. 알겠오?”
“뭐라고? 제임스가 죽었어?”
에드는 아크샤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웃지 않았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어도 한참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오인사격으로 죽다니. 누가 어떻게 해서 오인사격을 했다는 거요?”
아크샤는 클리스코프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방해가 된 자를 그냥 살아 숨 쉬게 하지는 않아. 자네 또한 마찬가지야. 자네가 입을 다물고 있을수록 일은 점점 어렵게 되고 필요없는 사람들이 죽을 수가 있어. 자네가 쓸데없는 희생을 막을 텐가? 아니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불 텐가?”
“좋소. 더 이상 잘못되어 가고 있는것을 막아야 하겠오. 그러나 내가 아는 것들은 사실이고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오.”
클리스코프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왼쪽 넓적다리를 주물렀다. 잉거스터 또한 창가에서 물러나 다시 클리스코프 옆에 섰다. 아크샤는 탁자 귀퉁이에 의자를 옮겨놓고 앉았다. 그는 에드의 눈을 보며 재촉하였다. 실제로 에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서 찾을 이유도 없었고 누가 무엇을 위하여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다만, 이런 사건들이 아내 조경순 하나에서 그치지 않고 제임스까지.
왜 이렇게 살인까지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것들에 대한 후회와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 앞설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아내의 권유로 산 후 적당한 시기에 2 층을 조금 개조하여 물건을 쌓아두려고 하였오. 그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2 층 마룻바닥에서 아기 마미가 발견되었고, 우리는 그 아기 마미의 어머니를 찾으려는 것이 다였오. 찾아서 어떻게하자는 의도는 없었오. 나는 그 과정에서 왜 아내와 친구인 제임스까지 살해되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오.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나는 스스로 알 수가 없단 말이오”
에드의 영어는 컨비니언스를 잘 운영하는 데는 문제가 그렇게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에게 큰 영어적 부담이었다. 서투른 영어로 에드는 말을 마치자 앞에 앉은 클리스코프를 바라봤다. 그는 담배가 고팠다.
“장군님! 도도이프와 통화가 되지 않고있습니다. 그의 팀과는 교신이 중단되었습니다.”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 온 20 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검은색 가죽점퍼를 입은 젊은 사람은 클리스코프 앞에서 차렷자세로 보고하였다.
“그럼, 지금 현장에는 누가 있나?”
“메이플 몰 안에 2 팀 8 명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을 확인하여 곧 다시 보고하라. 절대 흥분하지 말고 물 흐르듯 다가가서 주변을 면밀히 확인한 후 보고만 한다. 행동은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알겠나? 이놈은 아직 잡고 있어야 하니 우선은 내 시야에서 보이지않게 해!”
그는 여송연을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하였다. 그의 목소리는 긴장되었으며 떨리고 있었다.
“옛 써~”
젊은 사람에게 끌려서 나오는 동안 잉거스터와 아크샤 그리고 그들의 다음 계획을 들은 에드는 치를 떨었다. 러시아 첩보원들이 전쟁을 시작한 것 같이 느껴졌다. 에드는 담배생각을 접었다. 뭔가 지금 깊은 음모 속에 빠져든 것 같았으며, 당장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지 걱정되고 불안하였다.
11.
더프린 노스 11205 는 그 부근이 그렇듯이 왕복 1 차선 도로는 양옆으로 난 작은 구릉과 언덕 사이로 뱀처럼 하이웨이 9까지 뻗어져 있다. 이미 어두워진 더프린에는 평소의 낮에도 차량의 소통이 적은 길이었다. 나는 이 길을 가끔 다녀봤다. 호기심과 부러움과 길의 한적함으로 마음을 평화롭게 쉬게 하며 운전을 하여 북쪽 하이웨이 9까지 천천히 가서 좌회전하여 하이웨이 400을 만나 다시 북쪽 베리로 다니곤 하였다. 지금은 아니다. 숲이 보기 좋게 우거지고 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던 나무 울타리 처진 넓은 초록구릉. 그 사이사이 평화처럼 펼쳐진 잔디밭은 어둠속에서 지형지물로 바뀌었다. 이곳은 낮에도 숲속에 자리한 하우스의 번지를 찾기가 어려운 지역이었다.
무심히 달려가면 길옆 나무숲에 가려진 우편물을 넣고 빼는 메일 박스를 지나치게 된다. 집의 번지는 그 메일 박스에 적혀있다. 우측의 번지 11180 을 지나자 해드라잇을 끄고 서서히 접근하여 반대편 11195 이라 쓰여진 메일 박스옆 하우스로 들어가는 진입로 길에서 차를 돌려 남쪽을 향하게 하고 도로 가장자리에 차를 세웠다.이곳에서 11205 는 아마도 북쪽으로 100 미터는 족히 될 것이라 짐작하였다.
밤은 이제 서서히 깊어지고 바람은 잔잔하였다. 구름에 가린 달에게서 도움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도울 수 없다면 그냥 그대로 구름 속에 머물러 있어도 좋았다. 나는 길 아래 말라있는 수로를 따라 북으로 걸었다.
숲과 능선이 만든 밤의 스카이라인 속에 2 층으로된 하우스의 검은 모습이 나타났다. 그 집은 의외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도로를 향한 동쪽으로 디귿자 모습으로 낙엽송과 아메리칸 파인트리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에는 잔디가 구릉을 따라 넓게 펼쳐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잔디는 잘 자라고 잘 다듬어져 있었다. 낮에 보았다면 보통의 평범한 독립가옥이었고 이 주변에 자리한 하우스들과 별다른 점은 없다 할 것이다. 대개의 이곳 독립가옥들은 바람받이 숲을 만들거나 만들지 않거나 하였어도 뒤편에는 창고와 겨우내 말이 먹을 건초를 저장해 두는 싸이로가 있을 것이며 그옆에는 말들이 있는 홀스하우스(horse house)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이 층 독립하우스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메일 박스에 쓰여진 번지를 확인하였다. #11205. 그리고 몸을 숙여 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멀리 있는 이웃 하우스와는 디귿자 형 바람막이 오른쪽 나무 숲이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웃도 넓은 잔디밭을 이루고 있는 광활한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나무숲 곁에 만들어진 나무판자 울타리를 따라 올라가느냐 아니면 숲 속으로 가느냐 결정해야 되었다.
에드가 저곳 어딘가에 감금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실수없이 그를 구출해 돌아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이 들자 전투욕이 되 살아났다. 숲 속은 어떤 지형으로 되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소나무 전나무 낙엽송 같은 류의 숲은 바닥이 거칠지는 않겠지만, 인계 철선 같은 방어장치가 되어 있을 수도있다 생각하여 우측의 판자 나무 울타리를 따라 올라가기로 하였다. 오른쪽 점퍼 주머니에서 검은색 가죽장갑을 꺼내 손에 끼었다. 얇은 양피장갑은 손에 부드럽고 단단하게 끼워져 거의 완벽한 착용감과 함께 손아귀의 힘을 보태주었다. 밤바람은 차가웠다. 사용하길 바라지 않는 권총은 점퍼 안 왼쪽 옆구리의 가죽케이스에 잘 끼워져 있고 소음기는 왼쪽 점퍼 주머니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서쪽에서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의하여 나의 움직임은 잘 포착되지 않을것이다. 나는 동쪽에서 서쪽방향 언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떻게 에드를 구출할 것인가 구체적인 계획과
순서를 생각하거나 만들 수가 없었다. 보이는 하우스의 구조나 내부의 사람들 어느 것 하나 사전 정보를 입수할 수 없었으며 할 필요도 없었다.
닥치는 상황에 따라 내공을 펼쳐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내 능력인 것이다. 지금은 에드를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느 해 겨울, 수색대의 천리행군 중 야간이동 때 너무 피곤한 M60AK 사수가 자신도 모르는 채 방아쇠 뭉치를 분실하였다. 그 M60AK는 월남전에서 본국으로 귀대한 병사들이 소지하고 있던 무기 중 M60 을 한국기술로 개량한 것 들이었다. 그 당시 한국은 겨우 M16을 분해 연구하여 국산 M16A1을 생산하던 때 였으므로 미국제품인 M60AK의 부품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분실이 알려지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최소한 중대장까지 군 형법에 의한 연대책임을 물어 감옥에 가야 할 사정이었다. 나는 그 당시 부사수로 M60AK 군단 사격왕이었고 눈 감고 분해하고 다시 조립을 하는 병사로서의 가장 빠른 1분 미만 대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었다. 깊은 눈 쌓인 노고산자락 아래에 위치하고 있던 다른 연대의 독립부대 야간 훈련 중 그 부대의 무기고 속으로 새벽 2시경에 잠입하여 어두운 무기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12정 중 하나의M60AK에서 방아쇠 뭉치만 분해하여 탈취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 부대는 그 후 발칵 뒤집어졌고 결국은 연대장 이하 관계부대 장교들의 모금으로 돈을 마련하여 국방부 병기창으로부터 구입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믿기 싫을 것이다.
언덕은 하우스 보다 조금 높은 위치에서 싸이로까지 계속되고 있었다. 육안으로 이층집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1 층의 넓은 유리창으로 집안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하우스 앞 잘 다듬어진 잔디 정원사이에 난 주차장에는 벤이 1 대 승용차가 2 대 SUV 가 1 대 주차되어 있었다. 언덕이 비스듬히 정원으로 내려가 끝나는 지점 바로 눈앞 20 미터쯤에 OPP 경찰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아크샤도 있다는 것이다. 거실은 현재의 내 위치보다 낮아서 밝은 실내 불빛으로 내부를 바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이곳까지 누가 접근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 같이. 그들은 실수한 것이다. 거실로 짐작되는 실내는 4 명이 있었다. 창가에 선 한 명은 잉거스터가 틀림없었다. 또 한 명은 아크샤일 것이다. 두 명은 확인되었다. 곧 밖에서 들어 온 듯한 두 사내에게 어깨를 잡힌 채 끌려가는 에드가 보였다. 나는 중간 포복으로 뒤 포치가 보이는 언덕의 정상 부근으로 접근하여 하우스와 싸이로를 좌우로 둔 채 바람막이 탱자나무 벽 뒤에 몸을 숨겼다. 그들은 특별한 경계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에드는 고개를 숙인 채 그들에게 끌려 포치를 내려와 싸이로 쪽으로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