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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대화(以靜待譁)
고요히 하여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以 : 써 이(人/3)
靜 : 고요할 정(靑/8)
待 : 기다릴 대(彳/6)
譁 : 지껄일 화(言/12)
출전 : 손자(孫子) 군쟁편(軍爭篇)
중국의 뛰어난 병서 무경칠서(武經七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손자병법(孫子兵法)이다. 책을 저술한 손무(孫武)는 기원전 6세기 춘추시대(春秋時代) 여러 나라에서 활약한 전략가다.
병서를 모르더라도 일상에 자주 쓰는 지피지기(知彼知己)가 손자에게서 나왔다고 대부분 안다. 그 뒤의 백전불태(百戰不殆)와 함께 무슨 일이든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그르치지 않는다는 뜻의 좋은 말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지만 살벌한 전쟁판에서 피할 수 없을 땐 적을 알고 싸워야 위태하지 않다는 의미였다. 아군의 태세를 고요하게 가다듬어(以靜)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린다(待譁)는 것도 심리전으로 물리치는 방법이 된다.
싸움이 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 기필코 이겨야 하고 적을 속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고 병법에선 강조한다. 바로 전쟁판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않는 병불염사(兵不厭詐), 속이는 계책인 궤도(詭道)가 상수가 된다.
13편이 있는 이 책의 첫 부분부터 능력이 있어도 없는 것처럼(能而示之不能), 먼 곳을 노리면서도 적에게는 가까운 곳을 노리는 것처럼(遠而示之近) 등등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심리전의 성어가 나오는 제9편 군쟁편(軍爭篇)은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이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은 곳이다. 여기서도 적이 예측한 방향과 정반대로 속임수를 쓰면 전쟁을 이길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병사들의 사기를 다스리는 방법을 잘 알아야 강군이 될 수 있다며 예를 드는 부분에 성어가 나온다. 적이 사기가 왕성할 때를 피하고 나태해지고 쉬고 싶을 때 공격하는 것이 기를 다스리는 기본이라며 이어진다.
以治待亂(이치대란)
아군의 태세를 엄정하게 다스려 혼란스런 적을 상대하고,
以靜待譁(이정대화)
침착하게 가다듬어 시끄러운 적을 상대하니,
此治心者也(차치심자야)
이것이 심리를 다루는 방법이다.
속으로 실력을 닦고 겉으로는 적에게 약한 척하여 때를 기다린다. 그러면서 피해야 할 점을 당부한다. "깃발 정렬된 군대를 맞지 말고 당당한 진지를 갖춘 적은 공격하지 말라(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생사가 걸린 전쟁판에서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적의 사정을 보아주다간 어리석기 짝이 없다. 후세에 두고두고 손가락질 받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이 그것이다. 적이 전투할 준비가 안됐다고 기다려주며 여러 차례 유리할 때 군사를 내지 않아 결국 망했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이라도 상대를 꺾어야 자신이 잘 된다고 야비한 속임수를 써서는 지탄받는다. 떳떳한 방법으로 상대가 갈 길을 예측하여 이기는 것은 누구도 탓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다리지 않고 중구난방 공격하다가 제 덫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이 명심할 일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 第7 군쟁(軍爭)
孫子曰: 凡用兵之法, 將受命於君, 合軍聚衆, 交和而舍, 莫難於軍爭.
손자가 말하였다. 군대를 운용하는 방법은, 장군이 군주의 출격 명령를 수락하면 군대를 조합하여 병사를 취득하고, 군영의 막사를 적과 대치하여 주둔한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 故迂其途, 而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이러한 군대의 경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하면서 직진하는 효과를 만들어야 하고, 나의 환란을 이득으로 변화시키야 하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우회하여 이득으로써 적을 유인하라. 적보다 후에 출발하여도 유리한 곳을 먼저 선점할 수 있다. 이로써 우회하는 것이 직진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故軍爭爲利, 軍爭爲危. 擧軍而爭利, 則不及 委軍而爭利, 則輜重捐.
고러므로 군대가 유리한 자리를 경쟁하는 것은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위해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군대를 통제하여 유리한 곳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 개별 지휘관에게 위임하여 경쟁시키면 군수물자에 손실이 갈 수 있다.
是故券甲而趨, 日夜不處, 倍道兼行, 百里而爭利, 則擒三將軍, 勁者先, 疲者後, 其法十一而至.
일부러 급하게 이동하고, 밤낮으로 배이상으로 행군하는 것은 백 리 이상의 먼 거리를 갈 수 있지만, 모든 장군이 포로로 잡히게 된다. 강한 병사는 먼저 가지만 피로한 병사는 뒤쳐진다. 이러한 운용법은 군사의 십분지 일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五十里而爭利, 則蹶上將軍, 其法半至 三十里而爭利, 則三分之二至.
오십 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상장군이 위험해지고, 병사의 절반이 목적지에 도착한다. 삼십 리 거리를 경쟁하여 이동하면 삼분의 이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是故軍無輜重則亡, 無糧食則亡, 無委積則亡.
그러므로 군수물자가 없으면 망하게 된다. 양식이 없으면 망한다. 축적된 물자가 없으면 망한다.
故不知諸侯之謀者, 不能豫交 不知山林, 險阻, 沮澤之形者, 不能行軍.
처음부터 이웃 제후의 책모를 모르는 자는 외교가 불가능하다. 산림의 험난함을 모르면, 늪지대의 지형을 모르는 자는 행군이 불가능하다.
不用鄕導者, 不能得地利. 故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지형을 잘아는 자를 이용하지 못하면 지리적인 이득을 얻을수 없다. 고로 군대는 사기를 쳐서라도 적보다 우위에 서야하고 이득이 있을 때 기동해야 한다. 분산과 집합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故其疾如風, 其徐如林, 侵掠如火, 不動如山, 難知如陰, 動如雷霆.
참으로 빠르기는 질풍과 같고 서행하기는 숲처럼 고요하고, 침략은 불처럼 기세가 왕성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은 산처럼 진중하고, 숨기는 어둠처럼 안 보이게, 움직일 때는 우레처럼 거세다.
掠鄕分衆, 廓地分利, 懸權而動, 先知迂直之計者勝, 此軍爭之法也.
적에게서 약탈한 뇌획물은 병사에게 분배해 주고, 점령지역을 확대하여 그 이득을 나누어 주어라, 이득은 저울질하여 공평하게 나눈다. 우회와 직진의 장단점을 아는 자는 승리할 것이다. 이것이 전쟁의 방법이다.
軍政曰: 言不相聞 故爲鼓金 視不相見 故爲旌旗 夫金鼓旌旗者 所以一民之耳目也.
군정이란 병서에서 말하기를, 전쟁터에서는 언어를 서로 들을 수 없으니, 신문고와 징으로 신호를 한다. 시각으로 서로를 볼 수 없으니, 깃발로 신호한다. 이런 북과 깃발 등은 모두 병사의 이목을 끌기 위해 사용한다.
民旣專一 則勇者不得獨進 怯者不得獨退 此用衆之法也.
병사들에게 신호를 전달하여 일치시키면 용감한 자는 독단으로 진격하지 않고 겁쟁이는 독단으로 퇴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故夜戰多火鼓 晝戰多旌旗 所以變民之耳目也.
그 까닭에 야간 전투에서는 불과 북을 다량으로 사용하고 주간 전투에서는 깃발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이 병사의 이목을 일치시키기 위함니다.
故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그러므로 대규모 적병이라 해도 기세를 탈취할 수 있고 적장의 심정을 탈취할 수 있다. 고로 아침의 기세는 예리하다. 주간의 기세는 타락하여 게을러지고 저녁의 기세는 귀로만 생각한다.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본래 용병을 잘하는 자는 예리한 기세를 가진 적병을 피하고 타락하여 귀로만 생각하는 적을 공격한다. 이것이 사기를 다스리는 것이다. 잘 정비된 군대로써 혼란한 군대를 대적하고 정숙한 군대로써 화급한 적병을 대적한다. 이것이 심리전을 잘하는 것이다.
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無邀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陣, 此治變者也.
전장에 가까운 곳에 주둔해 있다가 원거리에서 오는 군대를 대적하고 편안하고 게으르게 쉬고 있던 군대로써 피로한 적병을 대적한다. 포식한 병사로써 기아에 허덕이는 적을 대적한다. 이것이 전투력을 다스리는 것이다. 정렬된 깃발의 군대와는 싸우지 말 것이며, 군진의 기세가 당당한 곳을 공격하지 말 것이니 이것이 상황의 변화에 잘 대처하는 것이다.
故用兵之法, 高陵勿向, 背丘勿逆, 佯北勿從, 銳卒勿攻.
그러므로 군대를 운용하는 법은 고지의 구릉에 있는 적을 향하여 공격하지 말 것이며, 언덕을 등진 군대를 공격하지 말 것이며, 패배한 척 도망가는 적을 추격하지 말아라. 정예부대를 공격하지 말 것이다.
餌兵勿食, 歸師勿遏 圍師必闕, 窮寇勿迫, 此用兵之法也.
유인하는 미끼를 탐식하지 말 것이며, 고향으로 귀환하는 군사를 막지마라. 포위된 군사는 필히 도망갈 길을 터주고 궁지에 몰린 적을 압박하지 말아라. 이것이 용병의 방법이다.
군쟁편(軍爭篇)
군쟁(軍爭)의 의미는 간단하다. 양군이 접전을 벌일 때 '누가 먼저 유리한 시간에 유리한 지리를 차지하는가'를 말한다. '이로움 먼저 차지하기'라고 하겠다.
하지만 군쟁은 시간과 공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허실의 문제와 이어져 실제 운용을 말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간, 혹은 절대 유리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간을 만들어야 하고 적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하더라도 유리한 지리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은 모두 허실의 개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손자가 첫 문장에서, "용병하는 방법은 군쟁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 군쟁이 어려운 것은 우회로를 직선로로 만드는 것이며 근심을 이로움으로 바꾸는 것이다(凡用兵之法, 莫難於軍爭. 軍爭之難者, 以迂爲直, 以患爲利)"고 한 것도 단순히 시공간의 문제가 아니어서다.
손자의 진술은 모순 아닌가. 돌아가는 길이 무슨 수로 곧은 길이 되며 시간과 공간에서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는 조건을 어떻게 이로움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이어서 손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길을 돌아가면서 이로움으로 적을 유인하면 적보다 늦게 출발해도 적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이 돌아가고 바로 가는 계책을 아는 것이다(故迂其途, 以誘之以利, 後人發, 先人至, 此知迂直之計者也)."
손자의 답은 우회로라고 해도 아니 적에 비해 우리는 우회로밖에 없지만 적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면 우회로가 오히려 빠르게 가는 길이라는 말이다. 간단한 말이지만 실제는 간단치 않을 것이다.
하씨(何氏)는 이렇게 해석했다. "돌아가는 길이란 가야 하는 길이다. 병력을 나눠 기발함을 발휘하면 가야 할 길이 험하고 우회한다는 것을 적에게 보여주면서 형세를 만들어 적을 유인해 적이 작은 이익을 갖도록 해 적을 묶어둔다. 그러면 기발함을 발휘한 군대는 적보다 늦게 출발해도 역시 먼저 도착할 수 있다. 이익을 다툴 때는 우회로와 직선로의 형세를 헤아려 기발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다음 문장에서 '병력 분산과 집결을 변화로 삼는다. 그러므로 빠르기가 바람과 같다'고 한 것은 이를 말한 것이다(迂途者, 當行之途也. 以分兵出奇, 則當行之途, 示以迂險, 設勢以誘敵, 令得小利縻之, 則出奇之兵, 雖後發亦先至也. 言爭利, 須料迂直之勢出奇, 故下云‘分合爲變’, ‘其疾如風’是也)."
하씨의 주석은 '출기(出奇)'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조건을 이겨내야 하는 데 적이 예상치 못하는 기발함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쟁에는 이로움과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므로 이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병력과 장비, 식량을 모두 끌고 가서는 기동성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다고 버리고 가서는 병력이 위험해질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손자는 말한다. "군사행동은 속임수로 성립하고 이익으로 움직이며 분산과 집결을 변화로 삼는다. 때문에 빠르기가 바람과 같다(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合爲變者也. 故其疾如風)."
이 문장은 병법의 정수를 담고 있다. 군사행동에서 페어플레이를 바랄 수 있을까. 국가대사(大事)이자 생사의 문제라 이기는 것이 지상목표인데 무엇을 바라는가.
전쟁은 냉혹한 현실이다. 속임수마저 꺼리지 않으며 오로지 자기에게 이로운 것만을 추구한다. 그 방법은 신속한 병력이동, 분산과 집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때 전쟁에 승리한다.
분합(分合)은 형세를 만드는 것이며 기정(奇正)을 써서 나의 허를 실로 바꾸고 실을 허로 꾸미는 것이다. 그러면 적의 허가 드러나고 적의 실을 허로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속임수다.
옛글에는 군대가 신출귀몰한다고 했는데 바로 기정을 써서 허실을 맘대로 운영해 적이 형세를 예측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공부한 사람들에게 속임(詐)은 피해야 할 일이다. 이익으로 움직인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늘 일상성을 가지고 변하지 않는 사람이 군자 아닌가.
손자의 말은 배운 사람의 사고를 부숴버린다. 앞의 글에서 배운 사람(知者)도 헤아리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는 전쟁의 법칙은 평화로운 시대의 사고와는 전혀 다른 차원임을 일깨운다. 전쟁은 유희가 아니다.
손자의 생각은 지리와 거리라는 물리적 형태만을 사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제후의 삼군에서 기세를 뺏을 수 있으며 장군에게서 마음을 뺏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아침에는 기세가 날카롭고 낮에는 기세가 늘어지며 저녁에는 기세가 다한다.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사람은 날카로운 기세를 피하고 기세가 늘어지거나 다한 군사를 공격한다. 이것이 기세를 다스리는 것이다. 잘 다스려진 상태로 어지러움을 기다리고 고요함으로 시끄러움을 기다리는 것, 이것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가까움으로 멀리 온 것을 기다리고 편안함으로 수고로움을 기다리며 배부름으로 배고픔을 기다리는 것, 이것이 힘을 다스리는 것이다. 반듯하게 세워진 깃발을 가진 군대는 치지 않으며 크고 규모있게 펼친 진영은 치지 않는다. 이것이 변화를 다스리는 것이다(三軍可奪氣, 將軍可奪心, 是故朝氣銳, 晝氣惰, 暮氣歸. 故善用兵者, 避其銳氣, 擊其惰歸, 此治氣者也. 以治待亂, 以靜待譁, 此治心者也. 以近待遠, 以逸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 無擊正正之旗, 勿擊堂堂之陳, 此治變者也)."
손자는 기(氣), 심(心), 력(力), 변(變) 네 가지를 다스리는 방법을 말한다. 치병(治兵)의 요체라 할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기(氣), 심(心)에 눈길이 간다.
당나라 때 유명한 병법가 위공(衛公) 이정(李靖)은 마음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공격한다는 말은 적의 성을 공격한다거나 적진을 친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적의 마음을 공격하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攻者, 不止攻其城, 擊其陳而已, 必有攻其心之術焉)."
현대전에서는 심리전이 중요한 전쟁 방법 가운데 하나인데 손자는 심리를 문제 삼고 있다. 기(氣)는 기세로 번역했지만 사기가 떨어졌다고 할 때의 그 사기(morale)로 볼 수 있다.
수치화할 수는 없어도 병사들의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누이 얘기되는 부분인데 사기는 인간의 생리적 주기와 관련되기 때문에 손자는 아침, 낮 등으로 생체리듬을 거론했지만 기는 또 심리적인 부분도 간여하기에 까다롭다.
손자가 심리를 말하면서 고요함(靜)을 고른 것은 적이 아닌 우리 편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편안하며 어지럽지 않게 해야한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무기와 장비라는 형(形) 이외에 '심리'라는 인간 고유의 특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전쟁 또한 인간학의 하나였던 셈이다.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靜(고요할 정)은 ❶형성문자로 静(정)의 본자(本字), 静(정)은 통자(通字), 静(정)은 간자(簡字), 靖(정)과, 靖(정)은 동자(同字)이다. 爭(쟁)은 물건을 서로 끌어 당기는 일로, 여기에서 팽팽히 당겨져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을 나타낸다.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은 푸른 색깔로, 여기에서는 무성하다는 菁(청), 깨끗하다는 淸(청), 자세하다는 精(정), 편안하다는 靖(정) 따위에 공통되는 뜻을 이어 받고 있다. 靜(정)은 물건이 움직이지 않고 조용함, 편안함, 또 자세함, 장식(裝飾)함, 아름다움을 말한다. 물이 물결치지 않는 것을 淸(청) 또는 淨(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또 瀞(정)이라고도 쓴다. ❷회의문자로 靜자는 '고요하다'나 '깨끗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靜자는 靑(푸를 청)자와 爭(다툴 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爭자는 소뿔을 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투다'라는 뜻이 있다. 靑자는 우물과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나 '고요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靜자는 상반된 뜻을 가진 글자가 결합한 셈이다. 사실 靜자는 '고요하다'를 표현하기 위해 왁자지껄했던 싸움이 끝난 이후의 소강상태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다투는(爭) 모습에 푸르름(靑)을 더해 매우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靜(정)은 (1)움직이지 아니하여 조용함 (2)고요하고 평화스러움 등의 뜻으로 ①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②깨끗하게 하다 ③깨끗하다 ④쉬다, 휴식하다 ⑤조용하게 하다 ⑥조용하다 ⑦조용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요할 적(寂), 고요할 막(寞), 고요할 요(窈), 고요할 밀(謐),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고요하고 편안함을 정밀(靜謐), 고요하고 쓸쓸함을 정적(靜寂), 정지하고 있거나 균형이 잡히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정태(靜態), 조용히 사물을 관찰함을 정관(靜觀), 정지하고 있는 것을 정적(靜的), 조용히 생각함을 정려(靜慮),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요양함을 정양(靜養), 고요히 그침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정지(靜止), 명상에 잠김을 정상(靜想), 정지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는 물건을 정물(靜物),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을 정좌(靜坐), 고요하고 평온함을 정온(靜穩), 태도가 조용하고 마음이 맑음을 정숙(靜淑), 조용하고 한가로움을 정한(靜閑), 시끄럽고 요란한 일이나 상태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것을 진정(鎭靜), 정신이 편안하고 고요함을 안정(安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차분함을 냉정(冷靜),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평정(平靜), 쓸쓸하고 고요함을 적정(寂靜), 한가하고 고요함을 한정(閑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물에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는 정신 상태를 허정(虛靜), 조용하고 엄숙함을 숙정(肅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영정(寧靜), 성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조용함을 침정(沈靜), 천하의 풍파가 진정되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사해파정(四海波靜) 또는 사해정밀(四海靜謐), 성품이 고요하면 뜻이 편안하니 고요함은 천성이요 동작함은 인정이라는 말을 성정정일(性靜情逸), 산과 들이 텅 빈 것처럼 고요하고 괴괴하다는 말을 산공야정(山空野靜),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하다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조용히 한다는 말을 일동일정(一動一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
▶️ 待(기다릴 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寺(사, 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寸(촌)은 손, 寺(사, 대)는 손에 물건을 가짐으로, 가만히 멈춰 있음과 손으로 무엇인가 함을 나타낸다.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는 행동하는 일, 즉 무엇인가 행동하기 위하여 준비를 갖추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待자는 '기다리다'나 '대우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待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寺(절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중국이 불교를 받아들이기 이전까지는 寺자가 '관청'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待자는 이렇게 '관청'을 뜻하던 寺자에 彳자가 결합한 것으로 '관청을 가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었다. 그런데 지금의 待자는 왜 '기다리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일까? 관청은 행정을 담당하던 곳이었으나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가 매우 더디었다. 그래서 待자는 '관청을 가다'를 뜻하다가 후에 '기다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待(대)는 ①기다리다 ②대비하다, 갖추어 놓고 기다리다 ③대접하다, 대우하다 ④모시다, 시중들다 ⑤돕다, 거들다 ⑥의지하다, 기대다 ⑦더하다, 더해 주다 ⑧저축하다, 비축하다 ⑨기대(期待)를 걸다 ⑩지속하다, 지탱하다 ⑪임용하다 ⑫막다, 방비하다 ⑬때, 기다리는 때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손님을 맞음으로 음식을 차려서 손님을 대우함을 대접(待接), 접대로 예의를 갖추어 대함을 대우(待遇), 기회가 오기를 기다림을 대기(待機), 위험이나 난을 피하여 기다리는 일을 대피(待避), 바라고 기다림을 대망(待望), 약속을 기다림을 대기(待期), 명령을 기다림을 대령(待令), 관원이 과실이 있을 때에 처분의 명령을 기다림을 대명(待命), 죄인이 처벌을 기다림을 대죄(待罪), 손님을 대접함을 대객(待客), 시기를 기다림을 대시(待時), 병세가 대단하여 살아날 가망이 없게 됨을 대변(待變), 사람을 기다림을 대인(待人), 반갑게 맞아 대접함을 환대(歡待), 희망을 가지고 기약한 것을 기다림을 기대(期待), 몹시 괴롭히거나 사납게 대우함을 학대(虐待), 푸대접으로 소홀히 대접함을 홀대(忽待), 특별히 잘 대우함을 우대(優待), 업신여기어서 푸대접함을 천대(賤待), 매우 기다림을 고대(苦待), 사람을 불러서 대접함을 초대(招待), 손을 맞아서 대접함을 접대(接待), 정성을 들이지 않고 아무렇게나 하는 대접을 냉대(冷待), 후하게 대접함 또는 그러한 대접을 후대(厚待), 너그럽게 대접함을 관대(寬待), 높이 받들어 대접하는 것을 존대(尊待), 손님을 대접함을 객대(客待), 예로써 정중히 맞음을 예대(禮待), 불친절한 대우를 박대(薄待), 그루터기를 지켜 토끼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구습과 전례만 고집함을 일컫는 말을 수주대토(守株待兔), 학처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학수고대(鶴首苦待),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 주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죄과에 대한 처분을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석고대죄(席藁待罪),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권문세가에 빌붙어 이익을 얻고자 하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장립대명(長立待命),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세월을 아껴라는 의미의 말을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 어찌 명년을 기다리랴의 뜻으로 기다리기가 매우 지루함을 이르는 말을 하대명년(何待明年),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처지가 몹시 궁박하여 어찌할 대책도 강구할 길이 없어 될 대로 되라는 태도로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좌이대사(坐而待死), 창을 베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말을 침과이대(枕戈以待), 정당한 이유없이 남보다 나쁜 대우를 함 또는 그 차별을 두고 하는 대우를 일컫는 말을 차별대우(差別待遇), 말에 기대어 서서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빠르게 잘 짓는 글재주를 부러워하여 이르는 말을 의마가대(倚馬可待), 인정없이 몹시 모질게 대함을 일컫는 말을 문전박대(門前薄待), 편안함으로써 피로해지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여 전력을 비축하고 나서 피로해진 적을 상대한다는 말을 이일대로(以佚待勞) 등에 쓰인다.
▶️ 譁(시끄러울 화, 바뀔 와)는 형성문자로 嘩와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씀 언(言;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華(화)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譁(화, 와)는 (1)'시끄러울 화'의 경우는 ①시끄럽다 ②떠들썩하다 ③시끄럽게 떠들다 ④허풍 치다 ⑤쪼개다, 가르다의 뜻이 있고, (2)'바뀔 와'의 경우는 ⓐ바뀌다의 뜻이 있다. 유의어로는 擾(시끄러울 요), 鬧(시끄러울 료/요), 시끄러울 뇨/요) 등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이 떠들썩하게 지껄이는 모양 또는 그 소리를 화연(譁然), 시끄럽게 웃음을 화소(譁笑), 시끄럽게 지껄임을 화조(譁譟), 큰 소리로 시끄럽게 다투는 의논을 이르는 말을 화의(譁議), 시끄럽게 떠듦을 훤화(喧譁), 진세의 시끄러움을 진화(塵譁), 고요히 하여 적이 시끄러워지기를 기다린다를 이르는 말을 이정대화(以靜待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