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저는 악몽을 자주 꿨습니다. 잠을 자면서 큰 소리로 잠꼬대할 때가 많았고, 베개가 흠뻑 젖도록 우는 밤도 많았습니다. 꿈속에선 몸도 마음도 괴로워 저는 꿈이 나오는 길목을 커다란 돌로 막아놓고서 아무것도 새어 나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 꿈 꾸세요>를 쓰면서 저는 처음으로 그 꿈의 어두운 길목을 제 의지로 찾아갔습니다. 혼자 들어길 용기는 없어 ‘챔바‘라는 친구를 만나 챔바의 목소리를 따라갔습니다. 챔바는 제가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피식 웃을 수 있는 농담을 건네며 자신이 함께 있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챔바가 소설이란 시간으로 찾아온 이유를 생각합니다. 나쁜 꿈조차 꿀 수 없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 불을 끄듯 아픔을 끌 수 없어 여윈잠에 뒤척이는 사람, 그렇게 바늘 끝처럼 이어지는 고통의 밤을 보내다 영영 깨어나지 않을 잠을 청하듯 어디론가 돌아간 사람, 다른 세계에서 다시 깨어난 사람. 챔바는 그런 이를 찾아가 그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리던 노래를 불러주며 함께 꿈속을 걸어줍니다. 눈밭을 헤매서라도 꼭 찾아가고 싶은 이들의 곁으로 데려가 줍니다.
이 소설은 그들이 건네는 인사입니다.
몹시 아파했던 한 사람이, 자신처럼 아파하는 누군가를 위해 고요하고 다정하게 건네는 밤의 인사. 아픔을 설명하고 괄호를 채우기보다 우선 편안히 잠들기를, 그래서 다음 날 아침 햇살과 함께 또 하루를 시작하길 바라는 아침의 인사.
좋은 꿈 꾸세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렇게 평범한 안부를 전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의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것이 얼마만큼 큰 기쁨이고 축복인지를 잊지 않고 싶습니다. 떠난 이가 남은 이를 걱정하는 마음, 꿈에서라도 다시 보고 싶은 그리움, 그 두 마음이 만나 좋은 꿈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효석 문학상 제23회 대상 수상작가 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