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하고 따스한 토요일이었던 5월 2일,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이냐시오 카페에는 80여 명의 청춘남녀가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서 열린 가톨릭 청년토크에는 결혼 24년차 부부이자 세 자녀의 부모인 유선근 · 김진희 씨가 참석해, 그들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대박연애 · 대박결혼’을 위한 비법을 전수했다. - 유선근(그니) : 지하철 광고 영업직. 전생에 ‘요술램프 요정 지니’의 주인 또는 나라를 수없이 구한 애국자였을 것으로 추정. 내년이면 결혼 25주년을 맞이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지니, 그니’로 부르고 있다는 이들 부부는 “우리는 이른바 쪽박연애로 시작해 대박결혼을 향해 가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하느님과 이웃, 그리고 결혼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첫 만남에서 1시간이나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세 번은 만나보자는 마음으로 서로 공통점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불꽃같은 만남을 이어갔다는 이들은 “사람을 점수 매길 수는 없지만 각자 70점은 되는 것 같다. 우리의 인생을 함께 90점 이상으로 만들어보자”는 프로포즈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깨와 소금을 섞으면 깨소금, 깨와 꿀을 섞으면 깨달음. 연애와 결혼이란, 깨라는 행성에서 온 남성과 꿀이라는 행성의 여성이 지구에서 만나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쪽박과 대박의 갈림길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여우인지 두루미인지 모를 때가 많지요.” 이들 부부는 ‘쪽박’과 ‘대박’의 차이는 나와 상대방에 대해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유선근 씨는 서로 사랑하고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알게 된 것은 10여 년 전에 불과하다면서, “에니어그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알게 됐다. 교회 안에도 선택이나 ME, 미혼남녀 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나와 상대방에 대해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을 연애해도 결코 쪽박 차지 않는다.
연애는 일장춘몽, 결혼은 만리장정 지금은 부모님, 형제자매와 화목하고, 자녀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부모이며, 여전히 콩깍지를 지닌 사랑하는 부부로 살고 있는 두 사람. 지난 시간도 달콤하기만 했을까? 이들의 결혼생활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의 시작이었고, 다양한 장벽과 어려움이 있었다. “낯선 환경과 낡은 한옥에서 꾸린 신혼살림, 연년생의 두 아이와 끊임없는 시댁 경조사, 상경한 조카들 돌보기. 결혼생활과 살림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일들은 너무나 버거웠지요. 남편도 처음엔 도와주지 못했어요.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그때 우리 어떻게 살았지?”라고 회상하게 됐지만. IMF 시절에 늦둥이를 낳고 난 후 극심한 산후 우울증을 앓기도 했어요.” 김진희 씨는 지식 없이 맞이한 결혼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다면서, 결혼하기 전에 반드시 결혼이 무엇인지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산후 우울증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는 듯한 상황을 겪었지만, 다행히 남편의 도움과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우리 가족을 다시 일으킨 것은 큰 아이의 복사단 활동이었다”며 “그 기회로 온 가족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었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유선근 씨는 연애는 물론 결혼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라고 강조했다. 또 “부부간에도 ‘따로 또 같이’의 생활이 필요하다. 각자의 신명과 흥을 북돋우고 칭찬과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상대방의 기를 살려주는 것, 함께하는 부분 외에 각자의 삶도 잘 가꿔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후원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이 또한 신앙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 때가 있느니라… 십자가의 좁은 길, 그 끝에서 얻은 행복 “남편이 나에게 말했어요. 지금 느끼는 행복은 24년간 거쳤던 14처의 십자가의 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이 나의 몫으로 주어졌을 때, 그것을 외면했다면 지금의 행복은 없었을 거라고. 덕분에 지금 우리가 15처의 행복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요.” 김진희 씨는 “지금 나는 힘들었던 당시에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사진, 여행, 콘서트 가기, 봉사활동 등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행하고, 비록 기간제지만 유치원 교사 일을 하면서 교사의 꿈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들은 지금의 내 모습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지난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나 역시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젊음이 부럽다. 여러분들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깨와 소금이 만나 불꽃같은 연애 깨소금과 같은 시간을 보낸 후, 소금은 장밋빛 꿈을 꾸고, 깨는 꿈을 만나 비로소 꿈 깨는 과정을 겪으며 현실에 눈뜬다. 어떤 커플은 꿈이 깨진 상태에 머물러 쪽박커플이 되고, 어떤 커플은 신앙의 힘과 사랑으로 꿈을 꿀로 변화하게 하는 단계로 발전한다. 그 같은 커플만이 깨달음을 경지에 도달해 대박커플이 된다.” (지니와 그니의 결혼 철학)
가족 그리고 이웃… “모두가 우리의 가족이고 이웃입니다” 유선근 씨는 “나와 연인, 배우자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곧 온 우주를 알아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 “젊은 시절에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지 못했지만 직장 문제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려운 이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나와 상대방 그리고 신앙의 힘을 믿으며, 이웃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이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진희 · 유선근 부부는 이야기를 마치며 “네잎 클로버는 행운,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라고 한다. 지천의 행복은 보지 않고 행운만을 쫒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면서 “행복은 쫒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시길 빈다”고 참가자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 다음 가톨릭 청년토크는 6월 1일 오후 2시 예수회센터 이냐시오 카페에서 열린다. 주제는 ‘인간의 상처와 하느님의 연민’으로 권오면 신부(예수회, 말씀의 집)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참가 대상은 35세 이하의 미혼 남녀. 참가비는 5천원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