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뒤 전화를 받았는데 경찰이었다. "네이버에 댓글 다셨죠? 고소장이 접수됐어요." 얼굴이 달아올랐다. 5분 뒤에 전화해 준다고 하고 수신 번호를 검색했다. 보이스피싱은 아닌가 보네. 그 ×이 고소한다는 기사는 봤다. 나는 심하게 안 썼는데?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형사는 내가 남긴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었다. "피해자분이 합의는 원하지 않으세요. 일단 경찰서로 오세요." 나 이제 어떡하지?
2만원을 내고 유선 법률 상담을 받았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하란다. 반성문을 자필로 써 가라고 한다. 내 댓글은 그렇게 심하지 않았었는데…? 너는 대신 내가 평생 만지지도 못할 돈을 하루에 벌잖아? 그럼 이 정도 욕은 그 비용쯤으로 생각해야지. 나한테 그만한 돈을 준다면 매일 욕해도 괜찮다고 할 텐데. 일단 그냥 가봐야겠다. 그래도 다 팩트만 쓴 거니까. 내 논리를 이야기하면 할 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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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은 늘 쓰기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쓴 댓글들을 다시 천천히 읽었다. 나는 그 사람을 "벌레 같다"며 멸시하고 "살 가치가 없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모욕했다. 그랬던 내가 이제 용서를 빈다고? 나 같아도 안 받아 주겠다. 그래서 뭐라고 써야 할지 몰랐다. 더 돌아가서, 내가 왜 저런 댓글을 달았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그 연예인 팬이었는데, 선생님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 들어서 홧김에 남겼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댓글을 남겼지만, 형사님에게 선생님이 많이 괴로워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글을 씁니다." 꾹꾹 눌러 썼다. "제가 쓴 글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이 내용은 쓰다가 지웠다. 그때는 온갖 악의를 담아 썼으면서, 이제 와서 상처받지 말라니. 앞뒤가 맞지 않았다.
내가 싫어졌다. 너무 염치없었다. 고소를 당한 순간에 깨달았어야 했다. 아니, 경찰서에서 깨달았으면 달라졌을까. 조사를 받기 전 "피해자분이 얼마나 상처받으셨겠어요"라는 형사님 말에 속으로 '그걸로 돈 벌잖아요'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겼다. 지금은 아니다. 반성문 속 나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누군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A4 용지로 반성문 6장, 탄원서 6장을 썼다. 반성문은 소속사에, 탄원서는 경찰서에 보냈다. 마지막 장을 쓸 때 순간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환멸을 느꼈다. 선처, 감형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반성하는 마음으로 쓰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반성문을 보낸 지 두세 달이 지났다. 내게는 영겁의 시간이었다. 혹시 소속사가 "선처하기로 했어요. 반성문을 보면서 진심을 느끼셨대요"라고 전화할까 봐, 24시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연예인 ○○○, 악플러 선처 결정' 같은 기사를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온종일 마음이 수십 번 바뀌었다. 그분이 선처 안 해줘도 달게 받아야지. 내가 지은 죄니까.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아니,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손으로 열심히 썼잖아. 안 읽은 거 아니야? 하다가 다시, 이러면 안 돼. 너는 죄인이고 벌을 받을 거야. 그래도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데, 나 같으면 용서해줬다. 괴로웠다. 내가 쓴 댓글 "살 가치가 없다. 제발 죽었으면"이 부메랑처럼 나라는 존재를 겨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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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을 달 때는 짜릿했다. 하지만 그 한순간 때문에 6개월 동안 자기혐오, 불안감에 시달렸다.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지금도 비슷하다. 나를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할 정도로 내가 밉다. 종종 댓글을 달았는데, 지금은 댓글 창은 보지도 않는다. 지옥 같았던 시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첫댓글 이거 처벌이 어떻게 되는거지
악플쓸때 짜릿하다는게 애초에 이해가 안감..
악플 달았으면 벌 받아야지~~
악플 쓰지말자...한순간의 배설이 본인과 당사자에겐 오점을 남기니깐..
그냥 짜증나는거 봐도
와.... 미쳤다..
헐...
할많하않...
아오..
이런거만 남기고 넘어감 그래서 ㅠ
세상에 짜릿한게 얼마나 많은데;;;
마자 내ㅜ댓글로 상처받을수있으니 조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