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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번화가인 흑룡가는 밤낮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늦은 밤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차도에는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사람이 다니는 인도까지 노점상들이 점령을 하고 있어 가뜩이나 복잡한 도로를 더 복잡하게 했다.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을 앞세운 큰 상점들 사이에 볼품없는 조그만 만두가게가 초라한 불빛 아래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가게 앞의 진열대에는 연신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었고 수증기 아래에는 둥근 만두통 다섯 개씩이 올려져서 그 속에는 보기에도 군침이 도는 고기만두가 쪄지고 있었다. 만두통 앞에는 만두가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근육질의 남자가 만두를 빚고 있었다. 그리고 그자의 옆에는 하얀 밀가루 부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근육질의 남자 얼굴에도 하얀 밀가루가 분칠을 한 것처럼 묻어 있었지만 그는 연신 만두를 빚어 수증기가 오르는 둥근 통속에 담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남녀 손님들이 가득했다. 모두들 고기만두를 앞에 두고 맛있게 먹고들 있었고 근육질의 남자는 연신 김이 오르는 만두를 손님 테이블로 옮기기에 바빴다. 그때 만두가게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검은 양복을 입은 서너 명의 남자들이 만두가게에 나타났다. 검은 양복들은 곧장 근육질의 남자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꾸뻑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근육질의 남자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힘끔 쳐다보고는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했다. 양복의 남자가 근육질 남자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근육질 남자의 손동작이 멈췄다.
“뭐야! 그게 사실이야?”
근육질 남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양복 입은 남자들이 황급히 그의 앞에서 다시 허리를 숙였다. 근육질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밀가루 반죽을 내 팽개쳤다. 그리고 가게에 가득찬 손님들에게 외쳤다.
“오늘 더 이상 장사는 하지 않습니다! 모두 나가 주십시오!”
손님들이 항의를 하려 하자 양복 입은 남자들이 강압적으로 손님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손님들이 쫓기듯이 빠져 나가고 어느덧 만두가게에는 근육질 남자와 양복 입은 남자들만 남았다. 근육질이 다시 언성을 높이며 물었다.
“다시 말해봐! 모두 쫓아내다니! 그게 말이 돼?”
양복이 허리를 굽히며 입을 땠다.
“우, 우리도 믿어지지 않았는데 사실인 것 같습니다. 조금 전 조선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우리 조직원들이 대부분 조선 땅에서 쫓겨난 것 같습니다!”
“뭐야? 그럼 놈들이 더 이상 아편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거야? 그런 거야?”
“아닙니다! 그것은 아니고 아마도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직접 아편을 판매하려는 것 같습니다!”
“뭐야! 직접 판매를 한다고? 우리 삼합회를 무시하고 놈들이 직접 아편을 만지겠다는 거야?”
근육질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예! 대인어른. 지금으로선 그렇게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음! 조선 놈들 간이 부었구먼! 아편으로 돈을 만들어 줬더니 이제 와서 직접 판매까지 하겠다고? 우리 삼합회를 우습게 봤단 말이지?”
양복 입은 남자들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근육질 남자 앞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근육질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푸른 여우는 뭐라고 해?”
“아,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몇 차례 연락을 해보려 했지만 끊어 버렸습니다. 물론 푸른 여우와 직접 연결되지는 안고 중간 연결책이었지만 말입니다!”
“뭐야? 그럼 푸른 여우도 조선의 변질을 묵인 하겠다는 거야? 그런 거야?”
“그, 그게 아직…….”
양복이 우물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씨팔!”
근육질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당장 회의 소집해! 지금 당장!”
“예! 대인어른!”
근육질이 소리쳤고 양복 입은 자들이 기급을 하며 우르르 몰려 나갔다. 그리고 만두가게는 근육질 남자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는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신호가 가고 전화를 받은 남자에게 근육질의 큰소리가 튀어 나갔다.
“나야! 바꿔!”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자가 먼저 침통하게 입을 열었다.
“들으셨겠지만 조선이 우리 조직원들을 밖으로 내 쫒았습니다! 들은 것 있으십니까?”
“물론이지! 조선이 더 이상 삼합회에겐 물건을 건네지 않겠다는군.”
“뭐라고요? 그럼 조선 놈들이 삼합회 없이 장사를 해보겠다는 겁니까? 그런 겁니까?”
“모르지! 하지만 당분간은 물건을 중국으로 건너보네지 않겠다는 거야. 우리 삼합회는 물론 자네 상회에도 물건을 넘기지 않겠다는군.”
“음! 그래요? 누군가에 의해 바람이 들어갔군요. 그렇지요?”
“아마도 그런 모양이야. 아니면 푸른 여우가 장난을 치거나 말이야!”
“예? 푸른 여우가 장난을 쳐요? 감히 우리 삼합회와 등을 돌린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놈을 잘 단속했어야지! 우린 아직 푸른 여우가 어떤 놈인지 신상파악도 못하고 있잖아!”
근육질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전화기 속의 남자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도무지 무슨 속셈인지 속을 들여다 볼 수가 없군! 이 장연명이 삼합회의 회장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조선 놈들이 장난질을 한 적이 없었어! 그런데 중요한 시점인 지금에 와서 아편 공급을 끊어 버린다고? 그동안 우리가 온갖 감시 속에서도 조선 아편을 팔아줬는데 이제 와서 독식을 하겠다는 거야? 이, 이런 개새끼들이!”
장연명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그, 그게 저……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푸른 여우의 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김정은이 외화벌이에 환장해서 저지른 짓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만…….”“뭐야! 그래서! 그래서 감히 중국 대륙에서 아편 밀매를 하면서 우리 삼합회를 무시하겠다는 거야? 우리를 배제하고 놈들이 아편 장사를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장연명이 버럭 언성을 높였다.
“당장 압록강 두만강을 통해 들어오는 길목에 우리 조직을 심어! 필요하면 현지 공안들을 구워삶아서라도 조선 놈들이 중국으로 아편을 들여오는 것을 막으란 말이야! 알겠어?”
그리고는 그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장연명의 목에 시퍼런 핏줄이 섰다.
“음! 조선 놈들이 장난을 쳐? 감히 우리 삼합회를 무시하면서 말이야?”
장연명이 그리고는 하얗게 밀가루가 묻은 앞치마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곧장 만두가게의 셔터를 내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푸른 여우와의 중간 연락책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가고 곧이어 변조된 중간 연락책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다시 음성변조기를 착용 하고 전화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나요!”
장연명은 속이 뒤틀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조선에서 우리 식구들을 모두 밖으로 내쫒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장연명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연락책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북조선은 지금 대인어른의 삼합회를 실험하기로 했습니다!”
“뭐라고요? 실험이라니! 우리 삼합회를 실험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명심 할 것은 이번 실험이 장차 삼합회가 조선에서 생산되는 마약을 독점 하느냐 마느냐가 달려 있습니다!”
장연명의 얼굴이 굳어 졌다.
“조선 마약의 독점이라고요?”
“그렇소! 그래서 우린 대인에게 한 가지 조건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뭘 말입니까?”
“지난번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이번에는 물건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말입니다.”
“뭐라고요? 지난번과 같은 것이라면 그 상자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하지만 이번에는 속에 내용물이 다릅니다! 이번에는 완성품입니다!”
장연명의 안색이 굳어졌다.
“완성품이라니요? 그, 그럼 핵폭탄이란 말입니까?”
장연명은 너무 놀라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연결책이 대답했다.
“그렇소! 이번에는 핵폭탄이오. 쉽게 말하면 핵배낭! 개인이 소지할 수 있는 소형화된 핵폭탄 말이오!”
장연명은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형화 된 핵배낭이라면 개인이 간단하게 짊어지고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가서 터트릴 수 있는 폭탄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개인이 핵폭탄으로 자살테러를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이, 이것 보시오! 핵배낭이라니? 우리에게 지금 핵배낭을 운송하라는 것이오? 지난번 우라늄을 옮긴 것처럼?”
“그렇소! 이번에는 우라늄이 아닌 핵배낭이오! 지난번과 똑 같이 한국의 휴전선을 통해서 말이오!”
어지간한 장연명도 크게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지난번과 같이 라고 한다면 핵폭탄을 한국을 거쳐 휴전선을 통과해 조선으로 들여오라는 것이었다.
“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하시오? 휴전선을 통해서라니! 핵배낭을 들여오는 것도 큰 문젠데 왜 하필 한국을 통해서 들어와야 한다는 거요? 중국을 통해 건너가면 훨씬 쉬울 탠데 말이오.”
“안 돼요!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을 통해서 들어와야 합니다! 지난번과 같은 똑 같은 루트를 통해 말입니다!”
“왜지요?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흐흐! 이유는 묻지 마십시오! 한국을 통해 들어와야 하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왜 그래야 하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다만 난 그렇게 지시를 받았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삼합회는 한국을 통해서 북조선으로 핵배낭을 옮겨주어야만 합니다. 만약 거절한다면 우린 삼합회와의 모든 거래를 끊겠습니다!”
장연명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조선과의 마약거래를 끊는다는 것은 삼합회의 자금줄을 끊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어, 어떻게 옮기란 말입니까? 지난번과 같이 파키스탄으로 가는 겁니까?”
“그렇소! 이번에는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으로 가는 것이오. 인도에 중간 연락책이 있습니다. 그 연락책과 함께 파키스탄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물건을 건네받으면 되는 것이오!”
“음! 루트는 지난번과 같단 말이지요? 좋소! 그럼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일을 성사시키고 나면 조선과 우리 삼합회와의 마약거래는 계속 되는 것이오. 알겠소?”
“물론이오! 당신들이 함께 하기로 했으니까 지금이라도 당장 추방한 삼합회 조직원들을 다시 입국을 허락 하겠소! 다만 한 가지 더! 물건을 한국으로 들여와도 휴전선을 넘는 시기는 차후에 다시 연락을 주겠소. 무슨 말인지 알겠지요?”
연락책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만 전화를 끊었다. 장연명은 한참을 그대로 서있었다. 지난번과 같은 루트라면 인도에서 중간 연락책과 접선하여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물건을 인수해서 다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지난번 우라늄을 넘길 때의 과정이 그랬었다. 휴전선을 넘을 때는 이미 휴전선 일대가 비워져 있어 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휴전선을 넘어갈 수 있도록 푸른 여우가 미리 손을 써 놓겠다는 것이었다.
‘음! 왜지? 왜 물건을 한국을 통해서 건네받으려는 거지? 중국을 통하면 쉽게 전달할 수가 있는데 왜 굳이 한국을 통하려는 것이지?’
장연명은 아무래 생각을 해도 도통 그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우선 조선과의 마약거래는 계속 할 수가 있어 다행이었다. 조선과의 마약거래는 그들에게 있어 밥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삼합회를 마약거래로 이끌고 있다고 봐도 거짓이 아니었던 것이다. 마카오와 한국 제주도에 자신들 조직 소유의 카지노가 있었지만 카지노 수입만으로는 삼합회를 이끌 수가 없었다. 조선과의 마약거래가 없으면 그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핵배낭이었다. 그동안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삼합회였지만 핵폭탄을 취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구소련이 망할 때 러시아 마피아가 파키스탄과 인도에 핵폭탄을 팔아먹은 사실이 있었지만 말이다.
‘음! 핵배낭이라! 조선이 소형화된 핵폭탄을 갖추려 한단 말이지?’
장연명의 눈이 번쩍 빛났다. 어쩌면 삼합회로선 두 번 다시 만지지 못할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랐다. 러시아 마피아가 핵폭탄을 팔아먹고 엄청난 부를 축척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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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님이 건넨 삼합회 조직원들 명단은 G3팀을 긴장케 했다. 명단에 속해있는 조직원들 개개인들은 그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G3팀원들이 일제히 회의실에 모여 다윗을 중심으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인호가 명단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건 아무래도 검찰과 수사공조를 해야겠는데요? 우리가 독점하기엔 적합하지가 않습니다.”
다윗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니야! 검찰과 공조는 더 힘들어. 잘 알겠지만 삼합회는 우리나라 폭력조직이 아니야. 중국이 본거지란 말이야. 검찰이 쉽게 손대지 못하는 이유야.”
“하지만 중국 공안과는 더 공조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 대두분이 삼합회와는 연관이 있는 자들인데 공안들이라고 한국의 삼합회 수사에 협조 하겠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중국 공안들은 대부분이 삼합회와 연관이 있는 자들이었다. 삼합회를 견제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공안들이 폭력조직과 연계해 자신들 이득만 챙기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수사는 중국 삼합회까지는 우리가 손을 쓸 수가 없어. 너무 범위가 광대하단 말이야. 그래서 우린 우리나라에서 움직이고 있는 삼합회 조직들만 잡아 족치잔 말이야. 어때?”
종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국내거주 삼합회라면 여기 이 명단 속에 들어있는 자들이잖아? 이자들이라면 뭐 큰 걱정 할 것이 없겠는데? 모조리 잡아들이면 되잖아?”
다윗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아니야! 문제는 이속에 들어있는 명단들이 대부분 조무래기들이라는 거야. 몸통들은 여기 들어가 있지도 않다는 거지. 이까짓 조무래기들은 아무리 잡아들여도 뿌리가 흔들리지 않아. 놈들을 잡으려면 뿌리를 잡아 흔들어야 한단 말이야!”
“뭐! 조무래기들이라고? 어디 그 명단 다시 한 번 보자고.”
종규가 다윗 손에 들려 있는 명단을 가져다가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가 이름 하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놈 봐라! 이놈은 내가 아는 놈인데!”
종규가 이름 하나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다윗이 종규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는 놈이 있어? 누군데?”
“여기 이놈 말이야! 도찬호! 목포 뱃놈 도찬호!”
“뭐? 도찬호를 안다고? 이자를 안단 말이야?”
“그럼! 쌍끌이 어선을 네 척이나 가지고 있는 목포 뱃놈이야. 그런데 이놈이 삼합회 조직원이란 말이야? 아닌데! 이놈은 밀항자들을 밀입국 시키는 놈인데!”
종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 밀항자를 밀입국 시킨다고? 그럼 이자가 중국에서 넘어오는 밀항자를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놈이란 말이야?”
“그래! 그 도찬호가 분명 하다면 이자는 밀항자를 밀입국 시키는 그놈이 맞아! 분명해!”
종규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다윗이 도찬호의 프로필을 보며 물었다.
“도찬호를 잘 안단 말이지?”
“잘 알지! 지난 번 중국에서 건너오는 밀항자들 수사를 할 때 그때 알게 된 놈인데 내가 육 개월 동안 조업을 못하게 한 적이 있었거든. 아마 지금도 날 보면 꽁지를 내리고 도망칠걸? 후후!”
종규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조업을 못하게 했다고? 어떻게?”
“후후! 간단해! 수산업법 위반으로 육 개월 운항 정지를 먹도록 해버렸거든. 아마 도찬호 그놈 평생 내 얼굴 잊지 못할 거야! 하하하”
다윗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럼 삼합회 수사는 네가 맡으면 되겠네? 도찬호를 수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말이야. 안 그래?”
“뭐! 내가 맡으라고?”
종규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윗이 종규에게 명단을 넘겨주며 어깨를 두드렸다.
“이만한 조건이면 수사할 만하잖아? 명단 있겠다! 거기다가 지원 빵빵하겠다! 뭐가 문제야?”
종규가 피식 웃으며 명단을 받았다.
“제길! 나 이럴 줄 알았어! 팀장이 없을 때가 좋았어! 돌아오자 말자 사람을 아주 혹사를 시키는구먼!”
종규는 투덜대면서도 명단 속에 들어있는 인물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인호가 종규에게 다가가 배시시 웃었다.
“선배님! 그래도 G3가 다시 결성되고 첫 수사를 책임 맡은 것 아닙니까? 축하합니다! 히히히!”
“니미 씨팔! 간섭하는 사람 없어 느긋하고 좋았는데 축하는 무슨!”
종규가 투덜거리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된 번호를 검색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군! 도찬호 번호 말이야!”
종규가 번호를 가리키며 웃었다.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종규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요원에게 도찬호의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주며 말했다.
“이 번호 지금 위치추적 좀 해줘.”
요원이 종규가 가르쳐준 번호를 검색하고는 말했다.
“목폰데요? 현제 목포에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목포야? 젠장! 목포까지 출장 가야겠군.”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윗에게 말했다.
“삼합회 수사는 시작을 이 도찬호에게서부터 시작하란 말이지? 그런데 꽁지들을 좀 쓰려는데 생각이 어때?”
“너 마음대로 해. 삼합회는 완전 너에게 맡긴 것이니까 꽁지를 쓰던 대가리를 쓰던 네가 알아서 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알아서 하란 말이야.”
“OK!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야. 내게 맡겼으니까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종규가 시원하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나갔다. 다윗이 조용히 인호에게 말했다.
“부산에 혁두파는 요즘 어때? 삼합회를 누를 수 있을만한 조폭들이 혁두파가 아니야?”
“맞습니다! 혁두파는 요즘도 부산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 아직 이경제가 혁두파 오야붕 맞지?”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넌 이제부터 혁두파 이경제를 한 번 만나봐. 내가 보냈다고 하면 협조해 줄 거야.”
“이경제를요?”
“그래! 몇 년 전에 이경제가 일본 야쿠자들과 분쟁이 있을 때 내가 구해준 적이 있었어. 아마도 내가 보냈다고 하면 소탕 작전에 협조해 줄 거야.”
다윗은 웃으며 인호의 등을 두드렸다. 그리고 다윗은 평소 안면이 있는 검찰청 김민효 검사의 번호를 눌렀다.
“김 검사님! 나 G3 윤다윗입니다!”
“아이고! 이게 누굽니까? 도대체 얼마 만입니까?”
김 검사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네! 오늘부로 다시 G3에 복귀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삼합회를 다시 수사하려고 합니다. 검사님께서 좀 도와주셔야겠습니다.”
“그럼요! 당연히 도와야지요.”
“고맙습니다. 그럼 우선 우리가 확보한 명단이 있는데 이중에 검사님이 가지고 있는 폭력조직 명단과 겹치는 놈이 있는지 확인 좀 해주시겠습니까?”
“당연하지요! 당장 해드리겠습니다.”
김 검사가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럼 우리 요원을 보내겠습니다. 번거롭지만 꼼꼼하게 확인 부탁드립니다.”
다윗이 재차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인호에게 눈짓했다. 김 검사를 찾아가 보라는 신호였다. 인호가 부리나케 일어서 나갔다. 다윗이 컴퓨터를 켜고 인물검색을 했다. 모니터에는 삼합회 조직원들 얼굴이 차례로 나타나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자들이었다. 전국에 분산돼 활약하고 있는 삼합회 조직원들 현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다윗은 하나하나 천천히 모니터를 보면서 얼굴을 확인했다. 아는 얼굴들도 몇몇 있었던 것이다. 다윗이 전산실 요원에게 말했다.
“여기 이자들 특별히 신경 써서 살피도록 해.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거나 기차표를 끊어도 빠짐없이 체킹하란 말이야.”
다윗의 명령에 전산실 요원들이 일제히 명단 속의 인물들을 컴퓨터와 연결해 살피기 시작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때 다윗의 핸드폰이 울렸다. 실장의 번호였다.
“네.”
“난데 이상호 말이야. 아무래도 G1이 개입 하려는 것 같아!”
“뭐라고요? G1이 개입한단 말입니까? 아니 G1은 정치인들만 담당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맞아! 그런데 아무래도 윗선에서는 이것은 단순히 보지를 않는것 같단 말이야. 아무래도 G1이 윗선에 줄을 넣은 것 같아.”
다윗이 발끈해 언성을 높였다.
“무슨 말입니까? 윗선이 그런 것까지 개입합니까? 이미 우리 G3가 활동 중인데 지금 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글쎄 말이야! 난 안 된다고 하긴 했었는데…….”
실장이 곤란한지 말끝을 흐렸다.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상호가 문을 닫아 버린단 말입니다! 닭 쫒던 개꼴이 된단 말입니다!”
다윗이 발끈해 소리쳤다. 실장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자네가 청와대를 들어갔다 와야겠네. 안보수석을 만나야겠어!”
“네? 청와대 안보수석을요?”
“그래! 이번 일은 청와대 안보수석이 전담하고 있네. 자네가 그 사람을 만나 G1이 이번 일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줘야겠네.”
“안보수석이라면 G1을 총괄하는 곳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의 말을 들으려 할까요?”
“그러니까 더 안보수석에게 설득을 해야겠지. G3가 이상호와 연결돼 있다는 것과 82구역에 대한 쓸데없는 개입은 자칫 북쪽을 잘못 건드려서 물 건너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 시켜야겠지.”
실장의 말에 다윗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안보수석을 만나겠습니다. 실장님이 시간 약속을 해주십시오.”
“언제들 들어가면 돼! 그쪽도 자넬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지금 곧 들어가겠습니다.”
다윗은 전화를 끊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G1은 같은 국정원 소속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에 속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팀이었다. 청와대 안보수석이 G1을 총괄했던 것이다. G3와 G1은 서로 앙숙이었다. G1이 수시로 G3의 사건까지 간섭하곤 했던 것이다. 덕택에 다윗과 많이 부딪쳤고 서로 멱살잡이까지 간 적도 있었다.
“씨팔 새끼들! 도무지 보탬이 안 돼!”
다윗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치고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청와대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밖으로 나오자 비가 오고 있었다. 봄비가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가랑비속에 도로에는 수많은 자동차로 차들이 더디게 움직였다. 차량이 많아서 조금 가다가 멈추고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하며 그는 지루한 나머지 라디오를 틀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가 좋아하는 폴모리 악단의 연주였다. 음악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한쪽 팔을 창밖으로 내밀었다. 빗줄기가 그를 시원하게 했다. 갑자기 금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금님의 신문사와 청와대는 거리 멀지 않는 거리였다. 다윗은 금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웬일이세요? 전화를 다 주시고?”
금님이 통통 튀는 목소리로 외쳤다.
“가까운 곳에 가는 중입니다. 오늘 시간 어떠세요? 잠시 좀 뵐까요?”
“지금요?”
“아니요. 지금 말고 볼일을 다 마치고 나서 말입니다. 사실은 지금 청와대로 들어가는 중이거든요.”
“어머! 청와대로 들어간단 말이에요? 나도 청와대 출입증 있는데.”
“앞으로 두 시간 후가 어떨까요? 제가 신문사 앞으로 가겠습니다.”
“좋아요! 기다릴게요.”
금님이 기분 좋게 응수했다. 다윗은 전화를 끊고 입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가 그의 머릿속을 깨끗하게 청소해준 느낌이었다. 생글거리며 웃고 있는 금님의 얼굴이 떠오르자 다윗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묘하게도 마음이 설렜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그의 가슴속에는 어느새 금님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자동차가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 입구에 도착했다. 정문에는 이미 다윗의 기록이 올라와 있었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청와대의 푸른 기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윗이 차에서 내려 전화를 넣었다. 실장이 가르쳐준 안보수석의 전화번호였다.
“안녕 하십니까? G3의 윤다윗입니다.”
“아! 알고 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안보수석이 흔쾌히 전화를 받았다. 잠시 후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 그를 안내했다. 춘추관을 지나 들어간 곧은 안보수석의 집무실이었다.
“어서 오시오! 나 안보수석 김기태요!”
김기태 안보수석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첫눈에 김기태는 활발한 사람으로 보였다. 김기태가 그를 소파로 안내했다. 그리고 차를 권했다.
“들었겠지만 오늘 G3 책임자를 보자 한 것은 아무래도 이상호에 대해서는 G3가 총괄해 왔기 때문에 자문을 구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순서일 것 같아서 말입니다.”
김기태가 차를 권하며 다윗을 향해 웃음 지었다. 다윗이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아무래도 이상호에 관한 것을 G1이 담당하려는 것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하하하! 아주 직설적이시군! 좋아요. 나 역시 뒤끝이 깨끗한 것이 좋으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렇습니다! 이상호에 관한 것은 앞으로 G1이 맡을 겁니다. 별 큰 어려움이 없다면 말입니다.”
다윗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안 됩니다! 그것은 안 됩니다!”
다윗이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김기태가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 물었다.
“왜지요?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안 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호에 관한 것입니다! 지금 부서를 바꾼다는 것은 그동안 일 년이 넘도록 이상호와 접근해 왔던 G3에 대한 신뢰도가 깨지는 것입니다! 이상호 입장에선 생소한 G1에 대해 신뢰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칫 그 사람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뭐라고요? 생명이 위험해 지다니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상호는 지금 자신의 목숨을 걸고 김정은과 담판을 짓고 있습니다! 82구역에 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이상호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만약 우리와의 협약이 깨진다면 김정은은 절대로 그 사람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G1이 이상호를 맞는다고 협상이 깨어진다는 것은 좀…….”
김기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다윗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깨집니다! 깨지는 이유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습니다! 첫째는 일 년 전부터 우리 G3와 이상호가 비밀리에 서로 협상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담당부서가 바뀌면 새롭게 다시 협상을 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이 절대로 가만있지 않습니다. 지금도 김정은 부근의 강경파들은 이상호를 죽이자고 주장하는 자들이 많거든요! 그리고 둘째는 이상호의 가족들 입니다! 이상호의 부인과 딸은 이미 숙청되어 모처에 감금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번 일이 잘못된다면 그의 가족들이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그래서 이상호는 어쩌면 자신이 죽지 않고 살기 위해 82구역을 김정은에게 완전 넘겨 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남쪽은 단념을 하고 말입니다!”
“뭐, 뭐라고! 우릴 버린단 말입니까?”
김기태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 사람에겐 자신의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건 간단하게 서로 협의해야하는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이상호 입장에선 자신과 자신 가족의 생명이 걸려 있는 일입니다!”
“음! 그래서 이번 일은 G1이 맡아선 안 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믿기진 않겠지만 우린 지금으로선 전적으로 이상호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번 작전의 승패를 좌우할 겁니다!”
“음! 믿는단 말이지요? 이상호를?”
김기태가 심각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론을 내리고 다시 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G3가 이상호를 맡도록 합시다. 하지만 단 조건이 있습니다. 수시로 진행 상황을 내게 보고해 달라는 겁니다. 대통령께서도 이번 일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기태가 기분 좋게 다윗에게 악수를 청했다. 역시 처음 볼 때처럼 마음이 결정되면 망설임 없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고작 일 년밖에 남지 않았다. 안보수석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물러나야 하는 것이었다. 벌써부터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안보수석 역시 그런 것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상호에 관한 것이 어떻게 결말날지에 따라 자신의 수명과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마무리가 잘 되어야 그들의 정치생명이 연장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