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맛
부추는 어머니의 단골 찬거리였으며 우리 형제들의 간식을 만드는 재료였다.
시골에서의 반찬은 대부분이 푸성귀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부추는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집 식재료에서 빠지질 않았다.
소풀김치 소풀적 소풀무침 등등
부추를 고향에서는 소풀 또는 정구지라 했다.
대표적인 반찬으로는 소풀과 고구마 줄기를 섞어서 담근 김치가 있었다.
호박돌에다 빨갛게 익은 생고추를 갈아서 담근 소풀 김치는 세상 어느 반찬보다 맛났고 지금도 그 맛이 생각나면 입안에 침이 고인다.
조리 과정은 이랬다.
먼저 빨간 생 고추를 호박돌 (돌을 움푹 파서 절구통처럼 만든 것)에 넣고 몽돌 (동천강가에 지천으로 있는 둥글둥글하게 마모가 된 주먹만 한 돌)로 콕콕콕 찧다가 몽돌을 호박돌에다 돌려서 적당하게 빻아지면 씻어서 물을 빼두었던 소풀과 고구마 줄기와 양념류를 넣고 손맛이 나게 잘 버무려 주면 되는데 제피가루를 섞어 주는 게 백미다. 소풀이 많으면 소풀김치 고구마 줄기가 많으면 고구마 줄기 김치가 된다.
여름 장마철에 비가 내리면 들에 나가지 않으시는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간식을 해주신다. 간식이래야 소풀적(정구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담치를 자잘하게 다져서 넣고 풋고추를 가로로 잘라 섞어서 구운 부침개), 밀볶음(밀에다 콩을 섞어서 사카린 몇 알을 넣고 가마솥에 볶은 것), 찐빵(밀가루 반죽에다 막걸리를 넣고 울콩을 올려서 소반에다 삼베를 깔고 쪄낸 빵), 고구마 빼떼기죽(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빼떼기에 울콩-강남콩을 울콩이라 했다-과 팥을 넣고 밀가루 반죽에다 계란을 섞어서 무르게 반죽을 하여 주먹 만한 뭉터기로 넣어서 끓인 일종의 죽)등이 있었다
지금도 어머니의 손맛 중 가장 그리운 게 빼떼기죽이다. 고구마와 팥과 콩에서 나오는 단맛과 사카린의 단맛이 추가되어 밀가루 반죽에 스며들어서 쫀득쫀득하고 달달하며 걸쭉한 국물 맛과 어우러져 어떤 간식 보다도 맛났다.
몇 해 전에 통영에 빼떼기죽을 파는 식당이 있다기에 먼 길을 달려서 먹어 보았는데 어머니의 손맛과는 다른 맛이었다. 또 친구집에서 고구마 빼떼기를 얻어다가 직접 만들어 먹어 본 적도 있는데 어깨너머로 본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하지는 못했다.
가을이 깊어지니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첫댓글 부추는 역시 맛을 낼때 좋은 재료이죠
한탄강 직탕폭포 모습 시원하네요
올해는 산부추 패스했고 올려주신 사진으로 대리만족합니다
먼길 수고하셨습니다
어릴 적 아름다운 기억과 함께 멋지게 담으셨네요.
멀리 달려 멋진 작품을 보여주십니다.
고구마빼때기죽 딱 한번 꽃마을언니 덕분에 맛 본적있어요~
산부추 보니 어머님의 손맛이 생각나셨군요
멋지게 담으셨어요~~
멀리뛰기 하셨군요
그곳의 산부추..예쁜 모습으로
담아주셨습니다..
갠적으로 부추를 거의 먹지를
않아서 부추에 대한 추억이 없어요..ㅎㅎ
바위 틈에 뿌리 내린 산부추 큰물이 지나가도
쓸려가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에 놀라곤 합니다.
먼길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하루전인데도 과감히 지나친게 살작 후회~~~ㅎ
먼길에 멋지게 담으셨습니다
먼길에 만난 산부추 시원하게 담으셨네요
부산아저씨의 멋들어진 이야기와 산부추의 고운모습
먼길 마다않고 달리신 열정이 잘 어우러진 작품 들 입니다
먼길 가시어 이쁘고 아름답게 담아오셨습니다
저는 간다간다 하면서 못가고 10여년이 흘러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