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어른으로부터 꿈은 신체가 허虛할때 주로 많이 꾼다는 말을 종종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떡떼처럼 우람하고 돌쇠마냥 다부진 녀석들에게서 꿈에대한 이야기를 듣고보니 옛날 어른들의 말씀도 꼭 맞는 말씀은 아닌것같다
꿈이란 무엇일가? 왜 꿈을 꾸게될가? 꿈이 무엇을 상징히는 징조는 아닐가? 사람이 잠자는 동안 마치 생시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사물을 보고 듣고 체험하는 정신현상을 꿈이라고 말한다 흔히 깊은 수면이 아닐때 꾸기 때문에 꿈을 꾸고서도 잠을 깨고나면 모두 잃어버릴뿐 사실은 꿈을꾼다는 것이다 사람마다의 특성이 다르겠지만 꿈을 꾸지않고 깊히 잠자고 깨어나면 몸이 개운하지만 아무리 즐거운 꿈을 꾸었다해도 역시 꿈을 꾸고난 다음날은 개운함이 비교적 적은것 같다
남가일몽南柯一夢이란말이있다 당나라때 순우분淳于焚이란사람의 이야기인데 그와 비슷한 이야기로 우리나라 문학계의 별이랄수 있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에도 꿈이란 책이 있다 순우분은 평소 술을 좋아하고 작은예절에 구애받지 않는 그는 어느생일날 홰나무 아래에서 술자리를 차리고 친구들과 술을마시다가 취해서 쓰러지자 친구들이 그를 집에다 데리고 가서 행랑에 눞혀 놓았다 그런데 보라색 옷을 입은 두사람이 다가 오더니 괴안국槐安國 왕의 명을 받들어 모시러 왔다고 하여 순우분은 그들을 따라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홰나무아래 의 큰굴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달리니 또다른 세계가 펼처젔다 수십리를 가자 사람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는 번화한 성읍城邑에 대괴안국大槐安國이란 현판이 걸려있고 승상이 직접 뜰아래까지 나와 영접을 했다 순우분은 왕궁에 들어가 왕을 알현하고 예쁜 공주와 결혼하여 부마가 되었으며 남가군南柯郡 태수로 임명되어 30년동안을 다스리며 위로는 왕의 총애를 받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추앙을 받았으며 5남2녀를 두고 행복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단라국檀羅國이 처들어와 싸움을 펼첬으나 연전연패하게 되고 사랑하던 부인 공주마저도 병에걸려 죽게되자 시름에 빠저 낙담하던 순우분은 관직을 사직하고 낙향하였는바 그의 명성을 기리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고 세력이 날로 커지자 불안을 느낀 괴안국왕은 순우분을 불러 말했다 -그대는 고향을 떠나온지 오래되었으니 자식들은 여기 남겨두고 걱정말고 돌아가 있으면 3년후 군사를 불러 다시 불러오겠으니 그때 다시 만나세나 - 순우분은 극구 사양하며 왕을 모시고 살겠노라고 애원하였으나 보라색 옷을입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끌려 나와 굴을 빠저 나오며 깨어보니 자신은 행랑채에서 자고있는것이 아닌가 잠시 술에취하여 잠들었을 뿐인데 그동안의 세월이 마치 한생애로 맺음하는 꿈속에서 혜매인것이다 실로 일장춘몽이요 남가일몽이 아닐수 없다
인간 자체가 너무나 보잘것없는 하나의 초로草露 ! 밤사이에 풀잎을 적신 이슬이 해가 뜨자 자취없이 사라지는 초로가 바로 우리 인간이 아닌가 풀잎에 젖은 이슬처럼 잠시 머물다 가는것이 우리네 인간이거늘 백년 천년을 설계하면서 오래오래 살것처럼 이웅다웅 싸우고 욕심부리는가 하면 조그마한 이권에 매달리어 죽이고 죽이지 못해 안달하면서 살아가는이들이 많다 대하천간大廈千間이라도 야와팔척夜臥八尺이요 양전만경良田萬頃이라도 일식이승一食二升이라는 말이있다 여덟자 방이면 족하고 하루세끼면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풍요와 더불어 온갖 호강과 특권을 휘두르는 세상에 살다보니 옛날 농경시대에서나 통하던 말이 시쳇말로 씨가 먹지 않는다 자자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거머쥐겠다는 요지음의 일부 욕심장이의 천년몽일뿐이다
옛날 어르신의 말씀대로 몸이 허虛한탓인지 요지음에는 밤마다 꿈을 자주꾸고있다 꿈이 굳이 현실에 얽혀 매이진 않지만 그래도 꿈을 깨고나면 어떤땐 마음이 얺짢을 때가 종종있다 엉뚱한 꿈도 꾸지만 대개는 살아온 과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부잣집 귀도령으로 태어났으면 생활고에 허덕이는 지난날의 아픔이 꿈으로 나타나지 않했을가 싶다 삶에 얽매이어 끌려다니는 꿈이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어 지붕꼭대기로 피하는 그런꿈은 없었을것이다 호화스럽게 살아왔거나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 왔다면 꿈속에서 그런 고통스러운일이 있을수 없지 않은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하늘은 대단히 노하셨는지 천둥번개가 요란하고 검은 흙탕물속으로 집들이 떠내려가며 온천지가 물바다속으로 가라 앉는 속에서 갈길을 찾아 동동거리며 헤매이다가 간신히 집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리는가 했는데 집안 울타리가 다 망가지고 문이 활짝열려있는것이 어느도둑이 들어와 헤집고 다닌것 같다 돌아다보니 절터라고 가난한집 살림살이에 무어가 쓸만한것이 있을가마만 그래도 없는이에겐 부뚜막의 칼한자루라 해도 커다란 재산이 아닐수 없다 다행히 잃어버린것은 없으나 여기저기 헤집고 망가뜨린것을 보수하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난한 이에게는 시간도 큰돈이요 보수하는 것도 또한 큰돈이다 꿈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수있는 꿈이였기에 긴 한숨을 내쉰다
아내와 같이 아침일찍 지방에 갔다가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정거장에서 내리자 아내와 나는 정신없이 집을 향하여 뛰었다 이심전심이랄가 나뿐만이 아니라 아내도 그날따라 허겁지겁이다 왠지 뒤에서 몹쓸놈이 따라 오거나 아니면 집에 불이라도 난것처럼 숨을 몰아쉴 겨를없이 사정없이 뛰어서 집에 도착했다 사방이 어두어오는 초저녁 집에는 불이 켜있지 않은채 밤의 그늘에 가려있다 - 아니 - 현관문은 열려있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딸이 응접실 마루에 겁이질려 서있으며 웬 도둑놈처럼 우람한 녀석이 마루끝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 아니 당신은 누구요? - 아내는 겁에질려있는 딸앞으로 다가서며 소리 질렀다 - 잠시 쉬면서 담배한대 피우고 가려는 참입니다 -
더이상의 말이 필요없다 무단 출입도 아니고 없어지거나 부서진것도 아니다 다만 인간자체가 무서울 뿐이다 녀석은 슬며시 일어나드니 피우던 담배꽁초를 계단아래로 집어던지고는 아무일 없지 않으냐고 항변하는듯 내려가고있다 이거야말로 천우신조가 아닐수 없다 아무리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강조해도 재난앞에서는 속수무책이 아닐수 없는것이 우리의 삶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울타리가 망가지고 대문이 열려있고 억수같은 호우가 지붕까지 덮어 오도가도 못하는 꿈속에서 혜매든 것이 현실과 같은생각에 내가 살아온 길에 다시한번 마음을 추스린다
오래전의 일기를 읽다보니 그날의 각박했던 현실을 들여다 보며 꿈을 꾸고있는것 같은 착각으로 빠진다 자그마치 40여권이 넘는 일기장속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너무나도 드러내놓기 싫은 삶이 녹아있다 버려야 할것들이다 과감하게 재활용 쓰레기 속으로 묻혀버리어 영영사라저야할 것들이다 옛날에는 상상하지 못할것들 ! 고처쓰고 때워쓰고 아껴써서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멀정한 것들이 쓰레기 더미로 변하여 분해되지 못한채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오히려 공해라는 것으로 돌아오는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햇볕드는 날에는 베란다 앞에있는 나만의 공간에서 , 비내리는 날이면 오래도록 같이해준 반점이 군데군데 찍힌 책상앞에서 한권한권 읽어가며 옛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아니 초록색 커튼이 처진 산언덕 기슭을 찾아 주전부리와 추억의 이야기가 담긴 몇권들을 배낭에 넣고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비록 초라한 기억들이지마는 이세상에 내놓고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것은 나만의 욕심일가
첫댓글소중한 일기장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이야기를 만드시고 소설도 쓰세요. 저는 일기를 쓰지 못해서 그 옛날을 기억해내느라 발버둥칩니다. 이미 무의식 속으로 갖혀버렸을 기억들을 이제사 소화하고 있습니다. 깊고도 깊은 강, 높고도 높은 산입니다. 쓰레기요? 인생무상, 저도 선생님처럼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소중한 일기장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시겠어요. 이야기를 만드시고 소설도 쓰세요.
저는 일기를 쓰지 못해서 그 옛날을 기억해내느라 발버둥칩니다.
이미 무의식 속으로 갖혀버렸을 기억들을 이제사 소화하고 있습니다.
깊고도 깊은 강, 높고도 높은 산입니다. 쓰레기요?
인생무상, 저도 선생님처럼 생각을 할 때가 자주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