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보고 남들이 열광할때 굳이 나서서 남들 보는곳에서 비판하려는 이유를 곰곰히 고민해봤는데, 왠지 나는 영화를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헛점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고, 그러니 나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허세인듯하다.
잘 알고 있음에도 굳이 계속 말을 이어가고자 하는건 난 원래 그런 허세덩어리니까.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그맛에 살아.
1.
개봉한지 하루 이틀만에 힘들게 시간을 내서 앉아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감정을 당시 숨기고 무작정 멋지다, 좋다라고 느낀 이유는 화려한 영상과 압도하는 연출, 그리고 영화의 명성에 취해서였다.
집에 돌아와 자기 전 누워 생각해보니 석연치 않은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몇일 지나 지방 락페스티벌을 잘 즐기고나서 귀가하는 지금 이 운전석 안에서도.
전문 영화꾼도 아닌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냥 뭣도 모르는 아마추어니 분석이라긴 힘들고 하기 쉬운 수다만 불평꾼 마냥 잔소리로 주욱 늘어놔봐야지.
2.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잠깐 떠올렸던것은 심형래 감독의 디워였다.
이무기와의 뻔한 추격씬후 갑작스런 주인공들의 키스씬에 나도 모르게 영화관에서 비명을 지른 악몽.
뭐가 다른가 싶다. 아니 본질을 제외하면 오히려 부차적인 요소는 전부 확연히 다른거구나.
영화의 스토리를 쓸데 개연성이라는 부분은 개한테 주라는건가?
헐리우드의 이 뛰어난 자본에 의한 기술력은 디워를 이렇게 판타스틱하게 포장하고 사람을 최면에 빠지도록 완벽히 꾸며 만드려고 갈고 닦은 것인가.
슈퍼히어로물에서 특히 배트맨에서 남는건 가면놀이의 특수한 정체성 같은것일거다.
잠깐. 일단 이 영화는 그게 어디간거야. 언급만 하면 저절로 되는거라고 말하진 마라.
대체 스토리를 설명하는 플롯이 모노드라마의 연극체인건 무엇일까.
부탁인데 대사에서 이야기를 풀어내지는 말아줬으면 싶다. 일일 드라마도 아니고 전세계 사람들이 밤잠 설치고 기다린 블럭버스터에 굳이 자질구레하게 대사로 설명치지 않아도 두시간 반의 러닝타임이라면 씬으로 충분하여 대사는 그만큼 간단 명료해도 좋지 않나.
그 정도 인력과 돈은 솔직히 있었잖아. CG는 싫어하여 굳이 쓰지 않았다는 그 액션 장면들에 돈을 쏟아붓느라 자금이 부족했던건 아니겠지.
영화에 부연설명을 넣는건 (그것도 대사 사이사이에!) 스토리텔링에 별로 자신이 없다는 소리다.
그 시점에서 이미 절반은 영화장르의 매력을 잃어버렸다.
싸구려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내용과 대사가 등장하는 진부한 감옥씬을 그렇게 길게 집어 넣고도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계속 건조한 사실적 연출을 고집하는것도 이상하기 그지없다.
웨인이 회의실에서 쫓겨나는 씬이나, 고담시 밖에서 도움주러 온다는 잘 알수없는 부대 따위 그런 별 시덥지 않은 내용들은 평균 영화보다 러닝타임으로 30분 이상을 더 쓸만큼 중요했나? 많이 찍었으니 계속 다 보여줄테야? 중심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느낌.
코믹스나 히어로물의 오덕이나 나도 머리로 밖엔 이해하지 못하는 특수한 계층인 후죠시들의 폐부까지 시원하게 훑어줄만한 망상의 여지도 최근 나온 성공작인 마블의 어벤져스와 비교하면 욕 나올만큼 없다고해도 좋으니, 왜 놀란 감독은 그 멋들어진 재주로 이 장르의 가장 큰 팬층을 배신한단 말인가.
다크나이트가 그런점에서 뒷통수를 날림으로 강한 인상과 장르의 혼용에서 오는 쾌감을 줬다면 이어지는 후속편에선 여러 단점들에 참아왔던 짜증이 함께 폭발할뿐.
거기에 이 영화가 테러를 다루는 방식은 특히 더 지독하다. 이건 판타지와 현실적인 서스펜스 사이에서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둘 다를, 혹여나 반이라도 잡은것도 물론 아니다. 테러라는것의 도덕성은 차치하고 간접체험에서 느낄수있는 로망이 적어 실망스럽고 우리가 느껴왔던 테러리즘의 본질과 그로인해 다가오는 위협같은것 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머리속엔 정신없는 화면과 화려한 곡예만 잔상처럼 남아 기억될뿐.
거기에 원폭은 1990년대 이후부터는 B급 아니면 제발 쓰지 말아라.
이제 진짜 수만번 우려먹다 진물이 빠져버려 껍데기만 남고 둥둥뜬 뻐다귀 모양새다. 2012년 최고의 기대작 영화에, 냉전 시대의 꽃인 바다에 피어나는 버섯모양 구름이라니?!
가면 놀이의 숨바꼭질 아슬한 줄타기 놀이도 저리 치우라하고 캣우먼의 코스튬도 놀란 영화의 특징인가 이 자식은 여자 복장에 페티쉬도 없는거야? 쫄쫄이가 다야! 거기에 범죄기록말살 프로그램에 슬픈 눈망울 굴리며 아프게 집착이라는 동기부여 배경이라니 오마이갓. 그런 대범 액션 매력 철철 섹시 고양이 폭탄녀가?!
하여튼 그녀마저 이리저리 약해보이기만 할뿐이니, (그녀의 매력이 액션과 절도있는 동작 표정연기가 일품으로 사람들에게 일종의 버튼 눌리게 보이는것뿐, 그것마저 넘치지 않으려고 부러 노렸다고는 말하지마라. 미쉘파이퍼의 캣우먼이 미친년 표정지으며 입속에 새를 삼켰던 연출을 잊은건 아니겠지.) 그저 남은건 두 남자 복장의 현대적인 멋과 - 그 와중에 로빈은 심지어 복장도 없다. 계도 팬이 있는 히어로 잖아! 1초도 허락하면 안돼? 거기에 일부가 열광하는 배트맨과의 연인 판타지는 이렇게 개무시하기야? - 다만 화려하고 멋진 배트맨의 장난감이 남아 있어 안도의 한숨이야, 후아 하며 겨우 다행일뿐이다.
3.
이런 작은 일들은 사실 나만 크게 확대해볼뿐이지 어쩌면 별것 아닐수도 있다.
다만 나를 철저히 실망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악당'들, 혹은 영웅에게 관통하는 무조건 구성되어야 할 각각의 이데올로기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무진장 피곤하게 계속 설명해댄다는 거다. 놀란의 예전 영화에서 그런 구질구질함을 와 닿게 느끼지 못했다면 타당성 차이일수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사상들이 꽤나 시시하다는거다. 단순하고 일차원적이라는 비난은 기본이고 베인이 만든 혁명적 세상은 과연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수있는 내용이긴 한건가? 그냥 대충 보기에 다른 명작 소설이나 겉핥기 해본건 아닌가. 혁명이 완성된 고담시의 모습을 인물들이 재미없게 묘사해댈때 - 그들도 별수없이 - 이미 한숨부터 나오고 말았다. 마지막 고담시는 원자 폭탄이 터져서 다 같이 멸망하여 죽는다고? 그게 남아있는 미국 사회와 세상에 알마만큼의 큰 의미를 던지는데?
각 진영의 핵심 가치를 주인공들에 일대일로 대치해서 설명하는 단순한 인물 구도의 영화는 이렇게 돈 많이 들여서 멋들어진척 하지 않아도 초등학생용 에니메이션 만들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초반 오분의 압도하는 스카이젝킹 시퀀스로 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어서 주변에 흩뿌려진 똥들을 감독의 의도대로 보지 못했을뿐이다. 배우들의 명연과 압도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디워랑 뭐가 달라?
4.
사실 이렇게 입아프게 까대고 나서 마지막에 내놓는 결론은 문맥상 그래도 영화 찬양이다.
다행하게도 칭찬하려면 그것 마저 끝이 없기도 하다. 어차피 지아이죠 수준까지는 안가잖아.
다만 아바타나 타이타닉에 비견되던 두번째 작품의 향기는 없어져 버렸어.
그리고 그런 후광에 남들이 이미 다 알아서 칭찬은 했잖아. 지금도 하고 있잖아.
액션씬 몇개는 저게 뭐야, 왜 이 수준 영화에 저런 싸구려가. 사실적인게 그렇게 중요했던거야 싶은 확깨는 것들이 종종 눈에 보였지만, 영화 내내 음향 효과가 아직도 귓속에 울리는 듯하고, 케릭터가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라고 까긴 했으나 그래서 그런가 연기가 왜이리 하나같이 완벽들 하실까 싶어서 끝내 헷갈린 영화이긴 하다.
입에 태권브이 철망을 물고는 큰 덩치와 확성기 목소리로 우리를 놀라게한 베인역의 톰하디는 사이사이 보이던 초롱초롱 하던 눈망울과 고운 손을, 그 구린 디테일은 그냥 효과팀과 감독의 불찰로 또 대충 떠넘긴다면, 전체 연기자는 정말 극에 가깝도록 멋졌나보다.
5.
사실 라디오헤드의 눈물이 말만큼 감동적인 락 페스티벌 공연을 관람한후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그 감동의 되새김질 하기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떠올린건, 내가 내 진정한 속마음을 숨기고 영화를 남들과 함께 찬양만 내내했기 때문인가보다. 이걸로 탈탈 털어내자.
무엇이든 창조는 어렵고 고될테지. 뒷방에 앉아 감놔라 배놔라 하기는 쉽고 내 태도라면 그저 남의 말이라면 쌍 지팡이 짚고 나서는 격이니 실컷 썰을 풀긴 했지만 별수없는 가책은 남는구나.
그런고로 다음달에 아이맥스에서 한번 더 봐줄테니 내 악평이 싫은 사람 누구든 그저 난 그래도 두번은 봐주는 진상 손님이다 생각해줬음 싶기도 하고.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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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봤음. 자제염 ㅋㅋㅋ
이번껀 미국인 정서에 맞게 만들어서 더욱 거리감이있을지도. 전 그걸 이해해서 전편보다 더 재밌었는데 아 한국선 비판많겠다는 생각이 계속들었어요. 혼자웃는장면도 많았고
액션신이 왜저리 허접하고 멀리서 찍은거 뿐인가 싶은건... 전부 실제 폭발시키는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장 부수는장면도 실제 부순거임.
알고 있어요. CG를 싫어해서 그랬다는 군요. 왜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적이지 않아서라. 사실적이게 만들면 되지 기술은 왜 발전시킨걸까.
재미있었지만 기대했던 액션신이.. 모노그린 vs 모노그린으로 바뀌었습니다 짜잔!
동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