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https://www.fmkorea.com/6820881831
이전편
[고조선사] 3. (쉬어가기) 기자조선은 정말로 존재했을까?
[고조선사] 4. 패기가 넘치던 왕국(王國), 고조선(기원전 4세기)
1. 연나라의 급성장
기원전 4세기 중후반 고조선은 연나라와의 외교적 갈등을 겪었으나,
원만히 해결하여 상호 화친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기원전 3세기가 되면서 국제 정세가 크게 변하였습니다.
연 소왕(기원전 313년~279년)이 즉위할 무렵
연나라는 제나라의 속국 신세가 됩니다.
소왕은 무려 28년간 절치부심하여 복수의 칼을 갈다가
기원전 285년 장군 악의로 하여금
제를 일거에 공격해 두개 성만 남기고 모두 점령합니다.
엄청난 포효라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이 전쟁은 장기화가 되고 소왕이 기원전 279년에 사망하고,
그 뒤를 이은 혜왕이 제나라의 계략에 빠져 악의를 의심하다가
악의가 조나라로 망명하자 제나라는 제빨리 본토를 회복합니다.
결과적으로 연은 제를 멸망시키지 못하였지만,
이 짧은 기간 동안 연이 보여준 아성은 대단했습니다.
가히 연나라의 전성기라 할 수 있습니다.
2. 사서에 기록된 우리 역사 최초의 전쟁
비록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연나라가 대단한 아성을 보여준 기간에
고조선과 연나라 사이에 전쟁이 있습니다.
사서에 기록된 우리나라 역사의 최초의 전쟁입니다.
<위략>과 <사기>에 모두 기록이 되어 있는데요.
내용이 비슷하면서도 모순적인 부분이 있어서 상호보완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먼저 <위략>을 봅시다.
<위략>
연(燕)은 장군 진개(秦開)를 파견하여
서쪽 지방을 침공하고 2천여리의 땅을 빼앗아
만번한(滿番汗)에 이르는 지역을 경계로 삼았다
<위략>에 따르면 연의 장군 진개가 고조선의 서쪽을 침공하여
2천리를 빼앗고 '만번한'을 경계로 삼았다고 합니다.
연의 동쪽에는 동호와 고조선이 있었는데,
과연 진개의 작전 범위는 어떘을까요?
더 자세한 내용이 <사기>에 있습니다.
<사기> 흉노열전
그 뒤 연나라의 명장 진개(秦開)가
흉노에 인질로 가 있으면서 그들의 신뢰를 받았다.
그가 연나라로 돌아온 후 군대를 이끌고 동호를 습격해 패주시켰다.
이때 동호는 1천여 리나 후퇴했다.
(중략)
연나라 역시 조양(造陽)에서 양평(襄平)에 이르는 장성을 쌓고
상곡(上谷), 어양(漁陽), 우북평(右北平),
요서(遼西), 요동(遼東)의 여러 군을 두어 오랑캐를 방어했다.
<사기> 조선열전
처음 연(燕)나라의 전성기(全盛期)로부터
일찍이 진번(眞番)과 조선(朝鮮)을 침략하여 복속시키고,
관리를 두어 국경에 성과 요새를 쌓았다.
<위략>에는 마치 진개가 고조선의 2천리 영토를 빼앗은 것처럼 기록이 되어 있지만,
<사기>를 함께 보니 동호와 고조선의 영토를 합쳐서 2천리를 빼앗은 것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애초에 연과 고조선 사이에는 동호가 있기도 했으니까요.
즉, 연의 진개는 먼저 동호를 공격하여 1천리를 얻고,
뒤이어 고조선을 침략하여 1천리를 얻어 총 2천리를 획득했습니다.
새로 얻은 땅에는 상곡, 어양, 우북평, 요서, 요동이라는 이름의 군을 설치하여
연의 행정력을 투입시켜 관리를 두고 국경에 성과 요새를 쌓아 영역화를 시켰다고 하네요.
여기서 요동군이 주목이 되는데요.
요동반도는 원래 고조선이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조선이 연에게 완전히 밀려서
중심지까지 다 빼앗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진개는 동호, 고조선을 차례로 침범하여 그 경계를 '만번한'으로 삼았다고 하는데요.
만번한의 위치는 뒤에서 살펴보도록 하구요.
연이 가히 엄청난 확장을 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다만 진번까지 영역화했다는 것은 오류로 보입니다).
3. 고조선의 참패
고조선은 진개의 침입을 막지 못하고 참패하였습니다.
순식간에 엄청난 영토를 잃었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정확한 시기는 알 수가 없습니다.
기록이 <위략>과 <사기> 밖에 없는데 연도가 나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기>에는 '연의 전성기 시절'이라고 적혀 있기 때문에
연이 제나라를 공격하여 기염을 토하던
기원전 3세기 초반일 것이라고 추정할 뿐입니다.
연이 고조선을 공격한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나와있지는 않지만,
국력 상승을 위한 영역 확장이 침공의 목적일 수도 있고,
제와의 전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후방을 안정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진개가 쌓은 장성이 조양에서 양평까지로 북방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설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진개의 침입은 애초부터 고조선보다는 북방 종족을 염두한 것이고
고조선은 필요에 따라 공격받은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기록의 부실로 침략의 시기와 목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기원전 3세기 초반..
진개의 침입으로 고조선이 크게 패배한 것은 사실입니다.
4. 고조선과 연의 새로운 경계선
참패.
처참한 참패입니다.
다수설에 따르면 고조선의 영역은
청천강 이남으로 축소됩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조선은 요동을 잃었습니다.)
먼저, 진개가 경계로 삼았다는 '만번한'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번한은 <한서> 지리지에서 요동군의 속현에 해당하는
'문현'과 '번한현'이라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로 보입니다.
이 두 현은 <한서> 지리지에서도 차례로 기술이 되어 있을 정도로 인접한 지역에 있는데,
여기서 '문현'의 위치는 현재 요동 한복판이라는 것이 다수설적 견해입니다.
따라서 만번한의 위치도 요동 한복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다수설은 고조선과 연나라의 새로운 경계를
요동의 한복판이 아니라 한반도 내부의 청천강으로 볼까요?
그것은 고고학적 근거에 따릅니다.
청찬강 이북에서는 세죽리-연화보 유적으로 대표되는
연나라의 문화가 주를 이루게 됩니다.
심지어 청천강 이북에서는 연나라 화폐 명도전이 대량으로 출토됩니다.
일각에서는 명도전이 고조선의 화폐라는 주장이 있지만,
만일 고조선의 화폐라면
청천강 이남에서도 발견이 되어야 할 것이고,
특히 새로운 고조선의 중심지인 '평양'에 집중적으로 발견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명도전은 청천강 이북에서 주로 발견이 됩니다.
따라서 명도전은 연이 사용한 화폐로 보이고,
연의 세력이 청천강 이북까지 왔음을 알리는 증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청천강 이남은 어떨까요?
청천강 이남에서는 연의 유적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형동검으로 대표되는 고조선계 유물이 확인될 뿐이죠.
세형동검도 청천강 이남에서 주로 발견이 됩니다
(청천강 이북에 없다는 게 아니라 이남에서 '주로' 발견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연이 청천강 이북까지 영토를 확장했다는
다수설의 입장이 공고해지기만 합니다.
그런데 문헌에 따르면 '만번한'은 요동 한복판인데
왜 고고학에 따르면 연의 세력은 청천강 이북까지 온 것으로 확인되는 걸까요?
문헌과 고고학의 불일치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견해가 있는데요.
이 견해에 따르면 진개가 공격하여 영역화한 곳은 요동의 만번한까지인데,
이후 고조선의 지도부가 평양으로 피신하고,
연의 세력도 점차적으로 더 확장이 되어 청천강까지 이르렀다는 것입니다(노태돈).
제 개인적으로는 이 견해가 가장 합당하다고 여겨져 소개를 합니다.
어쨌거나 연은 청천강 이북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는데,
다만 청천강 이북의 모든 지역을 연의 유적이 뒤엎은 것은 아닙니다.
주요 거점도시와 교통로를 따라 연나라화된 유물이 발견될 뿐입니다.
또한 상당한 지역들은 연의 지배를 받았을 수는 있는데,
고고학적으로 기존부터 이어온 지역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오강원).
이는 뒷글들에서 등장할 '위만'이 완전한 중국인이 아니라,
요동지역에 거주하던 '고조선계 주민'이라는 근거가 되기도 하는데요.
그것은 이후의 글들에서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쨌거나 연은 고조선을 밀어내고 요동 지역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충격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고학적 연구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점도 밝합니다.
절대 진리가 아니란 취지입니다.
5. 고조선의 새로운 중심지
고조선의 중심부는 당초 요동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개의 침입으로 요동을 통채로 잃어버리고,
중심부를 평양으로 옮기게 됩니다(이른바 이동설).
이때 잃은 요동은 700년 뒤 광개토대왕이 되찾을 때까지
중국과 모용선비족이 차례로 지배합니다.
고조선의 지도부는 진개의 침입에도 불구하고 명맥이 끊기지 않고
평양에서 새롭게 거처를 정한 것 같습니다.
다만, 평양이란 새로운 곳에서 나라를 부흥시키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로 주어졌는데요.
과연 고조선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요?
아니면 이대로 멸망하게 될까요?
다음화에서 계속..
[고조선사] 6. 고조선 부활하다(기원전 3세기 후반)
한울리카 올림
|
첫댓글 와 제대로 본적없는데 고마워 여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