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일본이란 나라가 불가사의하게 보이는 한 측면은 일본의 미의식에 있다.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 두 발을 어디에 떨어뜨려야 할지 고민할 때 미국인들의 고민이 있었다.
미국인의 눈에 일본은 굉장히 묘한 나라이다. 뭔가를 끊임없이 세밀히 연구하여
아름답게 꾸며 귀엽게 보이도록 안간힘을 쓴다는 미의식으로,
다 쓰러져 가는 집도 창문에 어떻게 하면 화분을 걸어 예쁘장하게 보이도록 할까
고민한다고 할까. 그래서 일본에서 아름답다는 도시와 유적은 가능한 피하고,
그런대 폭탄을 투척했다는 말이 있다.
일본에 가면 깨끗하고 투명하여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일본 문화의 이러한 본유적 특성 때문에, 어디라도 방기해두는 지저분한 구석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그래서 호텔에 들어가 주차장을 내려다 보아도, 추자선이 정말 귀엽게 아기자기 하게 그려져
있다. 이것은 호텔 직원이 어떻게 하면 주차선을 예쁘게 편리하게 그릴까 일종의 연구회 같은 것이
조직되어 몇달을 팀워크로 이것에 메달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인은 모이기만 하면 이런 일들을 한다. 우리 눈에 보기에 약간 미친 짓에 가깝다.
딸이 오사카와 쿄토를 먹방 투어 스케줄로 딱 잡아두는 바람에 '아빠는 군소리 말고 따라
오기만 할 것'이란 약조를 받아내고 출발했는데, 맛집 이란게 최소 반시간이나 한 시간을
바깥에서 기다려야 하고 가격도 비싸더라. 정말 맛있었나? 그 치열한 정성과 기량은 아무래도
식 문화의 수준이 한국보다 십년 정도 더 발달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사카에 가면 이치란 라면을 꼭 먹어 봐야 한다고 해서 줄을 삼십분 이상 바깥에서 섰다가
들어갔다. 그런데 뭔 종이를 주고 나서 체크 하라고 한다. 파를 넣는다면 대파냐 실파냐.
면을 넣는다면 쫄깃한 면인가 퍼진 면인가, 마늘을 넣을까요, 말까요. 국물을 진하게 할까요.
담백하게 할까요.....그런 문답이 일곱 여덟개가 있었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김밥 집에
소시지를 빼고 말아 주세요 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여도 빈축을 사기 마련이지만.
실제로 소시지는 음식으로 먹어서는 안되는 불법으로 막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에서 내 놓는 소지지가 방부제, 향신효, 밀가루 등이 떡칠이 되어 제조 공정을
안다면 입에 가져가 대기도 어려운 불량음식이다.
여하튼 라면 한 가지 종류에, 문답표를 작성하여 취향대로 먹이고 말겠다는 것에 대해서
일본만의 어떤 고집이 있는 듯 했다. 먹어 본 결과에 따르면 순대국밥이나 돼지 국밥에
밥이나 순대 대신, 국수나 생면을 풀어 놓은 듯한 약간 느끼한 맛이다. 이 맛은 몇 번 입안에서
길들여지지 않는 다면 결코 맛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말하자면 라면 한가지라도 분석, 분류하여 배합을 고민하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정돈하여
최종적으로 표준화하여 내어 놓는다는 것이 일종의 일본인 방식이다.
여기에 일본의 쪼잔한 경제 법칙이 또 따른다. 김 두 장을 넣는데 700원, 달걀 한 알에 600원,
밥 한공기에 1000원, 일본인은 라면과 함께 늘 맥주를 마시는데 맥주까지 친다면
족히 15000원이 훌쩍 넘는다. 문제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고역이다.
딸 때문에 오사카와 쿄토의 명물 맛집을 대충 돌았다. 전체 소감으로 친다면, 우리 입맛에는
짝짝 달라붙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요라 그 자체로의 성품만 따져 본다면,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격식과 몇 십년간 우려낸 맛이었다. 어쨌든 음식 수준은 여럿 수 우리 보다 훨씬 앞서
나간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십년 이내에 이런 일본식 맛집들이 한국에서 주류로 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