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색 옷차림이 마치 인종전시장 같은 노트르담 사원 앞 광장 도시와 강물은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파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파리의 발상지로 센 강에 감자처럼 떠 있는 시테 섬 그 안의 노트르담 사원의 웅자는 팔백 년이 흐르면서 그 역사의 무게가 무언의 예술로 다가온다
경건히 기도드리는 신자와 잡담 떠드는 패들 뒤숭숭하니 수라장 같다 어두침침한 굴 속에 들어온 듯하지만 수많은 촛불 여기저기 흔들리며 빛을 내 밝히는데 두어 자쯤 되는 길고 가는 붉은 초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불붙여 밝힌다
어둠 속에서만이 기도가 통하는지 유럽 여느 사원도 그 안은 똑같다 합당한 절차만 지키면 결코 신의 주택을 모독하지 않는지 신의 피조물 인간들이 신과 접촉함에 있어 타고 난 것을 벗어 던지기 기대하지 않는지
컴컴한 분위기에서의 기도는 산만한 마음을 가라앉혀 진실성을 드러낼 수 있으며 빠른 신에로의 귀의를 약속 받을 두터운 신앙심을 고무시키는 조처인가
내세에서의 구제를 도우려 만들어진 노트르담 사원은 가장 깊은 감정의 일부를 외형적으로 표현하려는 고딕양식이며 그 양식의 돌연변이처럼 돌로 그 가슴으로 예술을 표현시킨 문학에서처럼 온갖 미사여구 동원해 표현한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파리의 보석이라는 징미창 스테인드 글라스 색유리의 모자이크 모양으로 전체를 결합시킨 또다른 예술품이며 정상의 난간에서 내려다보이는 통취의 기괴한 새나 짐승 모양의 악마상은 저마다 다른 특이한 일그러진 표정, 턱을 괴고 밑을 보는 놈의 그 얼굴은 살쾡이 같기도 표범 같기도 어쩌면 그것과 그것에서의 돌연변이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런 표정 같기도 한데 똑같은 모양으로 턱을 괴고 아래 보는 어느 중년 관광객의 옷자락 한 끝이 펄럭이는데 바람 때문일까
배 젖는 노의 박공을 가진 거대한 갤리선, 그것이 센 강을 휘젓고 떠날 것만 같은 후미의 그런 절묘한 모습 노트르담은 정교하게 쪼아 다듬어 낸 손바닥 위에 올려진 골동품이다
육십 미터 두 개의 첨탑이 하늘 찌를 듯 외부를 압도할 듯 꼽추 콰지모도 종지기의 비련을 안은 첨탑 정면에 막 해가 지려는 참인지 센 강의 물결이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