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追跡者)-18
“케롤라인. 그 말은 조경순이 그 집을 사게 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묻는 것이군요. 그건
새로운 정보가 발견됐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렇지요? 케롤.”
“예리하시군요.”
케롤은 지하실 바닥 중앙부분에서 담배를 피우며 서성이는 릭 경감의 눈을 찾았다. 눈을 맞추어
계속할 것인가에 대한 승인을 얻으려 하고 있었다.
“그곳까지 추리하고 조사하는 것은 이미 이 사건에 대한 수사적 내공이 갖추어지고 있다는 의미이야. 좋아. 나도 좀 듣고 싶군. 계속하게. 케롤.”
탐색하는 영역을 이쪽으로 옮기듯 중앙에서 서서히 걸어 계단으로 왔다.
“저는 조경순이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당한 이유에 대하여 동의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들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 답을 얻기 위하여 고문 같은 폭행을 하였다고 생각해요. 가정주부라고 단순히 생각한 자들이었다면, 몇 번 위협을 가하고 죽이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처참할 정도로 폭력을 가했어요. 조경순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 자들이 그 남편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까요? 과연 그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고있을까요?”
케롤의 추리가 좋았다. 그녀의 수사적 내공이 번뜩 빛을 발하고 있었다. 릭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동의하고 있음이다.
오늘은 에드와 함께 잠을 자리라 생각하였다. 뜨거운 욕탕에서의 나른함이 그리웠다.
동쪽으로 401 하이웨이를 타고 달리는기분은 상쾌하였다. 늦은 밤. 늦은 가을의 밤바람은 머리를 맑게 해 주었다. 120km/hour. 쾌속 드라이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늦은 밤. 아주 이른새벽의 하이웨이는 한가하였다. 채 20 분이 되지않아 남북으로 가로지른 404 돈벨리를 탈 수 있었다. 404 는 혼자 달리기가 미안할 정도였다. 개인전용 도로였다. 북쪽으로 10분 달리면 될 것이었다. 같은 속도로. 멀리 스틸+우드베인으로 빠져나가는 긴 사인이 헤드라인에 선명히 드러났다. 휴대폰 벨이 울렸다. 1 번이었다.
13.
“데드! 지금 어디 계셔요?”
굵직하고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1 번! 아직 자지 않고 있구나. 약 8 분정도면 도착할 거다. 왜?”
“두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어요.”
“말해봐. 뭔데?”
“하나는 에드 아저씨가 급히 만나고 싶어하고, 다른 하나는 원스타라는 한국 분이 전화 했었어요.”
“원스타? 히즈 어 스트레인져 투 미 앤 아이 네버 노우 힘(He is a stranger to me and I never know him). 왜 찾는지 물어봤니?”
“예. 특별한 일은 아니고 아는 사람이라고했어요.”
“전화번호는?”
“공중전화로 한 것 같아요. 419 로찍혔어요. 그게 다여요.”
“고마워. 1 번. 곧 만나자.”
원스타. 일성이란 이름일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4 년 전 기자 직업을 그만 둔 후로는
한인사회와 발을 끊듯이 하며 살고 있기에 몇 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은, 특히 한인은 없었다. 원스타. 낯선 사람이 틀림없다.
호텔 라비같은 콘도 라운지에 들어서니 10 년 전부터 근무하고 있는 그렉 노만이 아는 체 인사를 한다. 그는 쥬위시임에 틀림없다. 언제나 밝은 라운지를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피로가 덮쳤다. 9 층의 카펫 깔린 긴 복도는 깊은 밤에 잠겨 있었다. 에드는 거실 컴퓨터에 앉아서 일어나지도 않고 나를 보고있었다.
“에드. 괜찮아?”
“아니. 못 괜찮아. 지금 아내의 죽음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네. 그러나 더 깊이 알고
싶은데 아내의 패스워드를 몰라서 진전이 없어. “
“새로운 사실이라면?”
“우리는 다음에 가족 카페를 만들어 서로의 의견이나 일상을 올리며 가족끼리의 대화를 하곤
하였네. 우리가 옥빌로 이사를 하기 전과 그 후의 아내가 일상을 쓴 내용이 지금 좀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이네.”
“어떻게?”
나는 케롤이 떠올라서 옆 식탁의 의자를 당겨 에드 옆에 앉았다.
“아내가 그 집을 선택하기 위하여 부동산 중개인과 부동산회사를 여러 곳 찾아 다녔었네. 그러다 마침내 그 집을 선택한 것으로 느껴지네. 나는 우연히 좋은 부동산 중개인을 만나 마땅한 집을 산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미 아내는 그 집을 찾았다는 노력의 자취를 읽을 수 있었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너무 잔인하게 살해 당하였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히고 자꾸 원인을 찾게 만드네. 가능하다면 아내의 이메일을 읽어보았으면 하네. 그것이 아내의 타살에 어떤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네다운 생각이야.”
“놀라지 않는군. 이미 짐작하고 있다는 의미인가?”
“어때? 자네가 동의한다면, 우리 함께 자네 아내의 패스워드를 찾길 시도하겠네.”
“우리라니?”
“자네와 나. 그리고 1 번. 1 번은 컴퓨터 해커 전문가 수준이네. 대학만 6 년째 다니고 있고,
직업이 학생이네. Broad Casting& Science 를 욕대학에서, meth & economic 을 오타와 대학에서
그리고 Human Life &Geographic 과 Computer Engineering 을 세네카에서 공부하고 있네. 어떤가?”
그는 고개를 아래 위로 흔들었다. 켜둔 텔레비전에서는 토요일 새벽 2 시 뉴스를 방영하고
있었다. 또 웨스트 다운 타운에서의 총기사건이었다. 1 번 역시 자기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1 번은 파트타임 캐나다 육군이기도 하였다. 여름방학 중 2 달 동안은 군에 들어가 정보부서에서 근무한다. 근무기간중 1 달의 월급은 3,500 불. 1 년에 한 달간은 정규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그때도 월급은 나온다. 그렇게 3년을 근무한 후 계속 군에 있을 수 있고, 제대를 원하면 군 복무를 마친 혜택을 받는다. 그 다음에는 예비군으로서 필요시에는 동원될 수도 있다. 그는 다행히 아프가니스탄에 징집되지는 않았고 무사히 군 복무를 마쳤다. 나는 그런 그 녀석에게 의뢰했다. 믿을 수 있었다.
“아이디는 JO KYONGSOON 이다. 패스워드를 찾아봐라. 두 사람의 생일과 랜딩 연월일 결혼 연월일을 참고하여. 우리도 각자 찾아보겠다.”
나는 랩탑 컴퓨터를 켰다. 에드는 거실에있는 데스크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침묵이다. 나는 구글에서 칼림교를 찾았다. 그러나 정보가 없었다. 애드와 조경순이 그 집을 구입하였고 마미가 발견되고 조직이 개입되어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엘리자벳을 상해하고 그 집 주인인 조경순을 무참하게 살해하였다. 그리고 에드먼드가 확실한 정체를 아직 모르고 있는 조직에 의하여 납치되었고 그들은 나에게 알고 있는 그 집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였고 에드에게 그 집을 그들에게 넘기기를 요구하였다. 그 조직에는 OPP 수사관인 아크샤가 관여를 하고 있고 잉거스터가 관여하고 있고 클리스코프가 조직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현재까지의 모든 정황들이 그 집을 중간에 두고 일어났거나 나고 있었다. 날이 새면 엘리자벳을 만나보리라 다짐하였다.
“데디! 아이 갓 잇 나우(Daddy! I got it now). “
1 번이 큰 소리로 외쳤다.나와 에드가 1 번 방으로 달려갔다.
“의외로 간단하였어요. 이런 방법으로 패스워드를 만드는 것은 보편적이고 특히 초보자나 여성들이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분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패스워드에 그 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JO KYONGSOON 에서 KYONGSOON 하고 JO 를 숫자로 사용하였어요. JO 는 J 가 알파벳 순서 10 그리고 O는 알파벳 순서 15. 그래서 패스워드는 KYONGSOON 1015 입니다.”
에드가 1번을 보며 환호의 미소를 지었다. 새벽 2 시 34 분이었다. 이제는 자야겠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잠을 자야겠다. 영혼을 푹 쉬게 하여야 했다. 지친 영혼을. 자고 나면 다시 험한 시간을 헤매야 하는 내 영혼을 쉬게 하여야 했다.
일요일. 두 주전의 일요일같이 햇볕은화사하였다. 바람이 없는 온타리오 호수는 평화 그것이었다. 하늘과 그 바다는 한몸이 되어 싱싱하게 늦가을 일요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온타리언(Ontarian)에게는 축복이었다. 삶의 축복. 살아 움직이고 있음에 대한 환희였다.
이른 아침부터 엘리자벳은 헤즐럿 커피를 마시며 그 축복을 포치의 흔들의자에 앉아 만끽하고 있었다.
“굳모닝. 엘리자벳.”
“아하~ 뭐라고 그랬지. 이름이?”
“제임스”
“그래. 제임스. 제임스 본드 같은 제임스. 안녕.잘 지냈나?”
엘리자벳은 팔걸이가 없는 둥근 의자를 옆으로 끌어당겨 앉기를 권했다. 나는 의자에 앉으며 엘리자벳을 다시 봤다. 날씨 탓인지 기분이 좋은것 같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니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다.”
엘리자벳은 나를 보고는 눈을 멀리 호숫가로 향했다. 먼 옛날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제니! 참 좋은 아가씨였어. 상냥하고 아름다웠지. 밝고 싱싱했어. 모두가 좋아했었지.
나에게는 영어를 배운다며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어. 제니는 영어를 참 이쁘게 사용하는 아가씨였어. 나는 그날 그날 우리의 이야기를 일기에 써서 제니에게 보여주며 영어를 가르쳐 주었지. 그렇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줄 필요는 없었지만... 제니는 영어를 이미 잘하였거든. 그러나 제니는 누구에게도 그렇게 잘하는 체를 하지 않았어. 그것이 더욱 제니를 사랑하게 하였지.”
“그랬었군요. 엘리자벳. 제니가 혹시 그녀의 한국이름을 말하지는 않았습니까? 나에게 준 일기장에는 한국이름이 나오지 않았더군요.”
“한국이름? 잠깐 기다려 주겠나? 우리끼리 공부를 할 때 써 준 노트가 있어. 그것을 보면 기억할수 있을거야.”
엘리자벳은 내가 자리를 뜰까 염려하면서 뜨거운 녹차가 가득 담긴 눈같이 흰 머그잔을 내 왼손에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자벳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곧 나는 녹차 잔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 포치계단을 내려와 옆의 에드집을 보았다. 서로의 출입문과 출입문은 불과 15 미터의 거리 정도이고, 양쪽집은 1 미터 넓이 정도의 잔디밭으로 경계하고 있었다. 집건물이 끝나는 뒤편부터는 지은 지 오래된 하우스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2 미터 사이로 50 센티 정도 높이의 나무 말뚝을 박고 흰 페인트칠을 하였고 그 사이에는 장미와 라일락을 심고 나란하게 야구공 크기의 돌멩이에 흰색 페인트칠을 해 경계를 하였다.
특별히 옆집에 대한 생활의 불편을 느끼지 않았음을 말해주었다. 서로 특별히 의심하면서 살고 있지는 않았음을 말하고 있었다. 수 십년을 그렇게 지금까지 지냈음이 틀림없다. 외관상 특별한 점이라곤 없어 보였다. 평화스러운 온타리오 호숫가에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채 늘어선 하우스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왜? 에드의 집에서 이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건가.
이것들은 절대 우연이거나 운명일 수가 없고 어떤 목적을 위한 어떤 조직의 행동이 결과한 것이라는 확증이 굳어졌다. 그렇다면 지금은 끝이 아니고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끝은 어디고 무엇인가. 나의 이러한 깊은 생각들을 엘리자벳이깨었다.
“제임스. 내가 찾았어. 이리 와서 읽어보겠나?”
엘리자벳의 손에 잡지 크기의 낡은 초록색 상자가 들려 있었다. 엘리자벳은 내가 다시 의자에 앉자 손바닥으로 먼지를 털듯 쓰다듬고는 처음에는 흰색이었을 1 센티 정도 넓이의 천으로 된 상자를 묶은 끈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그녀는그 박스 뚜껑을 내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 박스 속에는 10 센티정도 길이의 낡은 갈색 연필과 옅은 회색 종이가 겹겹이 쌓인 채 들어 있었다. 엘리자벳은 붕대를 아직풀지 못한 왼손으로 겨우 박스를 지탱하고 오른손으로 그 종이들을 하나 하나 꺼내서 보고는 의자 옆 공간 바닥에 놓았다. 나는 박스 뚜껑을 그 종이 위에 놓았다. 옅은 바람에도 날릴 수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