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4일 목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20-2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21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나가라.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22 그때가 바로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23 불행하여라, 그 무렵에 임신한 여자들과 젖먹이가 딸린 여자들!
이 땅에 큰 재난이, 이 백성에게 진노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24 사람들은 칼날에 쓰러지고 포로가 되어 모든 민족들에게 끌려갈 것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다른 민족들의 시대가 다 찰 때까지 그들에게 짓밟힐 것이다.
25 그리고 해와 달과 별들에는 표징들이 나타나고,
땅에서는 바다와 거센 파도 소리에 자지러진 민족들이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26 사람들은 세상에 닥쳐오는 것들에 대한 두려운 예감으로 까무러칠 것이다.
하늘의 세력들이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27 그때에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28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암으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도
병원에 입원하고 수술을 받기 전에 수술이 성공할 것인지 실패할 것인지 기다리는 환자의 기분을 짐작하실 것입니다. 암으로 수술을 받기 전에 의사 선생님은 아들에게서 대략 20여 장의 동의서를 받아갔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수술을 받다가 잘못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주치의는 설명하였고, 환자와 보호자는 잘 인지하였으며, 병원 측의 고의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동의서에 아들이 서명을 하고 와서 나에게는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고 계속 안심시켰습니다.
나는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에 이미 죽음을 체험하였기 때문에 수술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희망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술하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온몸에 몇 가닥 남지 않은 터럭을 모두 제거하고 수술 준비를 하면서도, 죽을 수도 있다는 그 우려도 조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다만 항암치료를 하는 동안 그렇게 힘들었던 것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더 많았는지도 모릅니다.
새벽 여섯 시쯤 수술실로 향했습니다. 안수를 받으면서 다시 가족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찬찬히 쳐다봤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냥 주무시고 오십시오.’하면서 억지로 웃는 아들과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시끄러운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취하면서 내 이름을 물어보는 소리가 아련히 들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죽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멸망하고 내가 숨질 때도 그렇게 숨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다시 살아날 것이고 자는 것처럼 마취에 취해서 그렇게 눈을 감고 있으면 숨을 멈추고 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근 열 시간의 수술을 아내와 아들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당초에 열네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기적처럼 줄어들어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습니다. 수술한 후 2주 동안 나는 정말 수술을 괜히 하였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때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나는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무엇인가 묵상을 하든지 몰두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묵상했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고통을 견디다보면 고통에 몸서리쳐질 정도로 힘들어 죽고 싶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통이 지나가면 잊어지고 고통도 별로 어렵지 않은 사건이 됩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나를 위로해 주는 환우들이 자신들도 아픔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나를 보며 웃으며 용기를 주는 그 미소가 눈물겹도록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나도 암수술의 고통을 지금은 대부분 잊고 있습니다. 죽음도 부활하리라는 희망이 있으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과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확고한 부활 신앙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 되어 있어야 합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에 자고나오면 수술이 잘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수술실에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는 것과 같이 죽기 전에 부활하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하며 세상이 멸망한 후에 부활하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다고 하더라도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은 고통은 언제인가 극복하고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믿음 때문이며 그 다음에 행복한 시간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희망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멸망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영원한 삶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지금의 어려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지금의 고통을 기쁘게 견뎌냅시다. 희망 찬 내일을 생각하며 견뎌냅시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 요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18,1-2.21-23; 19,1-3.9ㄱㄴ
나 요한은 1 큰 권한을 가진 다른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광채로 땅이 환해졌습니다.
2 그가 힘찬 소리로 외쳤습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대바빌론이! 바빌론이 마귀들의 거처가 되고
온갖 더러운 영들의 소굴, 온갖 더러운 새들의 소굴, 더럽고 미움받는 온갖 짐승들의 소굴이 되고 말았다.”
21 또 큰 능력을 지닌 한 천사가 맷돌처럼 큰 돌을 들어 바다에 던지며 말하였습니다.
“큰 도성 바빌론이 이처럼 세차게 던져질 터이니 다시는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22 수금 타는 이들과 노래 부르는 이들, 피리 부는 이들과 나팔 부는 이들의 소리가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고
어떠한 기술을 가진 장인도 다시는 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맷돌 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23 등불의 빛도 다시는 네 안에서 비치지 않고 신랑과 신부의 목소리도 다시는 네 안에서 들리지 않을 것이다.
너의 상인들이 땅의 세력가였기 때문이며 모든 민족들이 너의 마술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19,1 그 뒤에 나는 하늘에 있는 많은 무리가 내는 큰 목소리 같은 것을 들었습니다.
“할렐루야! 구원과 영광과 권능은 우리 하느님의 것.
2 과연 그분의 심판은 참되고 의로우시다. 자기 불륜으로 땅을 파멸시킨 대탕녀를 심판하시고
그 손에 묻은 당신 종들의 피를 되갚아 주셨다.”
3 그들이 또 말하였습니다. “할렐루야! 그 여자가 타는 연기가 영원무궁토록 올라간다.”
9 또 그 천사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초대받은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축일11월 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Andrew Dung-Lac)
신분 : 신부, 순교자
활동 지역 : 베트남(Vietnam)
활동 연도 : 1785-1839년
같은 이름 : 안드레아스, 앙드레, 앤드루, 앤드류
베트남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1533년경 중국으로 가던 유럽 선교사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 후 선교 사업은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다가 1615년에 예수회가 이곳에서 정식으로 복음을 전하였다. ‘베트남의 사도’로도 불리는 예수회의 알렉산드르 드 로드(Alexandre de Rhodes) 신부는 1623년 성탄절에 이곳에 도착하여 1645년까지 추방과 재추방을 거듭하면서도 수많은 베트남인들에게 세례를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698년까지 베트남에서는 산발적으로 혹독한 교회 박해가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도 세 번의 박해가 있었고, 19세기에 들어서도 박해가 더욱 잔인해지자 프랑스는 이를 막기 위해 1862년에 베트남을 침략했고, 1883년에 베트남을 식민지화함으로써 박해를 종식시켰다. 이때까지 박해를 받고 순교한 이들 중 117위가 1988년 6월 19일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베트남의 순교자들로서 시성되었다. 시성된 이들 중에는 96위의 베트남인과 에스파냐 출신 도미니코회 소속 선교사 11위 그리고 10위의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선교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신분별로 보면 8위의 에스파냐와 프랑스 출신 주교들과 50위의 사제들(13위의 에스파냐와 프랑스 출신과 37위의 베트남 출신) 그리고 59위의 베트남 평신도들로 구성되어 있다.
성 안드레아 둥락(Andreas Dung-Lac)은 1785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고 사제가 되어 여러 지역에서 선교와 사목활동을 하였다. 그는 많은 신자들과 함께 박해 중에도 주님을 굳게 믿고 따르다가 1839년 12월 21일 베트남의 하노이(Hanoi)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그는 1900년 교황 레오 13세(Leo XIII)에 의해 시복되었다. 그 후 1988년 6월 19일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116명의 동료 순교자들을 시성하면서 그들의 축일을 11월 24일에 기념하도록 보편교회 전례력에 포함시켰다.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시성식 강론에서 혹독한 박해를 이기고 영웅적인 모범을 보인 순교자들의 용기와 신앙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 축일을 맞은 안드레아 둥락 (Andrew Dung-Lac) 형제들과 베트남의 모든 교우들에게 주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야고보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