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2. 11. 19. 토요일.
하늘이 맑고, 날씨는 온화하다.
나이가 자꾸만 많아지고, 등허리가 활처럼 굽어지는 나한테는 따뜻한 날씨가 정말로 고마웠다.
나는 어린시절부터 손발이 유난히 차거워서 섬뜻하면서 내가 먼저 깜짝 놀래곤 했다.
자꾸만 늙어가는 요즘 늦가을철에는 오른손이 더욱 차갑고, 시렵다.
오후에 아내와 함께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서호/동호) 한 바퀴를 천천히 걸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의 잎사귀가 붉게 매달렸고, 왕벚나무의 붉은 잎은 거의 다 졌고, 노란색깔의 은행나무 잎파리들은 거의 다 져서 땅바닥에서 나뒹글고 있었다.
억새와 갈대가 나붓끼는 한강공원, 또는 서울 올림픽공원으로 나가서 걷고 싶었지만 그냥 가까운 석촌호수만 돌았다.
아내가 다리가 아프다며 거절한다.
내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시골에 내려가 있다.
요즘에는 갈대와 억새가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릴 게다.
갈대와 억새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사진을 게시한다.
갈대, 달뿌리풀, 억새, 물억새의 차이가 있기에 나는 식물 공부를 더 해야 할 터.
삐비(띠)
사진은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용서해 주실 게다.
이들은 모두 여러해살이의 식물이며, 실뿌리를 솥단지 안에 넣고 물 끓여서 마실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톨게이트를 막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의 산자락 밑에 있는 텃밭 세 자리.
풀 한 포기조차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밭을 깔끔하게 가꾸다가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참 서울로 되올라왔다. 텃밭 세 자리에는 수백 그루의 과일나무와 조경수의 묘목, 많은 화초류와 산채나물용 식물들이 있었는데 밭주인의 발걸음이 뜸해지자 야생초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나무의 씨앗도 싹이 터서 웃자라고 있다.
자연스럽게 식물천이가 일어났으며, 기존의 나무와 풀의 일부는 크게 웃자랐고, 일부는 햇볕싸움에 져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있다.
하나의 예다. 내 텃밭에서 억새와 갈대, 삐비가 조금씩 퍼지기 시작하더니만 이제는 가득 찼다.
내가 시골을 떠난 지가 8~9년째인 지금에는 이들의 뿌리가 꽉 쩔었다.
이제는 삽과 괭이로는 풀뿌리를 캐내기가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 대형 트랙터로 땅을 파 뒤엎어야 할 지경이다.
* 굵은 나무를 기계톱으로 모두 베어낸 뒤에나 트랙터가 들어설 터.
자꾸만 번지는 억새, 물억새, 갈대, 달뿌리풀, 스크렁, 삐비 등의 식물은 뿌리가 길고 억세다.
자꾸만 더욱 넓게 번지는 현상에 고개를 흔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들의 실뿌리를 캐서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당신들이 한 번 내려가서 몽땅이라도 다 캐 가기 바란다.
... ....
친환경 농법으로 짓는 농사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1.
어제는 아 파트 단지 쓰레기장 옆 빈 터에 쏟아서 내버린 화분 흙을 보았다.
흙이 조금은 필요하기에 꽃삽으로 흙을 퍼서 작은 비닐봉지 안에 넣고는 아파트로 가져왔다.
헌 냄비 안에 붓고는 물 부은 뒤 가스불을 켜서 뜨겁게 삶았다.
흙속에 있는 벌레, 균들이 모두 죽었을 터.
흙속에는 해로운 균과 이로운 균이 함께 있지만 우선은 흙속의 벌레(해충)이 징그러워서 이들을 없애고 싶었다.
농약을 치면 되겠으나 아파트 안에서 농약을 뿌릴 수도 없어서 그냥 뜨겁게 삶았다.
시골에 있다면야 흙에 물을 부어서 뜨겁게 삶은 게 아니라 뜨겁게 볶아서(불 때서) 흙속의 벌레와 균을 잡을 게다.
아내가 궁시렁거렸다.
'뜨겁게 삶으면 이로운 균도 다 죽는 거잖아요? 약을 사서 뿌리세요.'
나는 그냥 쉽게 가스렌지 불로 흙탕물을 뜨겁게 삶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1..
나는 날마다 홍시 몇 개씩 먹는다.
지난 10월 30일 시골에서 시향/시제를 지낸 뒤에는 나는 왕대나무 긴 장대로 높은 감나무 가지에서 감을 땄다.
홍시이다.
서울로 가져온 뒤 날마다 서너 개씩 먹는다. 감씨는 많으면 8개가 나온다.
이를 모아두었다가 내년 봄에 시골로 가져가서 흙속에 묻어서 싹을 틔우고 싶다. 싹이 튼 묘목을 심으면 재래종 감나무밭이 될 터.
감씨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이다. 헝겊으로 싼 뒤에 흙에 묻었다가 내년 봄에 꺼내서 밭 흙속에 묻으면 싹이 더욱 빠르게 나온다고 한다. 실험 삼아서 한번 해 봐야겠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에 내려가 텃밭농사를 다시 짓고 싶다.
서울에서는 이렇게라도 하면서 나를 달랜다.
2022. 11. 19. 토요일. 최윤환
나는 문학전문가는 아니다.
문학글이 아닌 생활일기 위주로 글을 쓴다.
내 삶이 깃들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