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과 2시에 만나기로 했지만 한시라도 더 빨리 뵙고싶어서 1시로 정정을 하였는데 정작 저는 2시에 도착하기도 어려운 사정이었습니다. 코엑스 인근에 도착하자 김정수 선생님께서 직접 데리러 나와주신 것도 감격스러운데 뜨거운 포옹 까지 해주셨고 복국집으로 가보니 저를 기다리느라 모두 낮술에 젖어 계셨습니다. 저도 바로 소주를 캬~^^. 박광성 작가께서 특별히 에세이스트 회원들을 위하여 직접 설명하고 안내를 해주시려고 기다리고 계신다 하지만, 저를 기다리시느라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저도 함께 취해야 할 당연한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지각한 죄로 모든 경비를 다아 감당하겠다는 각오로 임했지만 계산은 김정수 선생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양보를 하고 말았습니다.
김효숙, 조성현, 전이순, 조정은, 김정수, 변애선 은 서로 취기가 각각 다른 불균일한 술냄새를 풍기며 그림을 감상하는 실례를 범하였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고 보니 어쩌면 다아 이해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엄격하다던데 한국 사람들은 낮술을 마시고 그림을 보러 오더라고 하면서 퍽이나 인상적이었을 겁니다. 저는 그저 박광성 작가의 그림들을 구경하러 갔으니 다른 부스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못했습니다. 출품된 화려한 그림들 사이에서 흑백은 더욱 도도아고 우아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평생 흑백으로 작업한 화가가 처음으로 칼라 판화 작업을 하였다하여서 어떤 칼라를 쓰셨는지도 매우 궁금하였구요. 그 중에서 블루와 오렌지는 특히 아름다웠습니다. 녹색도 물론 좋지만. 한정판 판화가 한 점에 이백만원. 이런 가격이라면 한 점이라도 꼭 사야지.
사진도 찍고 녹음도 하고 인사를 드리고 이제 거기를 나섰는데 갑자기 <Landscape> 가 저를 잡아끄는 것 같았습니다. 일몰의 흑백 그림. "개와 늑대의 시간" 같기도 하고 제가 처음으로 남자의 몸을 안은 그 시간 같기도 해서 그 주인이 저인 것 같았답니다. 그 그림은 천구백만원. 판화도 사고 싶고 페인팅도 사고 싶고. 아주 오랫동안 소유한다는 자체를 기피하고 살았는데 드디어 무언가 소유하고 싶어졌다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아예 큰 그림은 살 엄두도 내지 못하였지만 그것도 사고 판화도 살 것입니다. 그것을 약국에 걸어두고 항상 바라보려고 합니다. 그 날 어느 비평가가 말했다네요. "2014 KIAF 에서 딱 한 점을 고르라면 고를 것이다. 박광성의 landscape 이다" 라고. 저는 그런 말을 듣지도 못했을 때 그 그림을 소유하기로 작정하였으니 저도 평론가 대열에 있는 것이 맞지 않나요.
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전이순 선생님께서 또 계산서를 차지해서 저는 그 날 지갑을 단 한 번도 열지 못했습니다. 새색시 시절에 그 맛있는 수원갈비를 먹다가 아이를 업고 안고 수원역으로 달려갔으나 결국 기차를 놓쳐버린 한많은 그 갈비를 푸지게 사주신 이도윤선생님, 밤늦게 수원까지 데리러 오셔서 우리를 태워주신 안민희 선생님, 잠결에 나오셔서 맥주값을 내주신 김종완 선생님, 부산에 꼬옥 오신다던 김효숙 선생님, 집에 유명한 그림이 많지만 박광성 작가의 그림도 사고 싶다던 김정수 선생님, 다음 날 저녁 식사에도 나오라고 하시던 조정은 선생님. 저에게 선물을 주시고 바쁘다고 빨리 가버리신 전해주 선생님. 헤라클레스 조성현 선생님... 저와 함께 전시를 보고 싶었으나 오지 못하신 모든 에세이스트 님들께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첫댓글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들~~ 한 사람 곁에 또 한 사람 ~~ 우리 서로 바라보며 웃네~~ (양희은 버전)
일요일에 종로 시네큐브에서 영화보고 차마시는 것 까지 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선생님~! 너무 놀았더니 도저히 더는... 돌아가는 차편은 영화객실 밖에 없어서 그걸 탔는데 영화 시작하자 마자 잠이 들어버렸다는.. 세상에 영화를 마다하고 곯아떨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놀았다는^^
TO HAVE AND TO BE
절제된 색채로 욕망을 잘 표현했네요.
하얀 낮달 같은 여자의 얼굴도 인상적입니다. 변애순 선생님 덕분에 눈요기 잘하고 가요.
헉, 이춘희 선생님,, 저의 애칭이 애.순. 인 줄 도대체 어떻게 아셨나욧^^ 저를 예뻐하는 어른이 애순아애순아 이렇게 부르시면서 약을 올리시거든요... 그 그림을 직접 걸고 차도 마시고 바라보고 지냅니다.. 약국에 있는 일이 제일 좋아졌습니다. 공간이 달라졌어요,,, 행복하게...
@변애선 변애선 선생님^^ 동료 중에 애순이라는 존함을 가진 분이 계시는데 입에 익어서 그만... 죄송합니다ㅠ 즐거운 하루 되십쇼~
실존과 소유.....멀리서 달려오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렇게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안에 투영된 전시장 풍경과 구경하는 사람들도 묘한 느낌을 주네요. 마치 어떤 복선이 깔린 듯........^^*
저 판화가 한정판으로 10세트 나왔다는데 처음에 세트로 사라니까 미적미적하던 한 남자가 두 점을 걸고나더니 당장 마저 한 점을 사오라고 하더라는... 아주 묘한 느낌이 있다하면서... 고흐 고갱 클림트 등의 카피를 걸고 지내다가 박광성 화백의 그림을 거는 순간 드디어 생이 완성된 느낌이... 아마 반드시 더욱 인정받으실 화가라고 생각되니 금싸라기 땅을 구입한 기분^^
저 몸매가 뉘길깡......
조정은 선생님 말씀 "꼭나를본드키그렸드만..." . 맞습니다. 저는 저런 가슴, 바스트를 가져보는 것이 로망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