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산령 구월 야생화
구월이 시작된 첫날 일요일이다. 넉 달씩 끊어 계절을 구분 짓는 방식으로는 가을 문턱이지만 무더위 기세는 여전하다. 여름을 건너오면서 피어날 야생화를 탐방하려고 이른 아침 마산역 광장으로 나갔다. 역 광장에서 진전 둔덕으로 가는 76번 버스를 탈 참이다. 광장으로 오르는 노점에는 계절감을 느낄 푸성귀를 펼쳐 손님을 맞았다. 제피열매와 햇고구마와 호박잎이 눈길을 끌었다.
번개시장 들머리로 가 김밥을 마련하다가 그 곁에 무쇠 솥뚜껑을 달구어 부추전을 굽는 냄새가 구미를 당겨 하나 샀다. 맞은편 콩국을 파는 가게는 늘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어 선 채 먹는 이들도 보였다. 마산역 번개시장 콩국은 소문난 명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해도 될 정도 근기가 있다. 나는 김밥과 부추전을 사서 배낭에 채워 정한 시각 출발하는 둔덕행 76번 버스를 탔다.
버스는 어시장과 댓거리를 지나 밤밭고개를 넘었다. 동전터널을 지나 진동환승장으로 가는 차내에서 아침에 본 풍경으로 ‘마산역 번개시장’을 남겼다. “새벽을 여는 사람 모여든 번개시장 / 평일에 찾은 단골 주말도 잊지 않아 / 들머리 부추전 가게 뒤집기가 바쁘다 // 식사를 대신하는 건너편 콩국 포차 / 인기리 팔리기에 서서도 비울 지경 / 물씬한 서민 냄새로 장삼이사 만나다”
남겨둔 부추전 사진과 함께 내일 아침 지기들에게 안부를 전하는 시조로 쓸까 준비해 놓았다. 그새 버스는 진북에서 진전으로 향해 양촌으로 들어 일암에서 대정을 지났다. 소나무가 분재 수형을 이뤄 자란 밀양 박씨 선산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자손들이 벌초와 재실 청소를 하느라 땀을 흘렸다. 버스는 종점에서 배차 운행 시각을 맞추려고 골옥방에서 10여 분 기다리다 둔덕으로 갔다.
교외로 나간 버스는 종점에서 종종 혼자 내린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날이었다. 둔덕 종점에서 군북 오곡으로 넘는 자동찻길을 따라 비탈을 올라갔다. 둔덕에 딸린 작은 마을 오실에서 예각을 크게 튼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미산령 갈림길에서 임도로 들었다. 거기서부터가 야생화 탐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구간으로 며느리밑씻개로 불리는 덩굴성 식물과 물봉선이 피운 꽃을 만났다.
달포 전 당국에서는 길섶에 무성한 풀을 자르는 작업을 마쳐 새로이 돋아 자랐다. 임도 식생은 뜨거운 여름을 건너오면서 그새 복원되어가는 중으로 야생초들은 서둘러 자라 서리가 오기 전 꽃을 피우려고 했다. 꽃잎이 파란 달개비꽃은 개체 수가 흔했고 예초기 칼날을 피한 달맞이꽃과 물봉선꽃도 더러 보였다. 짚신나물과 여우팥이 피운 노란 꽃도 만났는데 물레나물꽃은 못 봤다.
기름나물은 안개꽃과 같이 하얀 꽃을 피웠다. 언덕을 타고 오른 칡은 덩굴을 드리워 피운 자주색 꽃을 매달았다. 고갯마루로 오르는 언덕에 자생하던 마타리는 작년에 흘러내린 산사태 복원으로 당분간 볼 수 없지만 거기서 뒤늦게 피어난 주황색 상사화를 만났다. 오곡재가 미산봉을 거쳐 여항산으로 이어지는 미산령 고갯마루 정자에서 준비한 김밥과 부추전으로 점심을 요기했다.
정자에서 아득하게 멀어지는 골짜기를 바라보니, 그 끝은 진동만 바다였고 거제섬이 앞을 가렸다. 쉼터에서 북향으로 가니 함안 가야 읍내와 들판이 아스라이 드러났다. 산나물도 그랬는데 양지바른 곳보다 그늘진 응달이 식생 자원이 풍부하고 무성하게 자라 야생화 종류 다양하고 개체 수가 많았다. 땅에 납죽 엎뎌 자란 이질풀 분홍색 꽃과 산나물도 되는 뚝갈은 하얀 꽃을 만났다.
참취와 까실쑥부쟁이는 뚝갈처럼 하얀 꽃이었다. 응달이라 며느리밑씻개와 물봉선은 군락을 이뤄 자랐다. 계곡 석간수를 한 모금 움켜 마시고 나오다가 파란색으로 피는 영자자꽃을 만났다. 봄에 생으로 먹는 산나물로 상큼하고 향이 좋은 영아자였다. 아까 산사태 복원지에서 못 본 마타리꽃은 노랗게 피어 허공에 작은 양산을 펼친 듯 보였다. 미산에서 봉성으로 나가 열차를 탔다. 24.09.01
첫댓글 번철에 구운 부추전이 먹음직합니다
ㅎ 사진에 나온 넉 장은 앞 손님 주문한 거였고,
저는 새로 한 장 더 부쳐내 산중 간식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