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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유 게시판 스크랩 모기장 이야기
아녜스 김채경 추천 0 조회 291 07.08.01 00:37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 밤 대구가 열대야로 무더웠단 뉴스를 듣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지난 밤에 더워서 혼났재? 우리는 시원했는데..."

"말도 마라, 지난밤 더워서 잠도 못잤다."

그저께 막내가 휴가를 떠나며 엄마에게 들렀다 갔다.

커다란 원터치 모기장을 사와서는  펴는데 10초 접는데 7초 밖에 안걸리며,모기장 안에서 텔레비전도 다 볼 수 있고 얼마나 편하냐며 방을 거의 다 차지하는 모기장을 쳐주고 갔다고 하셨다.

하지만 모기장 안에서는 텔레비전도 희미해서 제대로 볼 수 없고, 모기장 안은 너무 더워 접고싶었지만  어떻게 접는지 통 알 수가 없다고 하셨다.

방을 거의 다 차지한 모기장의 한 켠에서 겨우 비비고 잠을 잤는데 이젠 저 모기장을  치울 수가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걱정이 한 보따리셨다.

이웃 아주머니께서 마침 들르셨기에 같이 한 번 접어보자고 두 분이 씨름을 했지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가버려 허탈하게 앉아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모기장은 괴물처럼 방을 차지하고 엄마를 내?고 말았다.

막내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려니 극구 말리신다.

"딴에는  잘 한다고 사왔는데 뭐라 하지마라, 내가 어떻게 해볼게"

그래도 휴가간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가 청소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접느냐고 둘러댔다.

막내 동생은 엄마에게 전화로 설명을 해주겠다더니 다시 전화가 와서 엄마에게 설명을 해드려도 모른다고 하니 누나가 언제 대구에 가면 접어주라고 대수롭잖게 말했다.

답답한 사정 뻔히 안 이상 어떻게 처리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봤다.

어쩌면?

엄마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 모양이다.

'모기장 접는법'이라고 동영상까지 떠 있었다.

동영상을 보고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우유팩 접듯이 접어보라고 설명을 해드렸다.

그 다음 휘어지는 살대에 대해 설명을 하고 꽈배기 꼬듯이 빙 꽈보라고 했는데 더 이상은 불가였다.

"이제 됐다. 접기만 해도 살겠다."

모기도 없는 집에 막내는 엄마에게 커다란 짐덩이 선물을 안겨놓고 홀연히 떠나버리고,

이틀 밤을 괴물처럼 안방을 차지한 모기장에 ?겨 구석자리에 몸을 겨우 누이며 이틀을 보내고 난 후 엄마는 거의 기진맥진이셨다.

그러면서도 내내 당부를 하셨다.

절대 이 사정 애기 하지말라고.

그러면서도 동생들이 좋다고 사나르는 선물들에 대해 잔뜩 겁을 내셨다.

언젠가도 큰동생이 전기보료를 사와서  보료혼자서 방을 다 차지하고 주인을 내?더니, 동생들이 엄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 해결책과 변명과 갖은 구실을 찾아내야 하니 나 또한 분주하다.

 

그래서 딸도 있어야 하나보다.

남동생들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은 가득한데 늘 엇박자다.

그래도 그 애쓰는 마음들이 나는 이쁘기만 하다.

내 머리도 과히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때마다 해결책을 찾아내니.

다음 번에는 어떤 괴물들이 우리엄마를 괴롭힐까?

그때도 난 여지없이 무찔러주고 방어해주고 보호해줄 것이다.

남동생들이 전혀 눈치채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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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7.08.01 08:04

    첫댓글 맞아요. 딸이 꼭 있어야해요. 울 집도 그렇던걸요. . 그래도 정말 이쁜 동생들이어요.

  • 작성자 07.08.02 23:52

    제 자랑이지요. 나는 딸이다 하면서요.

  • 07.08.02 00:32

    화목한 가정을 보며 웃음이 입가에 도네요.동생도 어머니도 아네스님도 행복하신 분들이에요.

  • 작성자 07.08.02 23:54

    여름에는 손주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고'란 말이 있어요. 동생들이 휴가랍시고 이 집 저 집 오는데 엄마의 일거리는 늘어만 가거든요. 제가 다 알지요. 남자들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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