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오늘도 세상사 시끄럽다.
세상의 인심은 아침저녁이 다른 것이라서 그런지
여기도 저기도 말이 많다.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네가 잘못해서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서로를 탓하는 소리들이 귀를 어지럽힌다.
이럴 땐 세속을 떠나 어딘가로 들어가 묻히고 싶지만
이 시대에는 숨어 있을 곳조차 마땅치 않다.
지금이 이럴진대 옛 사람들은 어떠했을까?
“홍애洪崖는 흰 나귀를 타고 다녔다.
그 나귀의 이름은 적설積雪이다. 그의 시詩에,
낮은 격조로는 사람의 풍채가 없고
고상한 마음은 또 비난을 받네
세속의 뜻은 알 수가 없어라.
나더러 어떤 사람이 되라는 것인지,
하였다. 또 황산곡黃山谷(황정견의 호)의 자제상自題像에
전신은 한산자寒山子요.
후신은 황노직黃魯直인데
자뭇 세속 사람의 번뇌를 당하니
차라리 석벽에나 들어가고 싶네.
하였다. 내 생각은 이러하다.
‘옛 사람의 말에 ’상사上士는 마음을 닫고(閉心)
중사中士는 입을 닫고 (閉口), 하사下士는 문을 닫는다 폐문閉門 하였으니,
나의 품격으로는 중등이나 하등을 본 받는다면 큰 탈을 면할 수 있으리라..
허균이 지은 <한정록>에 실린 글이다.
하등을 본받으리라던 허균조차 제명을 못살고 세상을 하직했거늘
중등을 넘어 상등만을 향해 치닫는 사람들은
또 어떤 결과를 맞게 될까?
그래도 모든 것을 포기하기보다
“희망은 클수록 좋다‘가 맞는 말일까?
2023년 2월 9일,
출처: 길위의 인문학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