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그만두고 목공 기술을 익혀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던 중 '목공방 운영'이라는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어 지역에서 직접 일과 삶을 경험하기 위해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역할과 목표가 뚜렷한 프로젝트참여형 '살아보기' 였기에 구체적으로 농촌살이를 위한 직업과 주거 정착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충북제천시 덕산누리마을 살아보기 참가 박 모씨·31)
2021년 귀농귀촌 인구는 51만 5434명으로 전년대비 4.2% 증가했다.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수치로 귀농귀촌 가구는 37만7744가구로 전년대비 5.6% 증가하며 정부의 귀농귀촌 통계조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여파가 반영된데다 갈수록 국민들의 농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막상 농촌살이를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너무 많다. 단순히 도시에서 농촌으로 공간만을 옮기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바뀌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의 결정이 아닌 가족이 함께 도모해야 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과정에 대한 검증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농촌살이'는 한낯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 박씨가 정부에서 운영중인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찾은 이유이기도 하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해 전국 95개 시군(119개 운영마을)에서 실시된 '농촌에서 살아보기'에 총 842 가구가 참여해 이 중 106 가구(12.6%)가 농촌으로 전입하는 등 정부의 대표적인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2021년 도입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이 농촌에서 최장 6개월간 거주하며 일자리, 생활여건 등을 직접 체험하는 한편 지역 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행 첫 해인 2021년 '살아보기'는 전국 88개 시군(104개 운영마을)에서 649 가구가 참여해 이 중 73 가구(11.2%)가 농촌지역으로 이주를 결정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살아보기'를 통해 △귀농귀촌 정보 습득 △참가 시군에 대한 이해 △지역내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운영마을에서는 △지역 활력 회복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 △마을 수익 창출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강원도 횡성군 산채마을(귀농귀촌형 운영마을 부문) △제천시 덕산누리마을 '뚝딱이들'팀(프로젝트참여형 청년팀)의 운영 사례는 도드라 진다. 산채마을은 '에이비씨(ABC) 귀농귀촌 교육'이라는 부제로 '살아보기'를 진행하며 △귀농귀촌을 위한 농업(Agriculture) △사업(Business) △교류(Connect) 중심의 참가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도시에서 온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영농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한편 가구별 텃밭(각 165㎡) 및 공동경작지(약 1만㎡)를 제공해 참가자들이 직접 옥수수, 꽈리고추 등을 생산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수확·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경험하며 농업에 대한 이해도를 제고하는 동시에 생산 농산물을 판매해 2900만원의 매출도 올렸다. '살아보기'에 참가한 3가구 6명은 아예 횡성군으로 전입을 결정했다.
산채마을 관계자는 "마을에서는 참가자 개인의 관심사항에 맞춰 프로그램을 편상하고 1:1 멘토를 지정해 '영농 초보자들'의 적응을 도왔다"며 "마을축제 운영지원, 도시민 농촌체험 진행, 농가 인력지원 등 다양한 일자리 경험도 제공하다 보니 농촌살이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4명의 도시청년으로 구성된 '뚝딱이들'은 평소 가졌던 꿈(농촌 마을에서 목공방 운영)을 구체화하기 위해 제천시 덕산면에서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이를 준비했다. 마을 도서관과 지역 관공서에 책 거치대(북 스탠드) 등 목공품을 제작·납품해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농촌지역에서의 창업 및 정착 가능성을 확인했다.
팀원 박 모씨는 '살아보기' 기간 동안 가구제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활동기간중 팀원으로 만난 김 모씨(36)와 함께 마을에 남아 목공방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살아보기' 운영마을 119곳의 현황과 참가자들의 체험후기 등은 귀농귀촌종합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내년에는 전국 102개 시군에서 '농촌에서 살아보기'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참가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도시민의 귀농귀촌 준비 및 안정적인 정착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