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나는 참으로 귀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바로 코바늘로 한땀 한땀 지은 뜨개질 런닝조끼 선물이 그것이다.
우리 교회에 새로 나오신지 1년여 남짓 되시는 8순이 가까우신 한경예성도님으로부터 말이다.
내가 한경예성도님을 만나게 된 사연은 이렇다.
2008년 5월 우리 교회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에 이영자집사라는 분이 내게 찾아와서
" 목사님, 병원 심방 한번 가실래요? " 그러는거다.
그래서 나는 주저없이 ' 가죠! 그런데 누구신데요? '하고 물었더니
그 분이 우리 교회 김해운집사님 친정 어머니이고 몸이 좋지 않으셔서 지금은 자녀들이
삼성 서울병원에 입원시켜 병명을 찾는 검사를 하시는 중이란다.
나는 아내와 함께, 딸인 김해운집사 그리고 속장인 이영자집사와 함꼐 심방길에 올랐고
병원 입원실에서 처음 한경예 할머니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이얀 머리, 몸이 좋지 않음으로 인한 조금은 짜증나는 얼굴 모습
첫 눈에 보아도 고집스런 노인이었다.
나는 밝은 얼굴로 그 분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섰다.
' 할머니 민흥식목사예요! 많이 힘드시죠? '
할머니의 눈빛은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 할머니, 예수 믿으시면 좋겠는데.... 안될까요?
" 난 큰 아들이 천주교 댕겨서라 천주교로 가야 혀요! "
단번에 나는 노인이 전라도 분이심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그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 어르신, 예수 믿으셔야 천국에 가시고 병도 나으시고 재미있답니다. '
그랬더니 계속해서
" 내 딸 둘이 교회를 다니고 뭐 집사라나? 그래서 교회 다니자고 그렇게 수십년전부터 얘기했어도
내 고집은 못 꺾었어! "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주눅이 들 나였던가! 나는 더욱 끈질기게 노인에게 웃음으로 다가갔고
결국 이 노인은 내 설득 앞에 "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갈께! "
사인이 떨어지고 말았다.
입맛이 도통 없다는 이유로 무슨 병명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신체의 여러곳을 검사해 보았지만
아무 원인을 밝혀 내지 못하고 한달 넘게 입원하고 있었던 노인은
어느날 병원에서
" 그냥 집에가서 내가 먹고 싶은거 먹고 지내면 될 것이니 아무 걱정 마시고 날 퇴원시켜 주소! "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 아부지! 나 좀 살려 주쇼! 아부지! 나 좀 살려 주쇼! "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나?
그 길로 퇴원해 나와 우리 교회에 딸을 따라 나왔고 등록해서
지난 성탄절에는 세례를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 새벽기도 하루를 모처럼 빠지게 되면 속상해서 어쩔줄 모르고
상추를 비롯해 먹을 것이 생기면 제일 먼저 목사네 집으로 가지고 달려오시는
그야말로 찰떡신자가 된 것이다.
' 한경예 성도님! 구멍이 숭숭 뚫려서 입고 있으니까 시원해서 좋아요! '
내 이 한마디에 노인은 빙그레 웃고만 계셨다.
첫댓글 민 목사님이 귀한 영혼을 살리셨습니다.
이 노인이 지난 주일에 안양에서 이사오신 젊은 자매를 붙들고 나오셨네요. 벌써 새끼를 친거죠!^^
이 어른이 2011년 6월 30일(목)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가셨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