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벽, 포구에서 너울을 확인한다. 잔잔하다.
구럼비 목적지점에 이르기 전 동은 트고 있었고, 용역차량들이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곧이어 해경 보트들이 멀리서 나타났다. 마음이 조금 급해지고 있었다.
(접안시설)
구럼비의 이전 모습을 알지 못한다. 방파제에 앉아 보던 것이 고작인 내게 눈 앞의 풍경이 어떤 특별한 감정을 솟아나게 하진 않았다. 황무지같은 폐허같은 철거지역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서울 북아현 철거지역 비탈길의 그 포크레인 앞에 선 느낌과 비슷할까
숙소로 돌아가서도 그저 멍할 따름이었다.
(케이슨 제작장)
아래의 두 사진은 촬영 후 한동안 머리속을 휘젓고 있었다.
쪼개진 바위, 파편화된..
바위 틈으로 숨어버린 붉은발말똥게, 철거지역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멍한 머리가 뇌가 과장 환상 조작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 믿고 침상에 누워 눈을 감았다.
첫댓글 사진으로나마 함께 합니다
^^
어떤 언니는 이 사진들 모고 심란하다고, 잠을 못 이뤘다고 말하던데.
전 그냥 그러네요. 구럼비가 작년 9월 굴착기에 깨질 때부터 언젠가 들어갔을때도 또 발파하고 나서도 계속봤던 바위의 모습들이니까. 깨진 바위는 다들 저런 모습들입니다. 어느 것 하나 그 운명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쓰면서 화가나네..
그래도 이곳이 좋았을 때부터, 어려울 때의 모습도. 지금의 모습도. 계속 사진으로 남길 수 있길. 펜스로 구럼비를 감춰버린 똑똑한 해군 과 건설사들. 그럼 나는, 안보이니까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안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만 할뿐.근데 보면 달라질 수 있나..
댓글 이제 봤네요. 처음 구럼비에 들어간 날. 글에서도 표현했지만 솔직히 전 '구럼비'에 대한 특수한 감정을 느끼진 못 했어요. 대신 구럼비에서 나오고 육지에 올라 와 사진들을 다시 보니 강정과 북아현 용산 평택 아랫마을 등등의 이야기들.. 머리 속에서 모든 것이 짬뽕이 되어 환기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해졌어요 .전 이게 잠시 힘들었어요.이런 감정은 구럼비나 강정에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구요. 세상 돌아가는 꼬락서니라고 해야할까요. 이런 감정에 함몰되어 전망마저 상실하는 사람은 아니구요.
(마을주민분들이나 바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는 분들에겐 좀 섭섭한 말일 수도 있으려낭;;)
근데..또 들어가고 싶긴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ㅎ
ㅠ 지난2월에 구럼비다녀온게 마지막... 그때는 바위가 옛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었는데..
구럼비에 막힌 저 쇠붙이가 가슴에 박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