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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산에 못 간다. 안 간다.
안 가든 못 가든 백수에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산에 가서 내 몸과 마음이 단련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또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산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실은 비겁하게
겨울비가 내리기도 하고 낮은 기온 탓에 비 온 땅이 얼어 붙는다는 일기예보 때문이기도 하다.
조망도 없을테고 춥기만 한 산에 안 가는 것이 낫다?
난 산에 다닌다고 말할 수 없다.
어지러운 거실에 앉아 이순신과 보성 팜플렛을 밑줄 그으며 읽는다.
먼지 쌓인 서재에서 만연필을 찾아 손가락에 잉크를 묻힌다.
성훈이가 제안하는 마륜 역사문화마을 윤곽을 잡아본다.
눈이 흐려 이른 점심을 먹고 13시 광주극장 영화를 보러 나간다.
유태인들이 나치 트럭에 실려간다.
왜소한 주인공은 옆자리의 남자에게 샌드위치 반쪽 값으로 페르시아어 책을 받는다.
트럭은 숲 강가에 멈추고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을 서게 한 다음 총으로 모두 죽인다.
주인공은 총을 쏘기 전에 먼저 쓰러지고 독일군은 그를 확인사살하려 하는데
자긴 유태인이 아닌 페르시아인이라고 외친다.
병사들은 장교가 페르시아인을 찾아오면 통조림 10개를 포상한다는 말에
그를 데리고 장교에게 간다.
반신반의하는 장교와 병사들 사이에서 그는 주방을 책임지는 대위에게 페르시아어를 가르친다.
그가 아는 페르시아말은 트럭에서 들은 두 단어 뿐인데.
그는 주방에서 쓰는 단어부터 말을 만들기 시작해 대위를 가르친다.
그러나 곧 한계가 드러나 고민하다가 해결책을 찾는다.
유태인들에게 배식하면서 그들의 이름을 물어 한 철자를 빼내고 단어를 만들기 시작한다.
몇 번의 오해가 있지만 페르시아어 수업은 잘 진행된다.
군인 무도회, 사령관의 파티, 남여 병사들의 연애와 그를 처음 데려갔던 병사의 의심 등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서인지 수용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나치의 잔혹한 살인들이 대량으로 무자비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 인간이
살아나려는 노력이 처참하다.
이탈리아 형제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고 그 형이 새로 온 페르시아인을 죽여
그를 살리고 총맞아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 레자는 말 못하는 동생 대신 죽음의 행렬에 동참한다.
대위는 행렬 속에서 그를 데려가고 자기가 있는 한 죽게 하지 않겠다고 한다.
전쟁은 나치의 패배로 다가오고 그들은 모든 문서를 소각한다.
마지막 그가 가짜 페르시아어 단어를 만들게 해 주었던 유테인 2850개의
이름을 끝없이 부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연합군 조사천막의 모든 사람들이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너무 슬퍼 어둠 속에서 눈물을 훔친다.
나치의 잔혹한 폭력살인을 확인한 영화였지만 불과 반세기 전 이 땅에서
손가락 총이나 보도연맹 사람들을 죽인 동포끼리의 살인도 떠 올라 마음이 무겁다.
버스를 타고 돌아와 잠깐 쉬었다가 도리포와 신사형님 지리산 3인방 송년회를 하러
금호순대국밥집으로 간다.
소주병이 늘어서는데 신사 형님 형수가 오셔 식사를 하시고 2차를 하라고 10만원을 현금주고 가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