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육수 담백한 메밀냉면
수영장에서 만나서 사귄 또래는 대단한 식도락가인 모양이다. 며칠 전 수영장에서 만난 그에게 다음 날에는 지역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잘 아는 냉면집에서 점심이나 함께 하자고 했다. 내일은 선약이 있다는 그는 가까운 시일 안에 메밀 냉면을 아주 잘 하는 곳으로 안내하겠다며 상호를 대며 혹 아는 집이냐고 했다. 그러나 상호부터 처음 들어보는 곳.
다음 날은 토요일. 메밀냉면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 얼굴이 떠올랐다. 만난 지도 오래되는 그와 함께 소개받은 메밀냉면을 하고 싶었다. 소중한 휴일 토요일을 맞았지만 비에 갇혀 집에 있다는 친구는 자기는 그런 곳을 모른다며 오늘 점심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메밀냉면집은 대전에서는 좀 떨어진 논산 상월면 대명리에 **식당이란 상호로 문을 열고 있었다.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을 약간 벗어난 오후1시반경. 식당 앞 도로변에는 여러 대의 차량들이 식당을 중심으로 서있었다. 단층인 식당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 바로 앞 식탁에는 할머니 한 분과 초로의 남자가 마주 보고 앉아 주문한 것이 나오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바로 옆 4인석 빈 식탁에 앉았다. 남자가 젓가락 통을 우리 식탁으로 밀어놓으며 ‘젓가락 통입니다’며 말문을 열고는 가벼운 눈인사를 했다. 잠시 후 그들 식탁에는 냉면이 나왔다. 남자는 우리에게 ‘먼저 먹겠습니다’ 라더니 할머니에게 ‘어머니 많이 드세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자당님 참 행복하시네요!’라고 인사했더니 빙긋이 미소 지으며 앞좌석 아드님을 쳐다보았다. 이에 아드님은 자신은 서울에 산다며 주말마다 내려와 어머님을 뵙는다며 원래는 신도안에 살았는데 계룡대가 서는 바람에 연산으로 나가 집을 짓고 형님이 어머님을 모시고 산다고 했다.
이 때 자당님은 ‘얘는 제 형과 함께 대전고등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하여 대고 몇 회냐고 물었더니 50회라며 37회란 말에 동창회가 아주 잘 되는 기수로 알고 있다며 몇 몇 동창의 실명을 들기도 했다.
이야기하는 사이 우리가 시킨 삶은 삼겹살 수육이 먼저 나와 군침이 돌게 했다. 자기 밭에 자기들이 농사지은 열무에 붉은 고추 갈아 담은 열무김치와 조금 전에 막 뜯는 것이라는 무공해상추와 깻잎이 수북하게 함께 나왔다. 이밖에도 깻잎 장아찌 고추 장아찌 쌈장 등도 밥 밑반찬처럼 나와 우리들 입을 즐겁게 했다.
상추를 비롯한 야채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좋아하는 상추에 배가 고팠다는 친구는 몇 번씩 상추를 더 달래 먹고 먹으며 기분이 짱!
시내 음식점에서는 나온 상추가 모자라 더 달라고 하기도 눈치 보이는 요즘 어렵사리 이야기하면 겨우 몇 장 가져다주며 ‘상추 값이 너무 올랐어요!’라는, 더는 안 된다는 브레이크 같은 종업원의 말을 들어야만 하는 터. 그런데 ‘그래요 얼마든지 상추를 드시라!’는 시골식당의 풋풋한 정이 마음을 부르게 하던 야채육수 메밀 냉면 집 여주인의 토종인심은 플러스!
잠시 뒤 이 집 아저씨가 직접 뽑아 만든 냉면이 드디어 나왔다. 모두의 눈은 냉면 그릇을 향하고 어느 새 목젖은 침을 삼키고 있었다. 나온 냉면 엷은 갈색을 띈 맑은 육수를 본 메밀 냉면에 남다른 일가견이 있는 친구는 ‘이 육수는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예의 관심.
잠시 머뭇거리던 주인은 ‘이 육수는 고추씨 등 7 가지야채즙으로 만든다’ 며 ‘이 육수의 매큼하고 담백한 맛이 우리 집 냉면의 빼놓을 수 없는 특색이랄 수 있다’며 ‘손님들이 즐겨 찾는 우리 집 시원한 바로 그 야채 육수매밀 냉면’이라는 설명. 또한 다른 집 냉면 면발보다 좀 굵은 것은 알이 도톰한 북한산 메밀을 쓰기 때문이라며 밀가루는 조금만 섞는다고 귀 뜀.
메밀냉면 전문점을 시작한지도 20년이 가까워진다는 여 주인은 폭염이 계속되는 올 여름처럼 바빠 보긴 처음이라며 ‘그래도 야채육수 메밀 냉면을 한번 먹어본 손님들이 계속 찾아오시니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찾아온 손님들이 남기고 가는 말 ‘입소문은 틀림없구나!’하는 말을 들을 때면 ‘아무리 힘이 들어도 힘이 부쩍 난다!’고. (2010. 9. 8. )
첫댓글 백천, 어찌 그리 냉면맛을 글로 잘 우려 내고 있남, 사람의 정까지 넣어 가며...덕분에 특별한 육수와 함께 냉면을 맛깔스럽게 먹고...아니 입맛을 다시고 가네. 고마우이!
야채육수...명칭만 들어도 웰빙이 연상되니 성업이 될 수 밖에. 더구나 업주가 온 정성을 다해 육수를 우려 낸다니 얼마나 맛이 좋을까...!!
별로 냉면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도 군침이 도네 그려, 논산 상월면 냉면집을 한번 방문해 보아야겠네.
시원한 야채 메밀 냉면 듣기만 하여도 마음이 동하네, 나도 한번 가보았으면,
상월면은 우리집 선산이 있는 고향인데 이곳에 이렇게 유명한 냉면집이 있는지 몰랐네. 광고보다 홍보가 홍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입 소문이라는데 그것을 실증하는 곳이군. 이번 추석 성묘때 꼭 들려야겠군
20년동안 냉면을 만들어 냈으면 일가견이 있을 법하군. 당장 가서 시식하고 싶은 충동이.
다른 말 한마디 첨언. 그동안 천규가 사용한 글자체가 보기에 불편해서 다른 글자체를 사용하라고 권고 하고 싶었는데 오늘 마침 그 권하고 싶었던 굴림체를 사용해서 글 읽기가 아주 편했네. 앞으로 계속 굴림체로 글을 써주기 바라네.
도대체 천규가 알고 있는 맛집은 모두 몇군데가 되는지..이번에 또 새로운 맛집을 개발했으니 한 곳이 추가되겠군. 얼마 안있어 "천규가 추천한 맛집"이란 베스트 셀러 책자가 나올만 하군.기대함세. 야체 육수란 말은 첨 들어보는데 삶은 삼결살 하며 냉면에 대한 천규의 묘사가 읽는 사람도 입맛다시게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