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집에서 아침에 일어나면 뒷산을 한번 바라보듯
이곳 와이키키에서도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발코니로 나가 바다를 본다
첫날, 그래도 꽤 일찍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발코니에 나가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바다엔 수많은 사람들이 서핑이나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 해도 다 뜬 것 같지 않은데 말이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서핑을 위해 저렇게 멀리까지 손으로 노를 저어 나가야 한다고? 하며 놀랐다
서퍼들은 해변에서 꽤 먼 거리에까지 나가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정 바다를 즐길 줄 아는 그들이 많이도 부러웠다
자 이제 조식 먹으러 갈까요?
패키지여행 중 제일 편안한 행복을 주는 시간이 바로 호텔조식 시간이다
오늘부터 내 이름은 쵸이(CHOI)로 불리게 된다
매번 조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룸넘버와 이름을 요구한다
쵸이! 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면 받아 적으며 오케이 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우릴 안내한다
처음 좌석에 앉아 발견한 식탁 위의 원통형 물건을 궁금해했다가 금방 이해했다
호텔건물 3층의 조식당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데 창문이 없는 구조로 외부와 통하게 되어있다
실내의 좌석과 야외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는 시원한 구조다
바다 비둘기들이 프리패스를 발급받았는지 자유롭게 식당을 드나든다
하지만 이 비둘기에겐 조식당 이용권까지 발급해주진 않나 보다
바닥을 배회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손님들이 흘린 음식부스러기를 쪼아 먹는다
그리고 더 큰 기회를 엿보다 찬스가 나면 여지없이 식탁 위로 날아들어 포식을 한다
우리 앞쪽 테이블에 음식을 담아 온 사람들이 더 가져올 것이 있었는지 잠시 자리를 뜬 순간
비둘기들이 몰려와 식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따뜻한 미소국이 담긴 그릇도 엎어 주르륵 흘리고 빵접시는 날개로 떨어뜨리고 두 마리가 빵을 쪼아 먹는다
저 상큼한 주스에는 비둘기가 발을 적셨다
너무나 순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옆에 앉은 사람도 마주 보고 있는 우리도 미처 손을 쓸 수 없었다
이 테이블의 주인은 원통형의 뚜껑 용도를 잘 몰랐나 보다
종업원들이 달려와 쫓아냈지만 이 테이블 주인은 음식을 다시 가져오는 수고를 해야 했다
우습기도 하고 비둘기들이 귀엽기도 하고......
이제 우린 어제 남겨둔 이 오하우 섬 반대편을 돌아보기 위해 출발한다
우리 세명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은 6명의 여인들이다
모두 여자들만 한 차로 움직이니 마음이 편안하다
9명이 단출하게 가이드의 미니버스를 타고 여행을 한다
가이드가 운전을 겸하는 방식이다
미니버스라고 한국의 학생들 학원 실어 나르는 그런 버스를 생각하면 안 되죠
제법 우아하고 날렵한 캠핑카 느낌이 나는 버스다
말하자면 자차를 가지고 여행사에 소속되어 가이드업을 한다고 보면 된다
가이드가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예쁜 푸드트럭으로 안내한다
말라사다 도넛 맛을 보게 해 준다며 우릴 데려갔는데
말라사다 도넛은 포르투갈 이민자가 만든 포르투갈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현재는 하와이에서 레오나즈회사의 말라사다도넛이 유명한데 가게에 찾아가면 웨이팅은 기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각종 음식소개 프로그램이나 여행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도넛이다
포장상자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 최고의 미장센으로 꼽혔던
멘들스 케이크 상자와 흡사한 핑크빛이다
'멘들스 케이크' 상자는 파란색의 노끈으로 묶여있었는데
이 말라사다 도넛상자는 파란색 글씨로 쓰여있다
누가 누굴 벤치마킹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핑크와 파랑은 예쁜 색조합이다
이 장면이 멘들스 케이크 상자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묶고 풀어내는 방법이 하도 특이하여 눈길이 더 갔던 파란 리본이다
푸드트럭이지만 절대로 튀겨놓은 도넛을 내주지 않는다
주문하고 10분쯤 기다리면 즉석에서 튀겨낸 도넛을 내어준다
항상 방금 조리된 따끈한 도넛을 맛볼 수 있으니 더 맛있을 수밖에
미소가 예쁜 서양할머니가 서 계시더니 우리보다 앞서 도넛을 받아 들고 가신다
이곳에도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하얀 새들이 보인다
한입 베어무는 순간 따뜻한 달콤함과 순한 도넛맛이 입안 가득 채운다
도넛 종류는 엄청 많지만 우린 기본 도넛으로 먹어봤다
한국에선 롯데월드몰 지하에서 하와이의 유명한 코나커피와 함께 말라사다 도넛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근처에 갈 기회가 있으면 들러봐야겠는걸
무엇처럼 보이나요?
이 섬은 중국인 모자처럼 보인다 하여 모자섬으로 불린다
간혹 좀 다른 상상을 하여도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 맘대로 상상하시길.
사실
이 모자섬이 아름다워서 이곳이 좋아지진 않는다
멀리 보이는 이 모자섬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노년의 부부모습이 얼마나 이곳을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이 부부는 알까?
때론 사람이 가장 멋진 풍경이 되어준다
바로 해변 위쪽에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쿠알로아 랜치 부비 사이트'가 있다
쿠알로아 랜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쥐라기 공원'을 비롯해 '고질라' '진주만' 등 수없이 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이름난 곳이다
오픈 차량을 이용해 영화의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으로 이 투어가 시작된다
저 손가락모양은 하와이의 알로하를 외치며 하는 손인사법이다
가게나 식당 등 어딜 가나 저 인사법으로 모두 '알로하'를 외친다
끝의 하를 외칠 때는 복식호흡으로 뱃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끌어올리는 듯한 느낌으로 외쳐야 한다
우린 숙달이 안되고 좀 민망하니 그냥 가볍게
알로하!
이런 벙커 안에도 들어가 봤는데
쥐라기 공원에서 공룡들을 피해 다급하게 숨어들어 컴퓨터 제어장치를 조작하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공룡에게 들키면 이 벙커도 공룡이 사냥하기 좋은 사냥터가 되겠지만.....
유명한 쥐라기 공원은 아마 이곳에서 많은 부분을 촬영했을 것이다
곳곳에 그 흔적이 남아있어 익숙한 장면들을 상상하며 다녔다
잔디가 움푹 파인 이 모습은
영화 고질라의 발자국을 촬영한 것이라 한다
고질라가 쿵쿵 소리를 내며 저 언덕을 넘어가는 장면을 상상하니 재밌다
내가 보지 않은 영화라도 생생하게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장소가 바로 여기 쿠알로아 랜치다
동물들의 입속에도 들어가 보고, 뱃속에도 들어가 보고
이 여인들 무서움을 몰라요
쿠알로아 랜치 무비사이트 투어는
그냥 차량으로 이 광활한 산 아래 목장지대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영어를 못하는 나의 비굴한 변명이지만 ㅋㅋ)
너무나 명랑하고 코믹한 표정으로 장소마다 설명을 하는 안내원이 있긴 하지만
영어로만 말하기 때문에 아주 쪼꼼만 알아들을 수 있다는 점이 함정이다
와~~ 하고 웃음보가 터져도 나는 그냥 재밌는 이야기를 했나 보네 하며 어색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한국어 안내도 넣어달라구요)
한국인으로 보이는 젊은 엄마들은 다 알아듣는 표정을 지어 나는 또 부럽다
잠깐이지만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이 촬영지를 누비며 한컷한컷 필름을 채운 느낌이다
첫댓글 엄마 덕분에 하와이 구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