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이 형의 이번 글은 대의명분과 원칙 = 김근태를 재차 강조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의 강조점은 크게 3가지 점에서 정리할 수 있겠다.
①정치기술보다는 대의명분과 원칙이 중요하다는 점.(일반론)
②장기적 관점에서 대의명분과 원칙이 승리한다는 것(역사적 관점)
③지난 우리의 역사에서도 대의명분과 원칙이 승리한 전례(최근 우리 현대사)
우선 쟝폴의 논점을 오해하고 있는 것부터 설명하겠다.
장폴은 김근태 의원이 현실정치를 인정하고 정치기술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의명분과 원칙의 중요성을 폄하한 적이 없다.
만일 김근태 의원이 대의명분에 앞서 정치기술을 우선시하는 사람이라면 존경할 이유도, 이렇게 카페에서 얘기할 이유조차도 없을 것이다.
장폴은 대의명분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대중앞에서 포장하는 능력( 이것을 정치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했던 것이다.
쟝폴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통합신당 문제를 다시 얘기하자면
통합신당 출범까지 몇 개월 동안의 싸움, 그 결론이 무엇인가.
쟝폴이 듣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생각들은 이렇다.
1)결국 호남 지역구와 전국구 의원들은 민주당에 남고 수도권과 일부 진보세력만 통한신당에 합류했다.
2)통합신당 전국구 놈들(이재정 등)은 그렇게 방방 뛰더니 국회의원 더해 먹으려고 그대로 남아 있다.
3)통합신당이 처음부터 뛰쳐 나오지 않고 민주당 전체를 설득하려 했던 것은 민주당사 등 돈 문제 때문이 아니겠는가 등 등
물론 이런 왜곡들(부분적으로는 맞는 얘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의 중심에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있을 것이다.
나는 민주당 해체과정에서 대의명분과 원칙을 견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고 본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의 모색이 지향점이고 대의명분이었다면, 민주당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다고 본다.
처음부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뛰쳐나와서 깃발을 흔들어야 했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이리 오라. 바람을 일으켜야 했다.
동료의원들을 설득하고, DJ의 공과를 평가하면서, 민주당을 정리하는 모습이...
민주당 당원이자 국회의원 김근태로서는 최선을 다해 나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신당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는 차갑게 식어버렸다.
재미있는 영화 1편을 기대했던 수많은 관객들에게는 감독과 여배우의 스캔들과 제작비를 둘러싼 의혹만이 들려왔을 뿐이다.
예고편에 들떴던 손님들은 떠나고 이제 남은 것은 썰렁한 영화관뿐이다.
그 안에는 제작과정에서 원칙과 신념을 지켰다고 자위하는 감독과 몇 명의 스탭만 남아있을 뿐....
장기적 관점에서 대의명분이 승리한다고...
물론 옳은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했던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부영과 이우재의 실패를 알고 있다.
다행히도 그들은 통합신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떨어져 나간 사람들도 있다. 김문수...등등
이들은 3김정치 청산이라는 대의(?)에 메달리다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일익을 담당하는 우를 범했다.
그들도 나름대로 원칙을 지켜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들의 눈에는 실패로 보일까?
쟝폴은 김근태 의원이 제2의 이부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통합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그래서 제2의 꼬마 민주당이 되고 뿔뿔이 흩어진다면...
이부영이 DJ의 평민당을 거부하고 민중당에 집착했던 대의는 민중당의 해체로 이어졌고 그의 정치적 역정은 결국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행을 결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김근태 의원이 이부영과 비교될 수는 없을게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당시 이부영으로 대표되던 민중정당의 실패이다.
셋째, 최근 우리역사에 대한 평가 부분이다.
말꼬리를 잡자는게 아니고...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져온 우리의 현대사가 발전적 방향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나? 그렇다고 해두자.
그러나
김영삼의 승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그가 3당합당을 안했다면....
다른 모든 가능성을 접어두고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김대중은 어떠한가? 그가 김종필과 야합하지 않았다면 ....이회창을 이길 수 있었을까?
김근태 의원이 만일 그자리에 있었다면,
대의명분과 원칙을 고집했다면,
그래서 합당하지 않고 야합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박철언, 이회창을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쟝폴을 비판하기 위해 87년 후보 단일화 얘기는 절대 꺼내지 말기를.....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앞의 경우와는 많이 다르지만... 월드컵 4강과 반미시위로 상징되는 일반국민들의 거리행사 경험, 열기 등이 없었다면....
마지막으로 웅이 형은 김근태의 상징성을 평가한다고 했는데...
김근태는 이제 운동가도 아니고, 비주류에서 원칙과 대의명분을 주창하는 정치인도 아니다.
통합신당의 총무로서 현실정치의 한가운데 있다.
그는 다음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할 정당의 대표로 자리잡았다. 그의 성공은 노무현 정권의 성공도 연계되어 있다.
이 땅에서 혁명을 하자는 게 아니라,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개혁을 완수하자면 4,500만 멍청한 국민들의 이른바 [표심]을 잡아야 한다.
표심을 잡자면 대의명분과 명분이 기본이지만 정치기술로 포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음악성 보다는 쟈켓과 가수 개인의 대중점 이미지가 훨씬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대의명분과 원칙이 중요하다. 개개인의 국민은 어리석을 수 있지만 다수의 국민은 항상 현명하다. 옳다.승리한다. 다 맞는 얘기다.
솔직히 그렇게 믿고 싶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역구도에 얽메여 반세기를 살아온 우리 민족이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원칙과 소신이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는 있을 지언정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김근태 의원의 실패는 반동으로의 회귀를 뜻한다.
그래서 그는 성공해야 한다.
완전한 승리가 힘들다면, 조금은 부패한 모습으로 조금은 사악한 모습으로라도 성공해야 한다.
그가 만일 내일의 희망을 기약하면서
내년 총선 결과를 볼모로 삼고
오늘의 원칙과 대의명분을 위해
실패를 각오한다면 그야말로 무책임밖에 되지 않는다.
지도자의 덕목은 대의와 명분, 인격이 아니다. 권력 획득 능력이야말로 최고의 덕목이다. 여기에서도 군사쿠테타를 들이대면서 따질 생각은 말기를... 우리가 공유하는 인식이 그 정도는 공유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쟝폴이 김근태 의원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 군주론에서 언급된 마키야벨리의 말로 대신 하련다.
'군주(정치인)는 사적 개인이 아닌 공적 개인인만큼 사적 개인이 가졌을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사적 개인이 가졌을 때 바람직하다고 평가되는 관후함, 인자함, 신의 등은 군주에게 커다란 해악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