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는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질이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을 말하는데, 소량으로도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킬 수 있다. 항생제의 첫 발견은 미생물에서 하였지만, 항생제 중에는 미생물에서 유래하지 않고 화학적으로 합성된 것도 있다.
따라서 인공적으로 합성된 약물이나 기존의 항생제에서 일부 구조를 변경하여 만든 반합성 약물들도 있는데, 이러한 약물들은 사실 '항생제'라기보다는 '항균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이러스 등 미생물에 작용하는 약제는 '항미생물제(antimicrobial agents)'라고 표현해야 한다.
물론 편의상 세균에 작용하는 약제에 한하여 '항생제'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항생제는 계열에 따라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부작용도 있으나 개별 약제와 관련되어 있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같은 계열의 항생제군 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교차반응은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처럼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가 오히려 장내에서 감염을 일으켜 장염을 발생시킨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항생제가 장염 유발 가능성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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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생제가 오히려 염증을 일으켜 항생제 관여 장염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ScienceTimes | 최근 영국의 SCI 학회지인 'Epidemiology and Infection'을 통해 발표된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년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연관 장염(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 17개 대학병원과 대한장연구학회가 참여하여 대규모 다기관 역학조사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총 5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항생제 연관 장염은 2004년 입원환자 1만명당 17.2명에서 발생하였으며, 2005년에는 20명, 2006년에는 21명, 2007년에는 24명, 2008년에는 27.4명으로 조사되었다. 5년간 1.6배에 달하는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08년 발생한 항생제 연관 장염환자 1천367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의 92%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분석 결과, 항생제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거의 모든 항생제에서 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광범위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제(cephalosporin, 41.2%)와 퀴놀론(fluoroquinolone, 12.9%)제제가 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또한 평균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한 후 4일에서 6일 사이에 항생제 연관 장염이 발병하였으며, 발병 후에는 대표적인 증상인 설사가 3일에서 최대 10일까지 지속되었다고 한다. 또한 복통과 발열, 백혈구 증가와 저알부민혈증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났다고 한다.
CDI 유행에 대비한 관심과 적극적 지원 필요
이번 연구를 진행한 1저자인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의 김유선 교수는 "항생제가 장내의 정상 세균총을 파괴하여 감염을 일으킨다"며 "항생제를 사용한 후, 설사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고 항생제 연관 장염 발병 여부를 우선 확인하여 적절하게 치료를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또한 "장기입원 환자와 악성종양 환자, 최근에 수술한 환자와 위장관 수술환자, 면역억제제를 투여받는 환자들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도 증상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며 "특히나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의 경우, 항생제 연관 장염에 감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하였다.
교신저자인 한양대학교 구리병원의 한동수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연관 장염 환자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고병독성 균주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에 유행에 대비하여 보건당국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한국의 항생제 연관 장염 환자의 증가율은 서구에 비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강한 독성을 가진 균주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항생제 연관 장염의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심장질환 유발 가능성 높아
또한 항생제는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환자의 심장 문제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로 클라리스로마이신(clarithomycin)이 그 원인이다.
스코틀랜드 던디대학의 제임스 찰머(james chalmers) 교수는 영국의 의학저널 'British Medical Journal'을 통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1천343명과 폐렴환자 1천631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분석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중 클라리스로마이신을 복용할 경우, 26%가 다음해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심장문제를 경험했다고 한다.
반면 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은 환자 가운데서는 18%가 심장문제를 경험했다. 항생제를 복용한 폐렴환자의 경우 12%에서 심장문제가 발생하였으며, 복용하지 않은 환자 가운데서는 7%가 심장문제를 유발했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한 찰머교수는 "클라리스로마이신 외에 다른 항생제에서는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폐렴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인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서 더 정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항생제 내성'보다는 '항생제 내성균'
한 전문가는 "종종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여 항생제가 몸에 안 듣게 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라며 "항생제가 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데 신체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터무니 없는 이야기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 "항생제 내성균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와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이다"라며 "항생제 내성을 우려하여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않거나 꺼릴 필요가 전혀 없으며, 항생제 내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항생제 내성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하였다.
또한 "항생제의 오남용은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오해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반만 맞다"며 "오남용은 오용과 남용이 합쳐진 말인데, 사실 항생제의 오남용은 필요보다 적게 쓰는 경우를 포함시켜 이야기해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로 인해 일어나는 부작용들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도 있으나 매우 치명적인 경우도 있다"며 "항생제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에는 부작용의 징후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과거 부작용의 병력 조사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라고 조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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