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과 같지 않게 주원이 소식을 뜸하게 올리게 되네요.
어찌나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제게만 시간이 하루12시간인 것만 같습니다.
주원이 유치원 가는 첫 날 불미스런 일이 생겼고 그 일로 맘고생이 많았던 2주간을 보냈습니다.
장학사, 특수교육청 팀장, 사건이 있던 유치원 원감과 담임샘 과의 여러번의 면담 끝에
참으로 다행스럽게 주원인 다른 유치원으로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께 걱정해 주신 김선애cst 선생님들께 진정 많은 위로가 되었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우리 아이가 처한 현실이 이러하니 내 아이의 권익를 위해 부모가 강해져야 함을 알리고 싶어
개인적이지만 하고픈 말들을 적어봅니다.
이 곳에 오는 부모님들도 혹시 겪었을 일들이 아닐까...
중학교 초등학교를 다니는 부모님들은 걱정이든 사건이든 이미 겪어 온 것이리라 생각되네요.
전 이제 처음 유치원에 보내니... 단련되지 않은 새내기가 처음으로 한 건 했습니다. ㅎㅎ
웃을 일은 아니지만 허허 넘겨버리고 또 앞으로 나아가야죠.
우리 주원이에게 또 우리 부부에게 원치 않는 수 많은 난관과 상처로 남을 일들이 많이 있을테지만,
어쩌겠습니까...슬픔도 안타까움도 외로움도 해결책도 이겨냄도 모두 우리 몫 이라는 것을
이번일로 톡톡히 경험했답니다. 내공이 쌓이는 소리가 들리네요.
지금까지 내내 엄마와 지내던 주원이 올해6살 특수반 단설 유치원에 가게 된 첫날 일 입니다.
상황을 보니 주원인 한 시도 가만히 안 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만지고 일방통행이었구나...
선생님들 꽤나 고생했겠구나... 감이 왔습니다.
선생님이 말합니다.
"생활 습관이 돼서 와야 하는데 하나도 안 되었다.
지시도 안 따르고 전혀 말을 안 듣는다. 점심도 안 먹고, 통제가 안된다.
주원이만 따라다니느라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케어할 수 없어 피해를 준다.
이러면 통합 수업은 할 수 없다. 집에서 교육을 좀 더 시켜라."
옆에 있던 원감 샘도 거들드라구요. 선생님 총 동원 상황이라고. 본인도 내려와 있다고.
"아~ 네...알 것 같습니다.
궁금한 것이 많아 온통 만지려 했을테고, 복도며 다른 반도 들어가려 했겠죠. "
선생님 여전히 본인 힘든 것만 말하며 "이런 식이면 통합할 수 없다." 말합니다.
참... 난감하더라구요.
저도 제 아이 하나 키우는데 이렇게 허덕이는데...보조샘이 있어도 5명이면 참으로 힘들겠죠.
하지만 전 엄마이고, 제 아이를 보다 정확하게 알려야 했습니다.
"네~ 정말 힘드셨겠어요. 오늘은 첫날이고 환경이 바뀌어서 아이도 궁금한 것이 많아 그런 것 같고, 기관은 처음이라 아이가 놀이방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도 이 곳은 본인을 나무랄 엄마도 없고 샘들도 낯설고 해서 말을 안 듣는 것 같으니,
주원이가 앉아 놀 때 조금만 함께 해주며 선생님과 친해지는 시간을 조금은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말하니,
"다른 아이도 보아야 하고 주원이에게만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요." 합니다.
'이 선생 뭐지??' 머리가 멍했습니다.
아이를 알려 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낮선 환경에 적응하길 바라는 건지...
학교도 아니고 유치원에서...게다가 이곳은 특수반입니다.
"주원이가 집에서는 밥도 혼자 먹을 수 있고, 착석도 가능하고, 학습도 되고,
영어 단어도 제법 압니다. 생각만큼 통제가 안 되는 아이는 아닙니다." 하니,
영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말합니다.
내 말 뜻을 이해 못 한듯 ㅠㅠ 또 설명했습니다.
"선생님 지시도 못 따르고 이렇게 돌아만 다니면 어찌 영어 단어를 알 수 있겠는지...
이건 예를 들어 말 한 것이고, 선생님 생각처럼 심각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아이들 집중 못 하고 산만한 거 그래서 특수반 아닙니까" 하니
선생님 왈 "다른 아이는 다 됩니다." 하네요. 헐!!!
특수반 샘 맞아? 우리나라 현실이 이정도야?? 그동안 내가 상황파악 못 하고 살고 있었던 건가?
"네~ 알겠습니다. 집에서 더 신경쓰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사 하고는
보란듯이 주원이에게 실내화를 가방에 넣으라 지시하고 신발 혼자 신게하고 손잡고 나오면서
많은 생각으로 앞 날이 걱정도 되고 또 억울했습니다.
배신감이랄까요? 이 곳에서 만큼은 '부족함과 모자람이 이해받을 수 있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적절한 어린이집을 찾아 숲 유치원과 공동육아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이유로 퇴짜를 받아 상처아닌 상처를 받았드랬죠.
그럴 수 있다 여겼고, 부모 욕심이었나보다 싶어서 결국 통합수업 가능한 특수반을 선택했고,
이 곳에서는 선생님1명당 2명의 아이를 돌보니,
'아이가 이해 받으며 세심하진 않아도 방치는 안 되겠구나' 믿음이 있었드랬습니다.
거절당하면서도 씁쓸하긴 했어도 기분 나쁘진 않았습니다.
헌데 어쩜 이 곳 선생님들은 그리도 당당한지...
'집에서 교육시켜라' 하면..
'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가르쳐 아이가 이렇습니다.' 할 줄 알았나봅니다.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아이인 것이지.. 뇌 손상의 차이인 것이지..
일반 아이처럼 하면 '안돼' 하면 바로 고쳐지는 것이랍니까?
선생님이 원하는 것 처럼 이미 잘 하는 아이라면 일반유치원 가지 왜 이곳에 왔겠습니까.
부족한 면이 있으니 특수반에 왔겠죠.
조용한 adhd가 있듯 자폐도 손터는 아이, 부산한 아이, 얌전한아이 모두가 제 각각인데,
덜 힘들게 하는 얌전한(참여없이 조용히 혼자서만 노는) 아이에 기준을 두며 비교를 하다니...
어찌 발달장애아에게 누구는 되고 안 되고 비교가 있을 수 있답니까?
우리 아이들은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비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건강한 아이들에게도 비교는 금물이며, 건강한 아이도 유치원 적응기간이 필요한데
단 하루만 보고 아이를 어찌 판단할 수 있단 말입니까?
하루만 보고 비수되는 말들을 서슴없이 내 뱉다니...본인만 힘들고 내 아이는 힘들지 않았을까요?
낯선 환경에 움추러 드는 대신 부산함으로 적응하려 애썼던 주원이의 행동이
그저 힘들게 하는 골칫거리 문제 많은 아이로만 여겨졌나봅니다.
오늘 못 하는 것이 있다면 내일은 할 수 있는 것인데,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보려고도 들으려고도 하질 않으니...
마치, '장애는 영원한 것. 기적도 발전도 없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특수반 샘이니 발달장애성향을 모르지는 않을테고,
지식으로만 머리로만 이해하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전 당당합니다. 내 아이도 당당합니다.
단지 아직은 어리기에 보다 따뜻한 보살핌이 있는 곳을 원할 뿐입니다.
아이와 손 잡고 돌아오는 내내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안된다는 부정적인 사고와 이해하고자 하는 맘도 배려도 없는 선생에게 내 아이를 맡길 것인가...
6세를 또 엄마와 보내며 '얻어야 할 것들, 배워야 할 것들을 채워 주지 못하는 건 아닌가..'
고민의 결론을 얻기도 전에 집에 돌아와 아이를 씻기려다 그만 저는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아이 몸에 난 상처를 본 순간! 참아왔던 슬픔과 신뢰할 수 없던 선생에 대한 실망감은
분노가 되어 돌아와 내 아이가 안쓰러워 도저히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 겨드랑이에 선명하게 상처가 나 있고 팔뚝에도 자국이 나 있고,
분명 통제하려 팔과 겨드랑이를 잡아채며 일어난 일 일 테지만,
이건 악의를 가지고 화풀이 한 것 이라고 밖에는...
여름도 아니고 겨울 내복에 두꺼운 후드티를 입고 간 아이 몸에 어찌 이런 자국과 상처가 생길 수 있답니까.
이건 조용한 폭력이라고 밖에 제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바로 달려가 항의하고 싶었지만,
온 몸이 떨려와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내가 만약 선생 말에 힘이 빠져 부족한 것이 속상해 아이를 나무랬다면
이미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에게 더 큰 아픔을 줄 뻔 했구나 생각하니 더 복받쳐 왔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환영 받지 못할 텐데... 요 녀석이 조금만 차분했더라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텐데...'
생각하니 어서 빨리 아이를 고치는 수 밖에는...
김선애 원장샘께 주원이 사진을 보내며 또 울었습니다.
'도와주세요...다시는 이런 대접 받지 않게...'
정말 기댈 곳이 없었고 제 머릿속에는 온통 cst 생각만 났습니다.
김선애원장샘의 묵직한 답변에 많은 위로가 되고 힘이되고,
이슬샘 직접 전화 주셔서 주원이 안부 물어주시고 잘 될거라 응원 해 주시고,
이사님 혹 안정되지 않았을까봐 이런 저런 좋은 말씀 해 주시고,
샘 모두 정성을 다해 cst 해 주시니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느 치료실에서 이런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진심으로 걱정해 주심에 아껴주심에 감동 받았고,
이래서 cst 가족이라, 인연이라 말씀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