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수 사위 보던 날
◈ 설거지 하다가
최변호사 여식 지원이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어이! 어디쯤 가고 있어?”
석교수의 전화다. “지금 출발하려 하고 있는데 너는?”했더니 전철을 타려고 하는 중이란다.
벌써 열시다. 아차! 늦었구나 석교수는 전철을 타고 있는데 그 지점 까지 가는 데만 해도 30분이 걸린다.
아내가 창원 갔다가 오후에 돌아오기에 처음으로 설거지를 해놓고 나가려다보니 조금 늦어졌다.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 설거지 감을 보면 어지러울 것 같아 안하던 짓을 하다 보니 너무 늦어버렸다.
진우가 결혼식이 열두시 인줄 잘못 알아 좀 늦었다며 명동 역에서 기다려 같이 가잔다.
명동역에 내리니 10분전, 택시를 타려했더니 걸어가란다. 명동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북적이는 요우커(遊客)들로
마치 중국에 온것같다.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진우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느냐고 전화를 했다. 안 기다리고 가고 있으니 너도
빨리 와라 하고 급하게 올라가는데 성당 앞에서 신기를 만났다. 다른 결혼식 있어 먼저 간다고 했다.
성당 정문에가서 예식장이 어디냐 물으니 열한시는 파미리아 채플이라며 오던길을 내려가라고 가르쳐준다.
헐레벌떡 식장에 들어가니 주례사를 시작한다. 식장을 주욱 둘러보니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잡것들이 그새를 못 참고 벌써 밥 먹으러 다 내려갔구나 생각하며 뒷전을 왔다갔다 계속 자리를 살펴보았다.
정답게 앉아있는 신랑신부가 비록 뒷모습이지만 참으로 아름답다. 앞자리에 앉은 윤수의 깔끔한 모습을 어렵게 찾아내
었다. 반갑고 감개가 무량해진다. 미사보를 쓰고 옆에 앉은 분이 부인인 모양인데 얼굴이 안보여 신비롭기만 하다.
◈ 피로연장(披露宴場) 스케치
주례사가 끝나는 대로 식당을 내려오니 누가 아는 척하며 인사를 한다. 벙거지를 눌러쓴 모습이 무슨 은둔거사처럼
보였는데 야! 조동열 반갑다. 정외과를 나온 윤수 중학교 동창인데 법대(法大) 부근을 많이 기웃거렸던 친구다.
옛날 그 동안(童顔)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 싶어 세월의 무상함마져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가운데 테이블에서 석교수가
큰 소리로 부른다. 석희태, 김성진 윤장원 하해돈 이용화, 오삼환, 최기영, 민형욱, 최예만, 최종순 등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김동형, 박범례씨도 같이 식사하면서 반가워한다. 윤장원, 김성진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다.
옆쪽을 한참 찾아보니 고등학교 동창들3.40여명이 한쪽지면을 다 점령하고 앉아있다.
안동에서도 올라오고 울산에서도 올라왔다. 좌석을 돌면서 인사를 나누었는데 결혼식 자리에서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은 참 반갑고 즐거운 일이다.
진우와 종진이 김진근씨는 자리가 없어 나와 같이 고등학교 친구들 자리에 앉아 식사를 했다.
결혼식 며칠 전부터 성당에서 술 주느냐고 걱정(?)을 하던 고등학교 친구 한명이 벌써 기분 좋게 취해서 종진이와
진우에게도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호기를 부린다.
◈ 양가에 넘치는 축복을
고등학교 친구들이 빨리 안 나온다고 협박전화가 왔다.
진우와 종진이, 김진근씨 에게 먼저 가겠다고 인사를 한 후 이제 막 내려와 저쪽 끝에서부터 인사를 다니고 있는 윤수네
가족을 찾아갔다. 얼굴이나 보고 가야 도리일 것 같아서였다.
가는 길에 보니 이용화 일행이 줄기차게 먹고 있었다. 예식 참석도 않고 곧바로 내려와 먹기 시작 했을 텐데 아예 끝장
을 보려나 보다.
식당을 돌며 인사하는 것은 윤수와 곱게 단장한 여자 두 분으로 보였다. 왼쪽은 딸 지원이, 그 옆이 엄마라 생각하고
‘사모님 반갑습니다’ 했더니 윤수가 ‘그분은 사돈이다’라며 웃는다. 그 옆에 보이는 남자분에 대해 뭐라 소개하는데
얼핏 사위라는 말로 들렸다.
다소 당황한 마음에 윤수 부인 보고 ‘너무 젊어 보여 따님인 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했더니 ‘제가 조금 더 예뻤으면
쉽게 알아봤을 텐데요’한다. '젊고 아름다워 딸인 줄 알았다'라는 말로 인사드리고 식당을 나왔다. 나는 그 묘한 장면을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다. ‘윤수 부부가 사위와 여 사돈을 데리고 같이 인사 다니는구나. 여자사돈 되는 분은 남편이 없어
든든한 사돈댁에 묻어 같이 인사 다니는구나. 어쨌든 보기가 좋다. 그렇지만 윤수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딸 지원이
를 못 보아서 아쉽다’ 이렇게 정리했는데 그 남자는 사위가 아니고 윤수의 사돈이었다고 한다. 내 멋대로의 생각이 결례
를 범했다면 사죄를 드리며 양가에 더욱 넘치는 하나님의 축복을 빌어본다.
◈ 은총 받은 삶을 살아라
주례신부님 주례사가 인상 깊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 지워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 할 찌니라’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예수님께서 답하신 진리의 말씀은 세월이 흘러도 보배처럼 빛난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되어있다.
주례신부님이 신랑, 신부를 향해 권면하신다.
신랑신부 두 사람은 법조인(法曹人)이다. 법(法)이 무엇이냐? 한문으로 법은 물 수(水) 변에 갈 거(去)자를 합한 것이다.
즉 물처럼 가는 것, 물은 어떻게 가느냐? 낮은 곳으로, 아래로 흘러간다. 아래 하(下) 즉, 아래로, 낮은 곳을 살피는 삶은
늘 하~하( 下下)하는 삶을 산다. 위만 지향하는 삶은 윗 상(上) 즉, 서로 올라가려는 욕망에 잡혀 늘 썅~썅 하며 살아가게
되어있다. 두 사람은 낮은 곳을 살피며 물 흐르듯 하~하 하며 살아가도록 하라.
또한 은총 입은 삶을 살아가라.
은총은 카토릭에서 성사(聖事)와 기도(祈禱)를 통해 받는다.
두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삶을 살아가며 상대방의 영혼을 사랑하라.
상대방의 잠자는 얼굴을 바라보면 거기, 영혼이 숨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또한 기도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시름과 걱정을 잊고 편안히 쉬는 모습, 거기 그 얼굴을 보고 기도해주어라.
사람이 만나 살면서 미워지고 상처받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다. 용서하고 보듬어주어라.
새 출발을 하는 아름다운 젊은 한쌍!
그래, 보듬어주며 함께 기도하는 삶을 통해 복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빌어본다.
2015. 6.1
시인, 수필가
石泉 김정태
첫댓글 다시한번 지원이의 결혼식을 축하드리며 아름답고 우아한 사모님 안부전해주시기를...
다른 결혼식이 있어 일찍 나왔는데.... 자세한 묘사가 꼭 본듯하네.......... 감사...
김사장이 일찍 가버리니까 석교수도 일찍가더라
같이있어야 더 재미있는데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가 결혼식장 황홀한 분위기에 정신이 나가서 그랬던 모양이야.
다시한번 축하드리며 사모님께 한번 뵙고싶다고 안부말씀드려줘
미국에 한 달쯤 가있다 어제 왔는데 그동안 이런 경사가 있었네! 카톡은 보고 있었으니 누가 알려줬으면 좋으련만. 늦었지만 축하하네. 많이많이 축하하네.
한달동안 미국에 있었다고? 거기서 뭐했수?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해주시시요
정태형은 남용권 오간 건 모르는 모양이네요. 崔弁은 내가 축하 봉투 다섯개 갖고 간지 어찌 알았는지 많이 먹으라고...ㅋ
용권이가 왔었나?
보지못해 아쉽네요.
축하봉투 다섯개 정도는 가져가야 많이 먹어도 되지 그렇잖으면 눈치껏 먹어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