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파트너가 있어서 그랬을까,
이번 여행에서는 들고간 mp3를 거의 듣지 않았다.
이제는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mp3를 들으며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달리고 직장인 같이 보이는 사람들도 음악을 들으며 거리를 활보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내에도 좋은 mp3 플레이어 회사가 많기 때문에
아직은 국내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호주 등의 서양국가에서는
아이팟이 단연 인기제품인 것 같았다.
길거리에서도 아이팟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국내선 비행기에 타서도 승무원이,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아이팟 등의 전자제품의 전원을 꺼주십시요." 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이곳은 아이팟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갑자기 mp3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별건 아니고,
3년전 이곳에 왔을 때는 정말 이어폰을 귀에서 빼지 않고 다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음악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드니 같은 대도시는 어딜가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대화소리를 스쳐 들으며 다니는 것이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캔버라에서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고 도시자체가 워낙 조용하기 때문에
음악이라도 듣지 않으면 귀가 너무 심심했다.
이날은 아침일찍부터 캔버라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
시드니로 돌아가는 버스가 4시에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8시에 숙소를 나서서 아침을 먹고
대부분의 관광지는 9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시간에 맞추어 이동했다.
여행을 하면서 샌드위치를 꽤 많이 먹었다.
주로 아침식사로 샌드위치나 스시 도시락 등을 먹었는데
이날따라 왠지 단게 너무 먹고 싶었다.
아마도 기력이 떨어지는데서 오는 증상이 아니었나 싶다 ㅋㅋ
그래서 난 내가 아주 자알~~알고 있는 시내의 한 카페테리아에 가서 도너츠와 애플파이를 먹었다.
애플파이와 도너츠는 매우 맛있었다.
저 주스는 달지는 않았지만 난 달지 않은 주스가 더 시원하고 좋기 때문에 내 입맛에 딱이었다.
내가 이 카페를 잘 알고 있는 이유가 있다.
아마 내 3년전 호주 여행기를 읽어보신 분들은 기억하실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 카페에서 3년전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어 냈다.
호주는 영국식 영어 발음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호주만의 발음이 또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eight 을 [아이트]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숫자 88을 읽으면 [아이티아잇] 이 된다.
난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카페에 들어와서 샌드위치와 음료수 하나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포 아이리" 라고 하는 것이다.
포 에이리 라고 말을 했다면 4불 80센트인 것을 알아 들었겠지만 아이리 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시 물어봐도 똑같이 포 아이리 라고 들렸다.
난 순간 생각했다.
포 아이리? 엥. 설마, 포토 아이디?
난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왜 내 신분증을 원하는거지?
내가 의심스럽나?-_- 등등
아무튼 난 가지고 있던 국제 학생증을 꺼내 보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이 카드로는 할인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아니,
누가 할인해 달랬냐고요~~
난 그제서야 내가 오해를 하고 있음을 깨닫고,
4불 80센트를 말하는 거냐고 미국식 발음으로 이야기를 해더니 그 직원도 웃으면서 That's it 이란 한마디를 해줬다.
옆에 사람들도 있었는데, 샌드위치 가게에서 국제학생증을 내밀어 할인을 해달라는냥의 뉘앙스르 취한 내 모습이 창피해서 난 옆에 사람들 다 들을 수 있는 큰소리로 "호주식 영어가 익숙치 않아서 아이리를 ID로 들었다." 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그 사람도 웃고 나도 웃었다.
왜 사냐건 웃지요.
이런 웃지못할 추억을 안겨준 가게에 다시 찾아와 아침을 먹으니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아침을 먹고 우리가 간 곳은 도시계획관이다.
전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캔버라는 계획도시이다.
수도가 필요했기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이곳 도시계획관은 개인적으로 캔버라 여행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캔버라가 수도가 되기까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왜 이곳이 수도가 되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그런 장소이기도 하다.
<도시 계획관>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도 확인했지만,
캔버라가 수도가 된 이유는 재미있다.
이번엔 사진을 찍어 오지 않았는데 뭐라고 써있었나 하면,
수도는 어디가 되어야 하는가?
시드니는 안된다. 멜버른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멜버른은 안된다. 시드니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되어있다.
애들 장난같은 이유같지만 사실이다.
수도에 대해 정의를 내리면서 호주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환영할 수 있고 반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당시 호주를 대표했던 두 대도시를 피해서 그 중간 지점에 캔버라라는 도시를 만들어 수도로 정한 것이다.
시드니를 중심으로 원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저 원의 반지름은 180km다.
시드니를 중심으로 반경 180km이내에는 수도를 세울 수 없다는 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수도를 세울 지점을 정했다.
하지만 수도의 이름을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이제는 이게 고민거리가 되었다.
위에 열거된 이름이 당시에 수도 이름 후보로써 거론된 것들이다.
New London, 셰익스피어, Empire City, Democratica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ydmeladperbrisho 였다.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시드멜라드퍼브리쇼?
그리고 도대체 무슨 뜻인가?
눈치 빠른 분들은 벌써 알아챘을지도 모르겠는데 저 단어는 호주의 6대 도시,
SYDney시드니, MELbourne멜버른,ADlaide애들레이드,PERth퍼스,BRISbane브리즈번,HObart호바트
의 앞의 몇글자씩 따서 만들어 버린 합성어인 것이다.-_-ㅋㅋ
<공모 작품들>
캔버라를 만들기 위해서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들로 부터 디자인을 공모했다.
이곳에서는 그 작품들도 모두 확인을 해볼 수가 있다.
<캔버라가 세워지기 전 땅>
<견학온 어린학생들>
우리가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이미 먼저온 단체 학생들이 안내인을 따라 구경을 하고 있었다.
잘되었다 싶어서 나와 고테츠도 그들 뒤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안내인이 묻는 질문에 서로 대답을 하고 싶어서 너도나도 손을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초등학교 때는 저랬던 것 같다.
서로 대답하고 싶어서 손도 들고 말도 많이 하고.
그런데 초등학교 이후로는 교실안에서 그런 풍경이 사라져 갔고
심지어는 선생님의 질문마다 손을 들고 대답하려고 하는 학생은
잘난척 하는 학생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가만 보면 서양인들은 토론 등의 말하기에 강점을 보이는 것 같다.
이것은 내가 2년전 겨울에 단기 어학연수를 갔을 때 피부로 느낀 것이었다.
그것은 아마 어려서부터 쭈욱 학생들에게 토론하고 말하는 교육을 강조한
서양식 교육 방법의 성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아이들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도 쭈욱 저런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아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자기 자신을 자신있게 말하고 그것이 틀렸다고 할지라도 전혀 이상한게 아닌 분위기.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자라면서 그러한 분위기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억울한 마음마저 들었다.
오늘 이승엽 선수의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데 해설자가 이런말을 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학생들(야구선수)에게 정신적인 교육을 많이 시킵니다. 기술적인 교육은 나중에 커서 시키죠. 왜냐하면 어릴 때는 어려운 기술 가르쳐 주려고 해도 못알아 듣고 오히려 부상등의 위험이 있거든요. 일단 어려서는 야구를 즐길 수 있게 정신적으로 안정된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기술 같은 것은 대학이나 프로에가서 더 많이 배웁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기술적인 것만 강조하고 정신적인 교육은 뒤로 합니다. 오로지 기술만 배우죠. 그러니까 청소년 야구를 붙으면 우리가 일본, 미국한테 이길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프로선수들끼리 붙으면 못이기죠."
나는 이말에 정말 공감을 했고 교육에도 똑같이 적용시켜 볼 수 있는 문제점이라고 했다.
미국 대학 유학을 갔던 친척형이 이런 말을 한적이있다.
1학년때는 형이 수학을 제일 잘했다고 했다. 공대를 다녔는데 그 중에서 형이 수학을 제일 잘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 수록 생각하는 수학이 많이 나오고 좀더 어려운 것들이 나오자 그때는 서양 애드르이 머리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목숨걸듯 공부를 한다.
외우고 문제풀고 또 외우고 문제풀고.
인성교육은 언제나 뒷전이고 항상 시간 떼우기 정도로만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니 학생 때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국제 대회에 나가서 상도 많이 타고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대학에 가서는?
글쎄, 나도 한국의 대학생 중 한명이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고를 해낼 수 있는지는.
왜냐면 12년동안 배운 것들이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을 내가 내놓을 수도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숨길 길이 없다.
이곳에서의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국회의사당을 향했다.
국회의사당 까지는 벌리 그리핀 호수위를 다리로 건너면 바로 갈 수가 있다.
<도시계획관과 벌리 그리핀 호수>
이곳에도 조깅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저 부부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국회 의사당 가는 길>
국회의사당 바로 앞에는 예전에 구고히의사당으로 사용된 건물과,
애보리지니 천막 대사관이 있다.
<구 국회의사당>
<애보리지니 천막 대사관>
여행을 다니면 국회 의사당을 가볼 기회가 있다.
내가 가본 국회 의사당중에 제일 멋있는 곳 두군데만 꼽으라면 바로 호주와 헝가리를 뽑겠다.
캔버라의 이 건물과, 부다페스트에 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호주 국회의사당은 헝가리의 것 만큼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독특한 건물 모양이 꽤나 매력적이다.
<국회 의사당>
<호주를 상징하는 동물, 캥거루와 에뮤>
<국회 의사당 내부>
<호주 최초의 애보리지니 국회 의원>
이곳에서는 40분짜리 무료 가이드 투어가 매시간 있지만,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은 관계로 개별적으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먼저 출발했던 투어 그룹이 있어 이번에도 뒤에서 몰래 끼어갔다.
이런 끼어가는 인생..-_-ㅋㅋ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상원 회의장을 둘러봤던 것이다.
<직급에 따라 의회시 앉는 위치를 알려주는 사진>
<상원 회의가 열리는 곳>
<열심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아이들>
엘리베이터를 타면은 옥상으로도 올라가 볼 수가 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캔버라 시내의 전경을 감상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국회 의사당에서 바라본 전쟁 기념관>
딱 두군데만 둘러보았지만 사실 우리는 엄청난 거리를 걸은 것이다.
8시에 나왔는데 국회의사당을 다 본 후에 시각은 12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으니까
우리는 거의 4시간 동안 앉지 못하고 걸어다녔다.
일단 좀 앉고 싶어서 국회 의사당 내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도 마시면서 좀 쉬기로 했다.
<고테츠 커피 주문中>
국회의사당을 둘러싸고 있는 대로를 무단횡당(?) 하면,
야라물라 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은 세계 각국의 대사관이 몰려 있는 곳이다.
꽤나 넓은 지역이지만 나는 힘이 들어서 다 보지 못하고 국회 의사당 바로 옆에 있는
대사관들만 둘러보고 밥을 먹으러 숙소 근처로 갔다.
<인도네시아 대사관>
<프랑스 대사관>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사관>
<이집트 대사관>
<핀란드 대사관>
<싱가포르와 브라질 대사관>
후~
정말 다리가 후들거릴 것 같았다.
나는 몸이 피곤하면 제일 먼저 반응이 오는 곳이 발목이다.
전혀 걷지 않았어도 피곤하면 발목부터 심하게 아프다.
이날도 역시 발목에서 벌써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무리하지 않고 시내로 돌아가 밥을 먹고
버스시간까지는 인터넷을 하며 좀 쉬기로 했다.
<국회의사당 앞 잔디에서 축구를 하는 시민들>
<벌리 그리핀 호수와 분수>
이날 점심은 전날 갔었던 한식집에서 먹었다.
나는 우동하고 스시를 시켰고 고테츠는 덮밥을 시켰다.
아니 근데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우동을 주시는 것 아닌가 ㅠㅜ
고테츠는 밥만 시켜 넣고 우동까지 먹을 수가 있었다 ㅋㅋ
2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나는 인터넷을 하고 pnp도 드라마를 보면서 쉬었고
고테츠는 숙소 휴게실로 가서 잠을 잤다.
이녀석은 정말 아무대서나 잠을 잘잔다.
시드니까지 가는 버스는 이번엔 약 4시간이 걸렸다.
리버풀과 시드니 공항까지 거쳐서 시드니 시내로 돌아오는 노선이었기 때문에
30분 정도 더 시간이 걸렸다.
이번 여행에서만 3번째로 간 시드니였다.
마치 여행을 떠났다고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동시에, 이제 이틀만 자면 이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시원섭섭한 아쉬움이 몰려들기 시작해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고테츠느 이곳을 떠나는 것이 정말 싫어보였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내 할일을 빨리 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10시간이 넘게 또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사실이 내 목을 조여오고 있었기 때문에-_-
내 감정은 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날 밤도 그냥 저녁을 먹고 숙소 주변만 기웃기웃 거리다
가게에서 맥주 한캔씩을 사서 한잔씩 했다.
난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맥주 중 하나인 빅토리아 비터를,
그리고 고테츠는 음..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투레이였나? 암튼 호주 국가대표 럭비팀 공식 후원 맥주를 마셨다.
크~맥주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호주 맥주들은 정말 맛있었다.
이 맛.
또 언제 느껴볼 수 있으려나?
열흘간의 짧은 여행,
괴로웠던 4학년 1학기와 무덥고 힘들었던 여름날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이 여행,
이 길의 끝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캔버라의 맑은 하늘>
첫댓글 수도 이름 정하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네요. 전에는 사진 위주로 봤는데 텍스트가 재미있어서 정독했습니다~ 너무 힘들게 여행한 느낌이 저한테도 전해옵니다~ 젊음이 좋긴 좋네요. ^^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 했지만...사실이더군요.^^ㅋ
호주는 이제 여름으로 접어들겠군요~~아름답고 깨끗한 도시군요. 테즈메니아,캔버라는 단기여행에서는 끼우기 힘든코스죠^^* 부럽네요~~
태즈매니아는 기회가 된다면, 한번 일주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그렇게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시드니와 멜버른은 도시 분위기가 확 다르던데 두 도시간의 경쟁심리도 있었나봐요.. 캔버라는 완전 계획 도시라 그런지 너무 깨끗하고 넓고 좋네요~..
그 경쟁심리를 곧 여행기로 올려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