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 키우기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싱싱한 대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파 값이 금값일 때가 있었습니다. 파를 좋아해서 요리할 때 많이 쓰기에 대파를 사다가 화분에다 심어서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대파는 잘 자라서 조금씩 필요한 만큼 잘라서 냉장고에 보관해서 먹었습니다.
요즘은 대파 값이 내려서 가벼운 마음으로 바구니에 두 단을 사서 담았습니다. 미끈하게 생긴 대파를 들고 오면서 화분에 심지 말고 화초처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수병 윗부분을 잘라서 스카치테이프로 가장자리를 상처 나지 않게 매끄럽게 붙였습니다. 상토를 조금 바닥에 깔고 물을 약간 넣어서 촉촉하게 만들었습니다. 예쁘게 생긴 대파를 하나씩 넣었습니다. 꽃꽂이하듯이 하나씩 하나씩 패트병에 꽂았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리본까지 달아주니 더없이 예쁜 화초가 되었습니다. 아들에게 보여주니 예쁘다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대파를 먹기 위해서보다는 바라보며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매끈하고 뽀얀 살결을 갖은 대파를 키우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어둠이 내리면서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내일은 다행히 기온이 올라간다고 하니 오늘까지만 잘 견뎌 내주면 좋겠습니다. 베란다에 촛불을 켜놓고 화초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잘 지내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밤에 조금 추울 테지만 꿋꿋하게 잘 자고 일어날 것입니다. 촛불이 비록 작은 온기지만 내 마음이 전해지면 화초들도 따스하게 지낼 것입니다. 분홍색 리본으로 멋을 부린 대파가 사랑스러워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