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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은 제가 계획한 낙동강 자전거도로 도보 걷기 그 여섯번쨋날이었습니다. 삼랑진에서 기차를 내려 김해 한림으로 간 다음 창녕쪽으로 가려 했습니다만 부득이하게 방향을 바꾸어 밀양쪽 자전거도로를 걸어 장장 6시간을 밀양역까지 걸었습니다. 혼자 걷는다는것, 혼자 간다는것과는 의미가 조그 다른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이하천은 삼랑역 뒤를 흐르는데 아마도 낙동강물의 한 갈래겠지요. 지난번 기차타러가기 급급해서 들리지 못한곳이라 기차에 내려서 바로 여기부터 와 보았습니다. 요즘은 어딜 가든지 데크를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자연적인 환경을 만들어 동식물들이 편안히 살게 해주곤 있습니다만, 간혹은 도리어 생태계를 파괴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혼자 유유자적하며 데크위를 걸어보기까지 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삼랑진 대교입니다. 옛날에는 다리하나 놓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것인데 요즘은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공학적으로 연구하여 길고, 튼튼하고, 보기 좋은 다리를 단시일에 만들어 내더군요. 다리 교각아래를 지납니다. 삼랑진 대교는 의외로 두줄로 되어있네요. 동서 주로 양방향이 각기 나누어져있나봅니다. 강아지풀 인 것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엄청크네요. 아마 이것도 외래종일테지요. 대교를 지나고 나니 어라? 다리가 여러개 있네요. 옛날 다리와 새다리만 있는줄 알았는데 구다리, 철교... 또 더 있는것으로 보입니다만 제가 아직 근시라 멀리것은 안보입니다. 빨리가서 봐야겠습니다. 이런게 걷기의 묘미아닐까요? 잘 보이지않는걸 가슴두근거리며걸음을 재촉하는 재미.. ㅎㅎ 혼자라도 외롭지 않습니다. 흫미있는데요. 역시 인도교와 철교가 어렴풋하게 보입니다.철교라면 제 고향 경북 왜관에 있는 인도교가 그리워집니다. 6.25때 인민군의 남하를 막기위해 폭파로 끊어버린 인도교는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때에도 그 다리를 걸어 강건너 밤숲으로 소풍을 갂었거든요. 맑은 가을 하늘, 살랑이는 바람, 그기 들풀과 꽃들의 향기를 배경으로 이름 모를 새소리 또한 끊이지않고 연주해줍니다. 아휴~ 이제 좀 쉬어야겠습니다.아침을 제대로 먹지않아 시장하기도하니 간식을 먹어야겠습니다. 전망대 데크기둥에 기대어 물마시고 모싯잎송편을 두개 먹습니다. 고마운 제다리와 발에게 위로의 말을 아끼지 않으며 조금 주물러 줍니다. 늘 아끼면서 부리긴하지만 다리가 화내지 않을정도로만 걸어야지요. 자전거도로 치고는 경사가 조금 심합니다.80M 구간이 경사10%라고 해 놓았네요. 억새가 나부끼는 언덕 아래로 강물은 유유하게 흐르고, 다리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생각나게 합니다. 경전선으로 가는 철교군요. 경부선을 타고 서울에서 내려오다가 삼랑진에서 환승(옛날에는 노리까이라고 ㅎㅎ...)진주쪽으로 갑니다.다리를 건너면 첫번째 역인,지금은 폐쇠되었지만 작고 낡은 낙동강역이 있답니다. 전경이 꼭 제고향 왜관 낙동강의 철교를 보고 섰는것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도로는 자전거 전용 양방 도로입니다. 참고로 강둑에 나있는 식물은 오이도 아니고 박도 아닌 그 중간으로 생긴 외래종으로 열매는 없습니다.그 덩굴이 낙동강둑이나 야산을 무섭게 뒤덥어 나갑디다. 칡보다 더 생명력이 왕성하여 그대로 두면 머잖아 우리 강산을 소리없이 잠식해 나갈것 같은 염려도 됩니다. 여기서 낙동강과 밀양강이 합쳐지는곳입니다. 두물이 만나 합쳐지는곳을 두물머리라고 한다지요.촬영위치가 좀 안좋긴한데 산아래 보이는 물이 저 창녕보에서 오는 낙동강물이고 앞쪽물은 밀양강물이랍니다. 두개의 물길은 서로 만나 뭐라고 속삭이며 흘러갈까요? 다리를 건너 김해쪽으로 가려던 방향을 바꾸어 밀양쪽으로 향합니다. 왜냐하면 다리건너를 살펴본 결과 그 끝지점이 산아래인것 같은데 여기서보니 인가가 별로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언니 말대로 '세상이 이래 험한데 아직은 쓸만해서 잡혀갈지도 모르는데 혼자 다니나?' 하던말이 떠 올라 잠깐 실소하면서도 다음에 동행이 있을때 가보기로 하고 일단은 밀양쪽 도로를 택합니다. 길가 외딴집, 감들은 저절로 자라고, 익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주변 야산에 꽃들이 많아 벌통이 많습니다.주인이 없어도 꿀따느라 바빠 윙윙거리는 소리에 발밑을 보니 벌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아마도 일벌들이 제 소임을 다하고 생을 마감했겠지요. 되도록 밟지않으려 조심하며 걷습니다. 삼랑진에서 밀양쪽 제방을 오르는 길입니다. 제가 온길을 되돌아봅니다. 두어개 인줄 알았던 다리도 무려 5개나 되는 사실도 새롭고 첨 가보는 길을 오롯이 나만 차지하고 걷는것은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가을 양광에 저 빛나는 풍경을 혼자본다는것도 너무 과분하지요. 밀양강 줄기입니다. 강이라고 하긴엔 좀 뭣할 정도로 그 폭이 협소합니다. 우선 눈앞에 쭉 펼쳐진 길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2KM정도 될것이고 딸기밭을 감싸앉으며 C자로 이어지는 방천둑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몇미터나, 몇시간이 걸릴까하고 생각하면 걷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외로움도 달콤하게, 서러움도 위로로 삼고 걷는다면 아무리 끝없는 길도 끝이 보인답니다. 두시간 정도 걸으니 신대구 고속도로가 씽씽 지나갑니다.아마도 남밀양 인터체인지부근인가봅니다. 길가에 서있던 표지판이 때로는 바닥에 때로는 길위에, 또 어떤 때는 길가 기둥에 붙여놓기도 합니다.내가 계속 걸으므로써 목적지인 안동보까지의 거리는점점 짧아지지만 출발지인 하구둑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네요.이건 내 삶과는 정 반대되는 숫자의 나열입니다. 살아온 날들이 점점 길어지는 대신 살아 갈 날은 점점 짧아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양쪽으로는 농지이고 이 역시 제방둑으로 안동가는 자전거도로를 이렇게 잘 만들어 놨습니다. 사방 1KM이상 다 둘러봐도 사람그림자도 안보입니다. 농사도 기계로 지으니 들판에 일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가을걷이가 아닌 비닐하우스의 딸기는 봄,여름 수확작물이니 안보이나 봅니다.자전거 탄 사람도 밀양 수산쪽으로 가는 사람이 많아 이길은 가끔씩만 오갑니다. 선천적으로 팔이 짧아 셀프가 잘 안되네요. 갑자기 '진화가 덜되어 팔이 필요이상으로 길다'시던 해변 선생님 말이 생각나서 혼자 웃습니다. 드디어 사람들이 보이지만 둑아래 있습니다. 여유있는 사람들의 취미생활인 모형비행기 날리는 모습입니다.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타고온 승용차들이 비싼차들이라 그리 생각해 봅니다. 비닐 하우스와 익어가는 들판.부자동네이네요. 얼마있지않아 수확할 벼들은 고개를 숙인 자세입니다. 잘 숙여지지않는 제 고개를 그냥 목이 짧아서...라고 변명해 봅니다. 장시간 혼자 걸으며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혼자서 뇌어봅니다. 산처럼 우직하게,강물처러 유연하게, 들꽃처럼 겸손하게, 바람처럼 여유있게 살자고 다짐해 봅니다. 아~ 나는 그 동안 뭘하다가 이제야 겨우 이렇게 나왔을까요? 흐르는 강물도 위 아래 구분이 있다고 합니다. 윗물이 햇빛에 반짝이며 여유있게 흐르는 동안 아랫물은 엄청난 노동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우선 강아래를 정화시키는 작용인데 윗물이 받아준 햇살로 오수나 찌꺼기들을 잠재우고 정수를 만드는과정을 하면서 윗물이 힘차게 흐르도록 힘을 실어준답니다. 돌부리도 흔들지않고, 수초뿌리도 상하지 않게, 그기 사는 고기들 또한 놀라지않게, 조용 조용히 진행한답니다. 지금까지 아랫물 작용만 해서 였을까요? 제대로 아랫물 역할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윗물역할도 재미있게 해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마트폰 앱의 기차시간표를 보니 밀양역 발 새마을이 4시 7분, 현재 시간이 4시 2분. 지연이라는 말에 의지하며 조금 속도를 내 봅니다. 다행히 기차는 8분이나 연착이 되어 좌석까지 사서 편하게 왔습니다. 때로는 어기는 약속이 지키는 약속보다 좋을때도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