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나라가 아니라 웬수…尹대통령 옷 벗으라"
국회 외통위 출석해 "굻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 안 받는다"…정부·여당은 회의 불참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정부의 일본 강제동원 피해 배상안에 대해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나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겠다"고 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13일 정부 배상안의 부당함을 지적하기 위해 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 교장이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일하러 가서 공부도 하고 유학도 보내줄게 가라'고 한 것이, 일만 세빠지게(혀가 빠지도록) 했다"고 한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도 자식이 있고, 나라에 세금 물고 살아도 내 마음 알아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정치권에 "그러면 당신들은 뭐 하는 양반들인가. 우리나라에서 당신들이 마음대로 못하면 누가 할까. 솔직히 그것이 나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또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 분해서 못 살겠다"며 "그런 일(정부 배상안) 생각하면 내가 참말로 나라가 아니라 웬수들"이라고 정부안을 성토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그는 "이 정부가 뭐 하는 정부인가. 솔직히 '대통령 옷 벗으라'고 하고 싶다"며 "대통령만 되면 다인가. 대통령이 나라를 잘 돌보고 동포가 편안히 살게 하는 게 대통령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오전 회의를 마칠 즈음이 되자 양 할머니는 "오늘 일은 이렇게 끝내고 저한테는 아무 혜택 없이 집에 가란 말이요?"라고 묻고는 "나이가 내일 모레 96인데 하루하루 기다린 것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회의에 박진 외교부 장관 등 관계부처 인사와 여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외통위 회의가 여야 합의 없이 야당인 민주당의 단독 소집으로 열린 여파였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은 회의 전 양 할머니를 접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제가 모시겠다"고 직접 그의 휠체어를 밀어 회의장 안으로 안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전 국회의장은 "오늘 정부·여당이 출석하지 않고 국회를 포기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것은 국민의 대의기관이 국민을 대변한다는 권리와 의무를 포기한 것이고, 정부 안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홍걸 의원도 "피해자 동의가 최우선 원칙이라고 해놓고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일본이 양보하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조금의 양보도 받아내지 못했다"며 "지난 연말부터 군함도, 오염수 문제 등 일본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굴욕적 강제동원 피해 해법안에 대해 민주당, 정의당, 무소속을 포함해 동의하는 의원들이 신속하게 본회의 규탄 결의안을 작성해 국민과 함께 강력히 항의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도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정부 규탄 결의안을 상임위 차원에서 통과시켜 한 발걸음이라도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의 외통위 소집을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정상외교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보고 나서 결론을 갖고 (외통위를) 소집해도 늦지 않은 데 미리 흠집내려는 시도 같다"며 "민주당은 진정한 국익이 뭔지, 미래를 위한 한일관계가 어떻게 가야 할지 심사숙고해 달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강제동원 정부 배상안에 대해 "(이는) 정부 이야기대로 해결의 시작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라며 "윤 대통령이 이번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정부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얻어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