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10편
송강이 일장청과 왕영을 부부로 맺어주자, 두령들은 모두 송공명의 인덕을 칭송하며 연회를 열어 축하했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데, 주귀의 주점에서 일하는 소교가 올라와 보고했다.
“수풀 앞 대로에 한 무리의 길손들이 지나가길래 졸개들이 가로막자,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이 운성현 포교 뇌횡이라고 했습니다. 주두령이 그를 주점으로 청하여 술과 음식을 대접하면서, 저를 보내 보고하라고 하였습니다.”
조개와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군사 오용과 함께 영접하러 산을 내려갔다. 주귀가 이미 배를 보내 금사탄에 당도해 있었다. 송강은 뇌횡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못 본 지 오래되었는데, 항상 생각하고 있었소. 오늘은 무슨 연유로 이곳을 지나가시게 되었소?”
뇌횡이 황망히 답례하며 말했다.
“저는 동창부에 공무를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졸개들이 길을 막고 통행료를 내라고 해서 제 이름을 밝혔더니, 주형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천행이오!”
송강은 뇌횡을 산채로 청하여 여러 두령들과 인사를 나누게 하고 술을 내어 대접했다. 닷새 동안 머물면서 매일 송강과 얘기를 나누었다. 조개가 주동의 소식을 묻자, 뇌횡이 말했다.
“주동은 지금 본현의 감옥 절급을 맡고 있는데, 신임 현령에게 아주 신임 받고 있습니다.”
송강이 완곡하게 산에 올라와 입당하기를 권하자, 뇌횡이 말했다.
“노모께서 연세가 많아 그 말씀을 따르기 어렵습니다. 노모께서 돌아가신 후에나 입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강 등은 재삼 간곡히 만류했으나 뇌횡이 산을 내려가겠다고 하자, 여러 두령들은 각기 황금과 비단을 선물했다. 뇌횡은 한 보따리의 금은을 받아 산을 내려갔고, 두령들은 길 입구까지 따라와 전송했다. 뇌횡은 운성현으로 돌아갔다.
조개와 송강은 취의청으로 돌아와 군사 오용과 산채의 직무를 상의했다. 다음 날 오용은 두령들을 취의청에 불러 모았다. 먼저 바깥의 주점을 지키는 일에 대해 송강이 말했다.
“손신과 고대수는 원래 주점을 운영하던 사람이므로 동위·동맹과 교체하고, 동위·동맹은 따로 임무를 주도록 하겠다.”
시천은 석용을 돕게 하고, 악화는 주귀를 돕게 하며, 정천수는 이립을 돕게 했다. 동서남북 네 개 주점에서는 술과 고기를 팔면서 사방에서 입당하러 오는 호걸들을 맞이하게 하고, 각각 두 명의 두령을 배치한 것이다. 일장청과 왕영은 뒷산 아래 산채에서 말을 감독하게 하고, 금사탄의 소채는 동위·동맹 형제가 지키게 하며, 압취탄의 소채는 추연·추윤 숙질이 지키게 하였다.
산 앞의 대로는 황신과 연순이 마군을 거느리고 지키게 하였다. 해진과 해보는 산 앞의 제1관문을, 두천과 송만은 완자성의 제2관문을, 유당과 목홍은 대채 입구의 제3관문을 지키게 하였다. 완가 삼형제는 산 남쪽의 수채를 지키게 하고, 맹강은 종전대로 전선 건조를 감독하게 했다.
이응·두흥·장경은 산채의 재물을 관리하게 하고, 도종왕과 설영은 양산박 내의 성벽과 돈대 건축을 감독하게 하였다. 후건은 의복·갑옷·깃발·전포 등의 제작을 감독하게 하고, 주부와 송청은 연회를 담당하게 하며, 목촌과 이운은 가옥과 목책 짓는 일을 감독하게 했다.
소양과 김대견은 빈객을 응대하는 일과 서신·공문을 담당하게 하고, 배선은 군정사로서 상벌을 담당하게 했다. 여방·곽성·손립·구붕·마린·등비·양림·백승은 대채의 여덟 방면을 나누어 지키게 하였다. 조개·송강·오용은 산정의 성채에 머물고, 화영·진명은 산 왼쪽 성채에, 임충·대종은 산 오른쪽 성채에 거주하게 했다. 이준·이규는 산 앞의 성채에, 장횡·장순은 산 뒤쪽의 성채에 거주하게 하고, 양웅·석수는 취의청 양쪽을 수호하게 하였다. 두령들의 배치가 정해지자 연회를 열어 축하했다. 산채의 체제는 이렇게 정비되었다.
한편, 뇌횡은 양산박을 떠나 운성현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서 노모를 뵙고 옷을 갈아입고 공문을 가지고 관아로 가서 현령을 만나 보고했다. 예전처럼 매일 오전에 출근하여 업무를 보았다. 어느 날 관아의 동쪽을 지나가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포교님!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뇌횡이 고개를 돌려 보니, 관아의 일을 돕는 이소이였다. 뇌횡이 대답했다.
“며칠 전에 돌아왔네.”
“포교님께서 출장가신 동안에 동경에서 새로 온 기생이 있는데, 미모와 재주가 모두 뛰어납니다. 이름은 백수영으로 포교님께 인사하러 왔는데, 마침 출장이시라 뵙지 못했습니다. 지금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있는데, 구경하려는 사람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습니다. 포교님께서도 한번 가 보시지요. 정말 끝내주는 계집입니다!”
뇌횡은 마침 한가하기도 해서 이소이와 함께 공연장으로 갔다. 문 앞에는 많은 휘장이 걸려 있고 깃대에는 공연광고가 매달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맨 앞줄에 앉았다. 무대 위를 보니, 희극이 공연되고 있었다. 이소이는 술 한 잔 하기 위해 뇌횡을 버려두고 혼자 나갔다. 희극이 끝나자, 한 노인이 부채를 들고 나와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동경에서 온 백옥교라고 합니다. 저는 이제 늙어서 딸 수영의 가무를 뒷바라지 하면서 천하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징소리가 울리자 백수영이 무대에 올라와 인사를 하고 징채를 잡고서 콩을 두드리듯 징을 두드리면서 노래하다가 얘기하고 얘기하다가 노래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갈채가 끊이지 않았다. 뇌횡이 보니, 과연 미모와 재주가 모두 출중했다.
백수영이 노래를 마치자, 백옥교가 나와 말했다.
“비록 대단한 재주는 아니지만 귀 밝은 사람을 감동시킬 정도는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는 이제 내려가고 다음 극을 공연하겠습니다.”
백수영은 쟁반을 들고서 말했다.
“재물의 문에서 일어나고, 이로운 땅에 머물고, 길한 땅을 지나가며, 번성한 곳에 가게 해주십시오! 손을 내밀면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주십시오.”
백옥교도 말했다.
“우리 아이가 한 바퀴 돌 테니, 모두들 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백수영이 쟁반을 들고 먼저 뇌횡 앞으로 왔다. 뇌힝이 전대를 뒤졌지만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뇌횡이 말했다.
“오늘 깜빡 잊고 돈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으니, 내일 와서 상을 주겠네.”
백수영이 웃으며 말했다.
“‘처음 내린 식초가 진하지 않으면 끝까지 묽어진다.’고 하였습니다. 나리께서 좋은 자리에 앉으셨으니 마수걸이로 좀 내시지요.”
뇌횡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말했다.
“내가 어쩌다 돈을 안 가지고 나온 것이지, 돈이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네.”
“나리께서는 노래를 들으려 오시면서, 돈 가지고 오는 걸 어찌 잊으셨단 말입니까?”
“내가 자네에게 너덧 냥 은자를 주는 건 별 것 아닌데, 오늘 깜빡 잊고 돈을 가져오지 않았다니깐.”
“나리께서는 지금 한 푼도 없으면서 은자 너덧 냥을 말할 수 있습니까? 그게 바로 ‘매실을 바라보면서 갈증을 잊고, 그림 속의 떡을 보면서 배고픔을 달랜다.’는 것 아닙니까?”
백옥교가 말했다.
“얘야! 너는 눈도 없니? 성안 사람과 촌사람도 분간 못하냐? 그런 사람에게 뭘 달라고 하냐? 그 사람은 지나치고, 분별 있는 사람에게 마수걸이 부탁해라.”
뇌횡이 말했다.
“내가 어째서 분별이 없단 말이오?”
백옥교가 말했다.
“당신이 예절을 안다면, 개 대가리에 뿔이 나겠소.”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자, 뇌횡이 크게 노하여 욕을 했다.
“이 건방진 놈이 어찌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
백옥교가 말했다.
“너같이 촌에서 소나 키우는 놈에게 욕을 좀 한들 뭐가 문제냐?”
뇌횡을 아는 사람이 소리쳤다.
“그러지 마시오! 이 분은 본현의 뇌포교요!”
백옥교가 말했다.
“아이고! 당나귀 좆대가리가 참 무섭네요!”
뇌횡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백옥교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찼다. 백옥교의 입술이 터지고 이빨이 날아갔다. 사태가 험악해지자 사람들이 달려들어 말리고, 뇌횡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사람들도 모두 흩어졌다.
원래 백수영은 신임 현령이 동경에 있었을 때 왕래하던 사이라, 오늘 특별히 운성현에서 공연했던 것이었다. 백수영은 부친이 뇌횡에게 맞아 중상을 입은 것을 보고, 가마를 불러 타고 관아로 가서 뇌횡을 고발하였다.
“뇌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