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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황소’가 아니라 ‘곰’이다. 증시에서 황소는 강세장, 곰은 약세장을 의미한다. 리버모어의 별칭이 (증시에서는 꺼리는) 곰이 된 것은 약세장을 활용한 그의 투자법 때문이다.
25억 달러 규모로 시장 급성장
리버모어가 ‘필살기’로 활용한 투자법은 ‘공매도(short selling)’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하락할 것 같을 때 사용한다. 일단 주식을 빌려 높은 가격에 팔고, 나중에 값이 떨어졌을 때 싸게 되사서 갚으면 그만큼 차익이 남는다.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 주가가 하락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물량이 더 쏟아지는 경향 때문에 공매도는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 금융위기로 시장이 폭락하자 각국 정부는 공매도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기도 했다.
약세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매도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공매도를 이용하기란 만만치 않다. 주식을 빌려주는 증권사도 별로 없다. 빌릴 수 있는 주식 종목 또한 제한적이다. 아예 주식시장이 아니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시장을 활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선물·옵션에 투자하려면 증거금이 1500만원은 있어야 한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개인들로서는 부담스럽다. 또 변동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자칫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런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주가 하락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면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 나왔다.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펀드를 증시에 상장시켜 거래를 편하게 만든 상품이다. 인버스 ETF는 ETF의 유형 중 하나로 기초자산의 가격과는 반대로 움직이는 ETF를 말한다. 인버스 ETF는 개인들이 하락장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투자 위험을 분산하는 데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7월 말 현재 유럽 시장에 상장된 인버스 ETF는 21개, 모두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단 한 개의 인버스 ETF도 없었다.
지난달 16일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인버스 ETF는 ‘KODEX인버스’다. 삼성투신운용에서 개발했다. 코스피200선물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상장 당시 최초 기준가는 1만원이었다. 현재는 9700원 수준에서 거래된다. 보수는 0.93%다. 유럽(7월 말 현재 평균 0.41%)보다 비싸지만 미국(0.95%)보다는 조금 싼 편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매매가 활발하다. 증권사에서 주식 거래 계좌를 개설한 후 주식 거래하듯 KODEX인버스를 사고팔면 된다. 향후 시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다만 KODEX인버스에 투자하기 전 수익 구조를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누적 성과로 보자면 기초자산의 가치와 ETF의 가격이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만 놓고 보면 간단하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오르면 KODEX인버스 가격은 1% 떨어지고, 반대로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 하락하면 KODEX인버스 가격은 1% 상승한다. 정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누적 수익률은 다르다. 누적 수익률을 놓고 보면 코스피200 선물지수와 KODEX인버스가 정확히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투자 기간 동안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10% 하락했다면 KODEX인버스 수익률은 10%가 돼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가 될 수도 있고,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특히 기초지수가 등락을 거듭할 때를 조심해야 한다.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오르고 내리다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도 KODEX인버스의 누적 성과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이는 하락 때의 수익률과 오를 때의 수익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만원을 투자했는데 50%를 까먹었다가(50만원) 다시 50%가 올라도(75만원) 원금 100만원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삼성투신운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장이 천천히 하락했다가 상승한 지난해 3월 27일부터 3개월간(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연 변동성 19.1%) 기초지수와 KODEX인버스의 누적수익률 차이는 0.67%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시장이 요동쳤던 지난해 10월 17일부터 3개월 동안(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연 변동성 64.2%)엔 기초지수와 KODEX인버스 간의 누적 성과가 9.11%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KODEX인버스는 원금의 10%에 가까운 돈을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