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이파리 따기]
농업기술센터 소장님이 오셨다. 내 일처럼 일을 해야 할 공정마다 들러서 점검을 해 주신다. 매번 오실 때마다 우리에게 큰일이 떨어지곤 한다. 블루베리 나무의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는데 연락해 오셨다.
이번에 오셔서는 결과지를 남기고 가지치기하는 법을 자세히 알려 주셨다. 생각보다 더 많은 가지들을 잘라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더 큰일은 나무에 매달려 있은 잎들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그 작업을 안 해도 된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잎들이 무성한 상황이다. 지금 달려있는 잎들은 제 할 일을 다했고, 그대로 두면 그늘이 생겨서, 새 잎의 생장에 방해가 된다고 한다.
가지치기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쉼터를 만드는 작업도 초보라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몇 개의 잎들을 제거해 보았더니, 아래쪽 통통한 부분은 장갑 낀 손으로 쭉 훑어내리면 되었는데, 위쪽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꽃눈이 떨어지기도 해서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화분 위로 올라가야 위쪽을 안전하게 딸 수가 있었다.
1,000주가 넘는 화분의 나무에 달린 잎들을 언제 다 딸 수 있을까? 이제 겨우 50개 정도 해 놓고 언제 다하냐고 울먹였더니, 시작했으니 반은 한 거라고 너스레를 떤다. ㅠㅠ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다. 사지 않았어도 굳이 고생이 내 생에 찾아와서 누구랄 것 없이 비교하지 않아도 고생을 많이 했다.
남편은 결혼 후에,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아온 사람이다. (나의 내조 덕분에...) 퇴직과 더불어 편하게 좀 편하게 살겠다 싶었더니, 농사를 짓겠다고 해서 느닷없이 농부가 되었다.
쉼터를 만들어진 집을 구입해 편하게 이용하자고 했더니, 직접 만들겠다고, 재활용 컨테이너만 구입했다. 안쪽에 만들어져 있는 것이 부실하다고 튼튼하게 다시 해야 한다고 벽체와 천정까지 모두 해체했다.
벽체의 합판과 스티로폼을 뜯어냈다.
각목 구조물을 뜯어냈다.
그리인더로 녹을 벗겨냈다.
녹방지용 스프레이를 뿌렸다.
컨테이너를 둘러싸고 있던 합판을 모두 떼어냈다. 각목으로 짜인 구조물 사이에 끼워져 있던 스티로폼으로 모두 제거했다. 각목들을 제거했다. 녹들도 제거했다. 녹 방지용 스프레이까지 촘촘하게 뿌리고 났더니, 말끔해졌다.
각 공정마다 하루씩 걸렸다. 이 위에 다시 반사필름을 붙여야, 보냉 보온이 잘 돼서 생활하기 좋다고 한다. 설날 연휴에 큰애와 함께 일을 해서 진척이 되었다. 반사필름을 붙이는 작업은 컨테이너의 면이 울퉁불퉁해서 손으로 힘껏 밀어서 붙이느라 힘이 많이 들었다. 바닥 쪽과 천장 쪽을 큰애가 도와줘서 필름을 붙였고, 나머지는 또 우리 몫이다.
바닥도 다시 뜯어내고 벽돌을 더 받쳐서 단단하게 해야 한다. 아홉 평짜리 쉼터를 만드는데도 이렇게 손이 많이 가니, 2월 말 안에 완성하겠다는 목표가 달성이 될지 걱정이다. 나무들 가지치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료들을 사 왔다.
[네가 희망이다]
블루베리 나무의 나뭇잎을 모두 따내니, 꽃눈이 보였다.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꽃눈이었다. 보호하려고 숨겨 놓았는지도 모를 보석 같은 것들이다. 우리들 마음속에도 보석처럼 선하고 반짝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들로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알찬 열매를 맺을 날들이 올 것이다.
통통한 꽃눈을 여러 개 매달고 있는 가지도 있고, 더 개수가 적은 가지도 있다. 올해 수확할 꽃눈이 많은 가지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이파리를 따낼 때, 꽃눈이 함께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따야 해서 시간이 더디다.
횃불 같은 꽃눈이 참 복스럽다. 올해의 복이 주렁주렁 달린 것 같다. 매사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작가님들과 복을 나누고 싶어서 공유합니다~♡♡♡
첫댓글 농부의 길은 자연의 길과 똑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지만 어디 만큼에서 꽃을 보여주고 열매를 달아 놓고 잘 익은 결실을 맛보게 하면서
쉬임 없이 전진하는 생명체들이 희망을 말해 줍니다.
횃불 같은 꽃눈이 복스럽게 피어올라 복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사랑해 준 만큼 행운으로 대답하는 농장입니다.
힘 내세요!!
회장님! 감사합니다~ 춥다고, 설날이라고 며칠 쉬었습니다. 오늘은 나무들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환한 꽃처럼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