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이라면 누구나 다 하야 말쑥하고 포동포동하고 미끈한 손가락, 손톱에 산뜻한 메니큐어까지 칠한 그런 손을 련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본 아름다운 손은 과연 어떤거 였을까?
며칠전 시집 친척들이 모임 파티에서 식사를 시작하니 아들애보고 화장실 가서 손을 씻으라고 했더니 곰상스럽게 손을 씻고 엄마옆에 와서 탈싹 앉던 아들애가 갑자기 눈쌀을 찌프리며
<< 작은 할머니(나의 시어머니 막내 녀동생) 왜 손 안씻고 밥 먹슴까? 내처럼 빨리 가서 손씻구 오쇼>> 하면서 깨끗하게 씻은 제손을 쳐들고 보란듯이 시뚝거린다.
저가락을 들고 금방 채를 짚으려던 시이모님의 손을 움츠려 뜨리면서
<< 아무리 봐도 내손이 제일 어지럽구나, 오기전에 신솔로 빡빡 문질른것도 이모양이다. ㅎㅎㅎ>> 하면서 게면쩍게 웃으신다.
나는 어망결에 시이모님의 손을 쳐다보노라니 가슴이 알알해 났다.
봄바람에 그을러 토실감자처럼 터실터실한 손, 손가락 마디마디가 성한데라곤 없이 가물에 탁탁 갈라터진 진흙처럼 얼기설기 금이 갔었다.
해마다 이른봄 달래부터 시작해서 여름에 삶은 옥수수 가을에 버섯들을 이고 다니면서 공상관리원들한테 이리저리 쫓기면서 장돌배기질 하던 이모님의 손, 어느집에서 이사를 하면 제일먼저 달려와 이사짐 꿍져주고 결혼집 생일집들을 돌아다니면서 채소를 다듬고 설겆이를 도맡아 하다싶이 하는 단 하루도 편할날 없이 부지런한 이모님의 손, 시집가서도 언제한번 호강 부려보지 못하고 쪼들리는 살림살이지만 불평없이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이모님이다.
이모님의 손을 보니 나자신이 부끄러워나는걸 어쩔수 없었다. 가정주부이다보니 집에서 설겆이 하고 손빨래 하느라고 여느 녀자들처럼 손톱을 기르고 메니큐어도 바를수 없는 내손은 항상 까칠해 있다. 시체멋을 따느라면 내 일하는데 불편하니까……..
그래서 모임 장소에서 손을 내놓기 꺼려 했었구 가끔은 남편보구 트집도 걸어 봤었다. 하지만 이모님이 손을 보는순간 내 손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물론 귀부인이나 공주들 손처럼 이쁘게 다듬을수 없지만 이모님 손에 비하면 아주 행운스럽구나 하고
학교 다닐때 농민이 딸이였기에 여름 방학이면 부모님들 따라 다니면서 기음도 매고 담배 농사도 했었다. 개학이 되여 학교에 오면 동학들은 모두 눈이 화등잔이 되여 신기한듯 나를 쳐다본다. 얼굴이며 팔이며 새까맣게 타고 손은 풀물이 들어서 완연한 농촌 아줌마 손이다. 그애들이 어떻게 알랴? 농사일을 겪어 보지 못한이상.......
살면서 참 이쁜손들을 많이 보아왔었다. 하얗고 매끈한 손 이쁜 메니큐어를 살짝 칠하고 백금반지 보석반지 반짝거리는 이쁜 손들을. 같은 녀자임에도 불구하고 한번쯤이라도 살짝 쥐여보고 싶은 욕망이 불붙듯하는 깜찍한 손들을……
하지만 손만 이뻐서는 뭣하랴? 손이 고운만큼 마음가짐도 이뻐야 되는거 아닐까? 절도를 밥먹듯 하는 도적질에 이골이 튼 더러운 손, 쩍하면 남을 손찌검하는 도덕이라고 없는 덜돼먹은 손, 겉치장만 요염하게 하고 일하기 싫어서 무도장에나 빈둥거리고, 남편이나 안해가 외국에 나가 떼돈 버는걸 턱대고 팔자 고쳤다고 마작판에 뭍혀서 허송세월 보내는 한심한 손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
이모님이 손은 이쁘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손이다. 향수에 물젖지 않고 자기에게 차려진 삶을 자기 두 손으로 이악스럽게 살아가는 게으름없는 아름다운 손이다.
이세상에는 고운 손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손을 가진 사람들은 많고 많다. 자기의 꾸준한 두 손으로 아무 불평없이 투명한 삶을 엮어가는 아름다운 손을 가진 아름다운 사람들이………..
목화송이 2007년 5월 26일
첫댓글 참 좋은글 올려주었습니다.어릴때 아버지 어머니의 장알밖힌 손을 볼때면 왜서 저렇게 투박할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들을 누구못지않게 키우느라고 동분서주하는 부모님들,누구에게도 의탁하지않고 신근한 로동으로 자식을 대학까지 보내느라고 거칠어진 손, 자식을키우는 지금에야 부모님들의 마음을 절실히 알게되였습니다.손은 비록 기칠지만 자식을 위해서라면 고생을 달갑게 여기는 부모님들의 마음은 바다보다도 더넓고 비단보다도 더 아름답죠
이글을 읽으니 자연히 부모님들 생각이 납니다.자식을 위하는 세상의 부모의 마음은 다한가지인가봅니다.나도 지금 자식이 있고 또 학생들을 배워주는 원예사라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한테 자식된 도리를 이행못한것이 많습니다.지금도 가끔씩 전화로 안부를 묻지만 마음뿐입니다.앞으로 부모님들에 대하여 더 효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일 당장 엄마 보러 가야겠어요..목화송이님 넘 좋은글 올렸네요...부모님깨 효도하는 딸이 되겠다고 그렇게많이 다짐했건만 그렇게 되지 않네요..^&^
글을 읽어보는 도중에 자기손을 내려다보게되는군요.일이라고는못해본 반질반질한 손이지만 그손으로 무엇을했나 반성해보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마음이 아름다우면 손도 따라가겠죠..
네-목화송이님.참 좋은글 올려주었어요.이세상에 불평없이 자식위해 일생을 허비한 아름다운 손을 가지신 모든 어머님과 아버님들 오래오래 앉으시면서 이제라도 만복을 받으시고 자식된 부모 살아 생전에 조금이라도 더 효도합시다~~ 이구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난 얼굴이 붉어지네.15년을 꼬박 따져보니 평균 일년에 두번되 뵐러 간것 같지를 않네요~~~불효자식임다! 흑흑흑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손은 여성의 얼굴이고 마음이고 지나간 역사입니다.터덜터덜하고 겨울날에 싹터서 째개진 손가락이 그때만 해도 영준하고 꿈많은 소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였고 아름다운 추억도 남긴적있습니다.ㅎㅎㅎ이런말 누기보믄 안되는데
목화송이님의 글은 참으로 의미가 깊군요 저도 지금 저의 손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도 그려보고 ...고생많으신 부모님들 생전에 조금이라도 효도를 하고싶군요.감명깊게 읽고 갑니다.
고생고생하신 이모님의 투박한 손, 까칠한 내 손 만져보며 부모님, 형제들 손도 생각해봅니다. 너무 감동적입니다.
님의 아름다운 손이라는 글을 보니 저의 엄마의 투박한 손은 생각하면서 가슴이 찡해나네요
손으 가지구두 요리 매짠 글으 쓰는구마.. 군데 모카. 기슴두 매구 담배 농사 두 해바따구?.... 내사 놀랏지므..
간만에 목화님의 글을 읽어보네~~~즐감했어유.
손에 대해 좋은 의미을 되새기면서 오래동안 머물다가 갑니다
오랜만에 목화송이의 글을 보는군요,무심히 스쳐지나는 손에 이런 학문이 있는줄 몰랐어요,손마다 색다른 인생이 흔적이 있군요,아름다운 손을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정말로 손의 가치를 잘 평가한 글을 보고 자아반성하게 되는 군요. 잘 보고 갑니다.
목화송이님의 이쁜 글을 오래간만에 읽어볼수 있어 참 기쁘네요.가정을 위하여 친지를 위하여 로심초사하느라고 거칠어진 이모님의 손은 그 어떤 손에도 비기지 못할 아름다운 손이군요.
아름다운 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였습니다
로동이 인류를 창조하였다는데요. 일하는 손이 좋습니다. 토실감자처럼 터지더라도 거기에 우리 부모세대들이 로고가 담겨진거 같습니다. 좋은글에 머물다 갑니다.
늦엇지만 그 아름다운 손을 잡아보고 싶네요.즐감
터실터실한 손을 보는 아름다운 눈길과 마음을 읽고 살며시 미소짓게 되네요 잘 읽고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