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野草)
진달래 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1902~1934)을 생각하면 노랫가락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의 시가 노래처럼 가락을 타고, 실제로 그가 노랫가락을
즐겨 듣고 그 노랫가락을 시로 썼고, 무엇보다
그의 시가 많은 노래로 불렸기 때문일 것이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꽃'으로 보통명사화 시켰다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가실 때에는'이라는 미래가정형에 주목해볼 때, 이 시는 사랑의 절정에서
이별을 염려하는 시로 읽힌다. 사랑이 깊을 때 사랑의 끝인 이별을 생각해
보는 건 인지상정의 일. 백이면 백, 헤어질 때 '말없이 고이' 보내주겠다고
한다. 죽어도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고 한다. 아무튼 그땐 그렇다! 그 사랑
을 아름답게 기억해달라는 소망이야말로 이별의 로망인 바, 떠나는 길에 아
름다운 진달래꽃을 '아름 따다' 뿌리려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아름'은 두
팔로 안았던 사랑의 충만함을 환기시켜 주는 감각적 시어다. 그 꽃을 '사뿐
히' 즈려 밟고 떠나는 건 아무래도 여자에게 더 어울린다. '말없이 보내드리
우리다'나 '죽어도 아니 눈물을 보이겠다'는 결기야말로 남자다운 이별의
태도일 것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떠나실 그때, 눈물을 참기란 죽는 일만큼이나 힘겨운
일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겠고, 당신이 '사뿐히
즈려 밟고' 떠날 수 있도록 눈물만은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 이 시의
전모다. 얼마나 애틋한 사랑시인가. 이 사랑시는 영혼을 다해 죽음
너머를 향해 부르는 절절한 이별시
초혼·招魂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
이렇게 노래하는 시인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선일보 현대시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71)에서 발췌)
(시인 정끝별)
▲ 일러스트=권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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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진달래를 소재로 삼은 글을 올려주어 계절을 생각하고, 소월을 기억해 보고, 진달래를 떠올렸습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