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교원 서예전을 보고
학생문화센터에 서예전을 한다는 말을 듣고 학생문화센터를 갔다. 사실 학생문화센터를 가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간편하고 편한 감상길이라 이번에 가는 것도 왠지 편하게 느껴졌다.
전시회를 가면서 매번 느끼지만 매번 갈때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분야를 보러가는 생각에 어떤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지난번 전시회 갔을 때도 전혀 듣도 보도 못한 분야를 보고 왔었고 이번에 서예전을 보는것도 처음이라 말이다.
일단 서예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라 어떻게 해야 잘 감상하는 방법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이내 일단 보고 내가 느낀대로가 정답일 것 같다는 멋대로 결론을 내리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첫 느낌은 아직은 생소해서인지 까만 글자와 흰 한지들 밖에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분히 첫 작품부터 보기로 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나는 첫 작품을 대하자 마자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알고보니 나에게 있어 서예전을 보는데 가장 큰 문제는 '생소함' 보다는 한자였다. 솔직히 한자가 부족한 나에게 작품의 반이상이 한자로 쓰여져있어 작품 그대로를 음미하고 느끼는 것에는 대단히 많은 제약이 따랐다. 이렇게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얼른 전시측에서 준비한 책자를 하나 구입해 오른속에 잡고는 다시 한번 찬찬히 보았다. 역시 작품과 함께 약간의 설명이 있는 편이 오히려 더 좋았던것 같다. 이 작품의 저자가 누구이고 이 작품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알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작품들 모두가 실력있는 명필가 라고 느껴질정도로 잘 쓰신것 같았다. 서예를 잘 모르는 나도 이 한획을 붓으로 그을 때마다 작가분들이 임했을 경건한 마음과 신중함이 뭇어나는 듯 했다. 작품
들 중에 유난히 눈에 박히는 작품들이 있었다. 먼저, 필체가 어떤 필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획 한획
약간 흘리는 필체가 인상 깊었던 작품. 책자를 뒤져보니 소병철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이었다. 선생님께
서 쓰신 작품의 뜻은 매우 교훈이 되는 것이라 다시 한번 작품을 유심히 보게만들었다. 뜻인즉 바로 온
고지신과 배우고 익힘은 덕의 바탕이 된다는 말씀이었다. 다른 작품으로는 한글을 쓴 작품이 있었는데
이 작품도 필체가 한자는 아니지만 한글체가 특이하고 독특해서 보게되었는데 작품속에 '맑은 마음의
쉼터'라고 쓰여져있었다. 그래서 이것도 책자를 한번 뒤적여 보니 김의현 선생님께서 쓰신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분의 다른 한자 작품도 있었다. 이 작품은 그 뜻이 참 내 마음에 와닿았다. 虛己應物 허기응물 이라하여 그 뜻은 이러하다. '자신의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사물을 대하라' 다시 읽어보아도 정말 세상의 이치에 맞는 말 같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께서 보셨다면 나이가 한참 어린애가 참 별말을 다한다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았을때 17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감히 자부하는 나는 항상 이런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흔히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던데 이제는 3년이 채 안되어도 강산이 변하더라.. 라는 말이 있듯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들속에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또는 순수한 의도로 사물들을 바라보고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결코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내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릴적 순수한 마음들이 퇴색되어 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에게 돌아올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 그리고 虛己應物 의 의미와 궤도가 약간 벗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물건에 대한 소유욕을 말씀하신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생각났다. 법정스님은 本萊無一物 본래무일물이라 하여 본질적으로 자신의 소유란 있을 수 없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虛己應物 허기응물에 적용해보았다. 만약 우리자신이 항상 물질을 대할때 물질이란 본래누군가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정의한다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사물을 대할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외 다른 좋았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한 작품에 대한 감상이 너무 길었던것 같다. 여하튼 전시회를 통
해 붓글씨 이외에 문인화라고 해서 옅게 채식을 준 작품도 보았고 대나무를 그린 묵죽 작품도 보았다.
아, 그리고 우리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신 박창기 선생님의 작품도 보았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중등 교원
서예연구회의 회장님이시라는 말을 듣고 더욱 선생님이 우리경화여고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신다는것이
자랑스러웠다.
끝으로 이번 전시회통해 진실로 내 자신이 많은 것을 느낀것 같다. 한층 성숙한 느낌도 들고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려는 내 모습을 조금은 본것 같아 대단한 것도 같다. 가는길에 정성들여 먹을 갈고 마음을 다한 그 먹에 붓으로 한획 한획 힘차게 쓰는 서예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