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26
태풍시즌도 어느새 지나고 추석도 지났다. 어제부터 수도원과 피정집 계단에 붙였던 마감재가 여름동안의 습기로 떨어진데가 많아 보수하고 있다. 쭈그리고 앉아 자질구레한 일을 하는 젊은이를 보니 오래전 대학생시절 알바를 한다고 계단 끝에 미끄러지지 않게 붙이던 .non-slip 을 시공하러 다니던 내가 겹친다. 을지로를 누비며 원자재를 사서 무겁게 어깨에 걸치고 전철과 버스를 타고 현장
까지 가던 날. 모노륨 잔액 청산해주니 거래처에서 점심으로 지리를 대접받던 날도...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자 하는 타고난 성격의 영향이 커서인지, 학교를 다니면서 왠지 일반 교유들과의 거리가 멀어진다고 느꼈는데, 로마유학을 다녀와서는 그것이 분명해 졌다. 아마 신학계가 갖는 관심분야와 교우들의 구체적인 생활 사이에 공통분모가 없는가보다.
2022. 9. 29
대천사 축일이다. 타이핑 할 힘도 없어 손이 떨리지만 간단한 메모라도 만들어놓고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교우들이 축하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여태 그런 그분들에게 굳이 내 영명축일의 성인은 1920년 시성된 성모통고의 가브리엘 포센티라고 알리지 않았다. 결국 가브리엘 포센티도 고난회 신학생으로서 가브리엘 대천사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사셨을테니까! “하느님에게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작고하신 박도세 신부님께서는 이 성인이 제 수도생활의 모델이 되기를 많이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저는 반대했지만 박 신부님은 집요하게 설득하여 결국 통고의 성모의 가브리엘 포센티를 저의 수도명으로 정하게 되었지요. 가브리엘 포센티는 가톨릭 청년과 신학생의 수호성인으로서 축일은 2월 27일입니다.
그는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후 자신을 돌보아주던 큰누님까지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인생의 허무함에 눈을 뜨고 고난회에 입회하게 됩니다. 코헬렛이 말하듯, 하늘아래 벌어지는 모든일이 허무로다! 이런 허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영원과의 접속입니다. 창새기의 야곱이야기에 나오는 벧엣 – 하늘의 문 – , 이승의 도처가 하늘로 연결되어있는 층계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