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바람 솔솔~~~
가을도 바람도 바람인가?옛 직장 동료들이 모이자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참 반가운 전화이다. 신나게 달려 나간다.
만나자마자 서로 너는 안 늙고, 나는 늙었다고 한다. 왜 나이 먹은 중년을 넘은 사람들의 타령이다. 비슷한 동년배이니 사실 그렇고 다 그렇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얼마나 서운할까? 나 보고는 아직도 보기 좋다고 한다. 늙었다고 하면 휙 돌아설 옛 성격인 알고 있어서 아직 인식하겠지만 이미 나는 고개를 많이 숙일 줄 가을 벼이삭이 된 지 오래이다.
그래도 한 직장에서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옛 직원들이라서 흉허물이 없다.
어려운 때는 서로 협동하고, 소속의 성과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때로는 서로 경쟁하며 지냈던 그 추억이 지금은 아련하다.
친했던 동료, 좀 얄미웠던 동료 다 잊고 동료 구분 없이 모두 잊고 손을 맞잡고 좋아한다. 사람의 건망증인가? 세월의 망각증인가? 둘 모두 훌륭한 처방전이다.
언니들 잘 들 있었어? 응 너희들도 잘 있었니?
혼 쾌하게 대답하니 “어르신 아픈 몸이 아직 덜 회복돼 돼셨네요 ~ 어르신, 어르신 정신 차리세요.” 나는 왕언니가 싫어 모른 척 딴청을 피워도 기어이 내 대답을 받아낸다. “이번에 왕언니가 밥 사줘” 밥 사달라고 부르는 소리 언니, 언니 숨넘어간다.
“왕언니 자리 사임합니다.” 정중하게 말하니 잠깐 침묵이 흐른다.
나는 그렇게 할 듯 말 듯 애매한 표정으로 옛 동료들의 재미있는 표정을 살펴보았다. 속으로는 알았어하고 겉으로는 딴청을 피으며~~
그리고 카드가 얼마 남았나?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니 어떠면 되고, 어떠면 부족할 것 같다. 급한 일도 아니고 좀 더 재미있게 천천히 대답 한다. 속으로는 이미 내가 사겠다고 결정하였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떠드는 모습이 재미있다. 보고 싶다고 만나자고 연락을 해 준 것만도 참 고마운 일이다.
“가자! 맛있는 곳으로~~” 한참 망설이는 것처럼 하다가 말하였다. 에이 언니 성격 잘 알고 있어. 나를 놀리든, 허술하게 보든 괜찮다.
오늘 가계부를 부도내도 걱정보다 즐겁다.
남편의 균형 있는 가계를 잘할 것이라고 믿고 아무 간섭도 않지만 지금 나에게 남편은 무섭지 않다. 오직 옛 동료들 만난 것만 설렌다.
점심을 먹고, 나도 슬슬 시동을 걸었다. “나 바닷가 가고 싶어”
그러자 차를 가지고 온 옛 동료가 “내가 모시겠습니다.” 혼 쾌한 대답이다.
적당히 차를 나누어 타고 보령 해수욕장 향해 우린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달린다. 하차를 하고는 과히 목불인견이다.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좋다, 좋다며 신나게 떨 들고 달리고 한다. 우리들 연령을 아는 지인들을 만나면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저 여자들 미친 할망구들이라고~~~
나는 양산을 폈다. 가뜩이나 얼굴에 주름과 잡티가 너무 많아 요즘은 좀 조심하고 싶어서이다. 옛 동료들이 가만히 있으면 친구가 아니지! 소중하게 쓰고 있는 내 양산을 확 뺏어버린다.
“그 나이에 그 정도면 됐어요.” 아무리 그래 봐야 할망구가 어디로 가나?
“편히 살아요.” 겸연쩍게 나는 그저 웃기만 하였다. 아이 자유마저 박탈당하려고 비싼 밥을 샀나? 나는 밥값을 내놓라고 손을 내밀었다.
“언니 정말 치매야? 곧 갈 데가 됐나 봐? 바른말 잘하는 동료가 호호 놀린다.
무슨 웃음이 그렇게 헤픈지. 한참 떠들고 걸었으니 기운이 달리는 어르신들이라
어쩌는 수가 없나 보다. 이 사람 저 사람 제일 놀리던 동료가 먼저 지쳐 떨어진다.
함께 카페로 들어가 차들을 마시며 피로를 풀어다.
점점 헤어질 시간이다. 하루 종일 만나고 떠들어도 헤어지기 싫은가 보다.
이제 자주 만나자고, 시간은 아주 오래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며 얼굴 표정들을 바꾼다.
“나는 괜찮아 남은 시간 만나고 또 만나고 하자. 그때는 그때고” 하는 내 말에 언니는 언제나 낙천적이라고 이번에는 나를 추켜 세워준다. 그래 밥값은 고만들 둬! 에 박수를 친다. 결과는 최소한 1개월에 한 번은 정기모임을 갖고 또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자주 만나자고 결론을 내렸다.
아쉬운 작별을 하고 각자 귀가를 하였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또 만날 날이 있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귀가하여 남편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창 너머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빨간 해넘이 서쪽하늘이 아름답다. 나는 또 휴대폰을 갖고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찰칵찰칵 찍어보니 사진도 아름답다.
또 따라가 보고 싶은가? 따라가면 누가 있을까?
인생은 모두 본인이 살아온 모습이 답을 해 주기도 함을 새삼 느끼고 더 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TV에서 사건, 사고 뉴스가 나온다.
우리 주위에서 위험한 곳과, 촌음을 다투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119 소방관 여러분, 경찰관 여러분, 의사 여러분 다시 감사한 마음 이 든다.
그분들의 위기의 순간을 책에서 읽고, 잘 못 한다고 우리는 탓하고 불평불만을 한 것이 참으로 죄송하다. 마음으로 그분들께 힘찬 박수를 보내니 술렁술렁하든 내 가을바람도 솔솔 잠이 든다. 오늘 밤은 행복한 꿈을 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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