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자립생활센터와 피어카운셀링

[peter han]

자립생활센터와 피어카운셀링
히구치 케이코


피어카운셀링의 탄생

피어카운셀링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자립생활센터의 활동이 소개되면서, 국제장애인의 해(1981년)를 조금 앞두고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장애인이 지역에서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한 정보 제공이나 상담에, 동료나 선배의 자격으로 장애를 갖고 자립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장애인이 임하고 있는데, 그들을 피어카운셀러라고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교육 관계자나 재활 전문가가 직업적으로 그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항상 비장애인에 가까워지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어느 정도까지 기능이 회복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장애인을 의학적 가능성의 시험대상으로 보는 의료모델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버클리에서 최초의 자립생활 센터가 탄생했습니다. 소아마비로 사지가 마비된 에드 로버츠라는 장애인이 버클리 대학 졸업 후, 학생시절 교내에서 누릴 수 있었던 서포트 시스템을 지역에서 실현한 것입니다. 의료 모델에 상대되는 개념으로서 자립생활 모델은, 장애인의 편에서 스스로가 자신의 생활을 만들어 가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를 제기한 장애인운동사의 큰 전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립생활센터는 개조자 소개, 자립생활기술 프로그램 제공, 주택 소개와 상담 사업, 리프트 밴 서비스(차량지원), 직업 알선, 권리 옹호 등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활동의 주체는 장애인으로서, 직원의 과반수 이상은 장애인일 것, 최고결정기관의 51% 이상이 장애인일 것이 자립생활센터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1981년에 방문한 버클리자립생활센터(CIL)에서는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장애인을 모두 피어카운셀러라고 부르며, 그들이 직접 장애인들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장애인끼리의 정보교환이나 서포트는 있었지만, 미국에서 피어카운셀러라는 용어를 쓴다는 것이나 피어카운셀러가 직업으로서 정착되고 있는 것을 알게된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생기 넘치게 활동하는 모습도 내가 자립생활운동에 참여하게 된 중요한 동기였습니다.

일본의 자립생활운동과의 접점

국제장애인의 해를 계기로, 자립생활센터에 대한 정보가 일본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 10년 간 재단법인「아이노와운동기금(넓히자,사랑의띠운동기금)」의 장애인리더육성을 위한 미국연수제도에 의해 매년 서너 명의 지체장애인이 자립생활센터에서 연수하게 되면서, 자립생활센터가 일본의 장애인에게도 친숙하게 되었습니다.
1983년에는 미국에서 자립생활센터의 리더를 초빙하여, 일본 내 6곳에서 「미·일자립생활세미나」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 주최단체는 뇌성마비장애인들이 중심이 된 실행위원회이었습니다. 이 세미나는 나를 포함한 일본의 장애인들과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미나를 개최한 사람들이 그 후에 일본에서 자립생활센터를 만든 사람들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이 세미나를 필두로, 지역사회에서 생활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장애인들이 버클리 등의 자립생활센터를 직접 방문하여 그 열기를 피부로 느끼고 돌아와서 시작한 것이 1986년에 하치오지에 세운 휴먼케어협회입니다.
휴먼케어협회는 발족 당시 「아이노와운동기금」의 연수를 다녀온 네 사람이 직원과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대표와 사무국장 및 직원의 과반수는 장애인으로 한다는 체제로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유료 개조자의 파견서비스, 자립생활프로그램의 제공을 주요업무로 하며, 그러한 서비스를 행하는 장애인 직원을 피어카운셀러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미국식 자립생활센터라고 해도, 어디에서도 자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들의 활동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기반을 만들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이에, 복지와 관련된 후원금을 만드는 공동모금이나, 각 방면에 후원의뢰 등을 하는 체제를 구축해갔습니다.

피어카운셀링이 목표로 하는 것

휴먼케어협회는 발족 당시부터 피어카운셀링이라는 말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것은 기존에 일본에 있었던 정부측의 신체장애인상담원(줄여서 신장상담원이라고도 함)에 대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해온 이른바 중증장애인의 체험을 캐리어로서 간주하고 거기에 상담가로서의 일정한 연수를 밟은 장애인인 것을 명확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비장애인을 따라잡으려고, 질타와 격려 속에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비슷해지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어디까지 가더라도 그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그런 노력이 몸에 대한 무리가 되어 2차장애가 되어 나타나 왔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전문가들에게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장애인이 정보를 교환하면서, 자기들을 지켜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인은 뒤떨어진 인간도 아니고 생명의 소중함은 누구에게나 같은 것인데도, 장애인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지금의 몸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똑바로 보기 위해, 우선 스스로를 좋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피어카운셀링이라고 하는 장을 이용하여, 장애를 가진 자신을 바라보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어, 언제나 자기가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걸어왔다는 자기 신뢰를 되찾았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를 서포트하는 도구로서 피어카운셀링을 활용해 왔습니다.
피어카운셀링은 한사람 한사람의 장애인에게 자신감을 회복시키고, 자립생활로 향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강한 자기 신뢰의 근원으로서, 이 사회를 누구나 살기 편하게 바꾸는 사회 변혁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피어카운셀링은 장애인들이 앞으로도 계승해 가야는 문화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피어카운셀링이 걸어온 길

휴먼케어협회에서는 피어카운셀링의 보급을 위해 1988년에 처음으로 피어카운셀링 집중강좌를 개최하고, 30명의 수강생을 모았습니다. 해를 거듭하면서 집중 강좌의 개최지역이 넓어져서, 이 집중 강좌를 통하여 시설로부터 지역으로 돌아오려는 장애인들도 증가해 왔습니다.
1991년에는 10곳 정도의 자립생활센터가 중심이 되어, 전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JIL)가 발족하였습니다. JIL의 발족까지는 휴먼케어협회의 초창기 멤버인 아사카 유호, 노가미 하루코, 히구치 케이코가 피어카운셀링을 넓히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아사카 유호는 미국에서 피어카운셀링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코-카운셀링(Co-Counseling)을 배우고 온 사람으로서 항상 리더역할을 하였고, 노가미 하루코는 그 밖의 다양한 카운셀링을 배워와서 서포트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중, 히구치 케이코는 케이스워크(Case Work)를 공부했지만 카운셀링에 대해서 특별한 지식이나 경험이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피어카운셀링이 많은 장애인의 주목을 받고 단기간에 크게 자랄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당신의 있는 그대로로 좋다」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달한 점입니다. 여태껏 우리는 「당신의 어디어디가 나쁘다, 이렇게 하면 개선된다」라는 말에서 오는 깊은 자기부정에 싸여있었습니다. 그러나 피어카운셀링에서는 자신의 장애를 처음 느꼈을 때의 기분을 맛보자, 감정을 해방시켜도 좋다,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느껴보자는 활동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억눌려온 감정의 문을 열고 자기 자신의 기분과 정확히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 가는 것은 당신 자신으로서, 당신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 선택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서,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해 온 무력감과 이별을 고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JIL 발족과 피어카운셀링

JIL은 피어카운셀링 소위원회, 자립생활 프로그램 소위원회, 개조 소위원회, 권리옹호 위원회, 운영과 기타에 관한 소위원회의 다섯 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자립생활센터를 넓히는 것과 각 자립생활센터 간의 교류를 도모하여 센터들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위원회에서는 과제를 검토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각 지역에서 자립생활센터를 세우는 지원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피어카운셀링위원회 활동
처음에 피어카운셀링 소위원회에서는 피어카운셀링의 보급을 위해서, 집중강좌와 장기강좌를 개최해 왔습니다. 그리고 전에 강좌를 들은 사람이 자신의 지역에서 강좌를 개최할 준비를 하고 리더를 파견하는 식의 방법이 정착되어, 서서히 그 폭이 넓어져 갔습니다.
위원회에서 하는 일도 강좌개최의 원조와 강좌의 리더를 맡을 피어카운셀러를 파견하는 일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피어카운셀링 집중강좌 교재 작성, 피어카운셀링의 효과를 알리는 형태로 위원회의 역할도 변모했습니다.
1997년에는 위원회의 재편성이 있어서, 지금까지 따로 활동하던 피어카운셀링 소위원회와 자립생활 프로그램 위원회가 통합되어, 피어카운셀링 위원회가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피어카운셀링을 진행하면서, 피어카운셀러를 누가 어떻게 인정할 것 인가를 오랜 동안 의논하고 있습니다.

자립생활센터의 활동 중에서 장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서 자기변혁, 사회변혁의 힘으로서 피어카운셀링이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피어카운셀러에게 어떠한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전문화하는 것은 장애인 사이에 상하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닐까, 자조(Self Help)의 장점을 잃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피어카운셀러가 장애인의 직업으로서 좋은 것은 아닐까 등의 다양한 의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시읍면장애인생활지원사업에서 피어카운셀러라는 지위를 확고히 하고 앞으로 피어카운셀러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불어날 것을 감안하여, 피어카운셀러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피어카운셀러 인정위원회
1997년에는 JIL의 멤버가 아닌 사람들까지도 인정위원으로 추대하여, 피어카운셀러 인정위원회가 발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3월 현재, 38명의 장애인이 인정증을 받았습니다. 인정은 장애인 중에서 피어카운셀러가 되고싶은 사람이 집중강좌, 장기강좌, 피어카운셀러 육성강좌를 이수하고 인정위원회에 인정을 신청하면, 인정위원회에서 승인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승인이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인정이 독단적이 되어서 피어카운셀러 양성에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서, 인정은 3년마다 재검토를 합니다. 인정을 받은 피어카운셀러는 자기 자신을 위한 피어카운셀러를 두고, 자기 안의 문제를 안고 카운셀링에 임하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인정을 받은 사람들이 JIL가 주최한 연수회에서 항상 서로 서포트해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1998년 12월 현재, JIL의 가맹단체는 80개소로서, 집중강좌가 26개소, 장기강좌는 지역권별로 후쿠시마, 아이치, 시즈오카, 오사카, 히로시마,  치쿠고 외에, 도쿄에서 5개소, 사이타마, 치바 등에서도 개최되고, 양성강좌는 년 2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읍면장애인생활지원사업의 시작

정상화(Normalization) 플랜의 핵심으로, 시읍면장애인생활지원사업이 1996년에 시작되었습니다. 30만 명의 복지권 당 2개소를 기본으로, 사업 첫해에 전국적으로 18개소가 인정되었습니다. 1997년도에는 42개소, 1998년도에는 78개소로서, 운영주체로는 시읍면 행정기관, 사회복지협의회, 요양시설을 경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등과 함께, 인가를 받지 않은 장애당사자들의 지원조직인 자립생활센터가 인정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온 자립생활운동에 견주어 볼 때, 즉, 이 지원사업의 내용은 우리들이 지역사회에서 동료를 지원하기 위해 전개한 운동과 다름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을 수탁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행정기관으로부터의 인지가 없으면 안 됩니다. 물론 우리가 사적인 모임으로서 자주적으로 해온 활동과는 달리, 세금을 사용해서 누구에게도 동일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인지는 당연한 일입니다.
장애당사자단체 가운데, 자립생활센터의 활동은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어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이나, 중증장애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그 구성원이며 게다가 정치적 파워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행정기관의 관점에서 서비스의 수혜자로밖에 보이지 않는 약점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첫해에 도쿄도에서 자립생활센터 3곳이 사업주체로 선택된 것은 도쿄도 지역복지기금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서, 하나의 사업체로서 센터를 운영한 경험과 실적이 인정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이 세 단체가 중심이 되어서 후생성과 교섭하거나 자신들의 노하우를 다른 자립생활센터에 알릴 수 있는 연수의 장을 열어서, 다른 자립생활센터들이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와 바로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지의 지방자지단체를 대상으로 우리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지원사업으로서 인정하도록 교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노력으로, 지원사업 첫해인 1996년에 수탁을 받은 자립생활 센터가 3개소였던 것이 1997년도에는 7개소, 1998년도는 12단체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1997년도 사업이 끝나고 후생성에서 행한 주관과장회의에서 당사자상담(피어카운셀링)이 월평균 다섯 건에 불과하여 장애인들의 욕구(need)가 적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JIL 가맹단체의 집계를 보면, 피어카운셀링 건수 중 전체의 86 퍼센트가 자립생활센터에서 행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자립생활센터가 아닌 곳에서 행하고 있는 지원사업은 욕구를 가진 지역사회의 장애인과 적절히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요양시설 등을 경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지역의 사회복지협의회 등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해서, 자립생활센터가 없는 지역의 장애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지원을 그들에게 힘이 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시읍면장애인생활지원사업이 장애인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연수의 기회 등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기 위해, 1997년에는 자립생활센터 3단체가 중심이 되어 시읍면장애인생활지원사업 연락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지원사업연락협의회를 창구로 하여 피어카운셀링 집중강좌를 희망하는 의견을 받아, 1999년 3월 현재까지 집중강좌의 리더를 맡을 피어카운셀러를 2개소에 파견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피어카운셀링이 널리 보급되기를 바라며, 더욱 더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