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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콜택시 '두리발'의 직영화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부산 지역 장애인들의 노숙농성이 13일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부산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부산지역 장애인계 대표 3인이 28일 삭발투쟁에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부산공동투쟁단(아래 420부산공투단)은 28일 늦은 3시 부산시청 앞에서 장애인계의 요구를 묵살하는 부산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연 뒤, 부산장애인인권포럼 김호상 대표, 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변경택 회장, 부산420공투단 신수현 집행위원장의 삭발식을 감행했다.
420부산공투단은 지난 16일부터 장애인콜택시 '두리발'의 부산시 직영 운영과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24시간을 16개 구·군에서 최소 1명씩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부산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420부산공투단은 "서울과 대구의 경우 장애인콜택시를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함으로 인해 완전 월급제로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서울과 대구의 중증장애인들은 질 높은 서비스를 받으며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두리발은 부산시가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에 위탁해 90여만 원의 기본급에 운행 건수에 따라 기사들의 임금이 책정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서비스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이용 요금 또한 먼 거리의 경우 서울과 대구에 비해 4배 수준으로 비싼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420부산공투단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에 대해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이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라면서 "이미 충북과 광주 등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도 활동보조 24시간을 보장하기로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두 가지 요구사항 중 장애인콜택시 직영화 문제는 420부산공투단과 부산시가 6:6의 인원으로 참여하는 '두리발운영협의회' 구성에 합의하는 등 그동안 일정한 타협지점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건은 협상 책임을 맡고 있는 부산시 송근일 복지건강국장의 '막무가내식' 협상 태도로 모든 논의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420부산공투단의 설명이다.
420부산공투단은 "송 국장이 내 연봉보다 많은 돈을 중증장애인 한 명에게 활동보조로 지원할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으며, 실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에 대해서는 우선적 예산 편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업무보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송 국장은 420부산공투단 회원들이 시장 출근 시간에 맞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일부 참가자가 시장을 향해 불미스러운 언사를 했다는 것을 트집 잡아 '명예훼손'이라며, "공개 사과하지 않을 시 어떠한 정책협의에도 응하지 않겠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이미 진행하기로 합의한 ‘두리발운영협의회’의 첫 회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시키도록 교통국장에게 압박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복지건강국 소속의 다른 공무원은 선전전에 참가한 시각장애인 참가자를 향해 “눈이 안 보인다고 말을 함부로 하냐?”라며 시각장애인 비하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420부산공투단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위 두 가지 핵심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하는 한편, 물의를 빚은 두 공무원을 징계조치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420부산공투단은 이날 규탄대회를 마친 후 부산시청에서 연신사거리까지 행진한 뒤 밤 9시경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들은 부산시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을 때까지 노숙농성을 계속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행진 과정에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벌어져 다수의 참가자가 다치고, 2명의 활동가가 연행되었다가 풀려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