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문학회 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출간
지혜사랑 시인선 『꽃밥』(김선옥 외)은 애지문학회 회원들의 스무 번째 사화집 - 『나비, 봄을 짜다』, 『날개가 필요하다』, 『아, 공중사리탑』, 『버거 씨의 금연캠페인』, 『떠도는 구두』, 『능소화에 부치다』, 『엇박자의 키스』, 『고고학적인 악수』, 『혁명은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가』, 『유리족의 하루』, 『버려진다는 것』, 『어떤 비행飛行』, 『도레미파, 파, 파』, 『굴뚝꽃』, 『문어文魚』, 『마당에 호랑이가 산다』, 『북극 항로』, 『멸치, 고래를 꿈꾸다』, 『D-day』에 이어서 - 이 된다.
이영선, 정동재, 김형식, 김평엽, 강우현, 김선옥, 백홍수, 박경분, 임은경, 이희석, 김혁분, 권혁재, 송승안, 김길중, 박영화, 이희은, 유계자, 사공경현, 임덕기, 정해영, 김윤옥, 조숙진, 최병근, 김명이, 이병연, 이순화, 정순자, 박설하, 허이서, 이돈형, 현순애, 김행석, 박정란, 한성환, 현상연, 김재언, 전은겸, 홍정미, 김정웅, 황순각, 이미순, 황금비, 김용칠, 배옥주, 강수정, 이두예, 하주자, 성재봉, 권순자, 박성진, 김재기, 김지요, 이정옥 등, 53명의 회원들의 주옥같은 시를 실었다.
애지문학회 회원들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유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정신분석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고, 자연과학적인 측면에서 시를 쓰는 시인도 있다. 낙천적인 시인도 있고, 회의적인 시인도 있다. 저마다 제각각 사상과 취향이 다르지만, 그러나 모두가 다같이 우리 인간들의 행복한 사회를 꿈꾸며, ‘시인 만세’인 시세계를 열어나간다.
내장 속에 꽃이 핀다
천안, 허브 식당에서
꽃 비빔밥을 먹고 온 날부터
가지각색의 꽃이 핀다
쭉쭉, 줄기는 내장 끝까지 뻗는다
내장 속에서도 향기를 머금은 꽃이 피다니
해마다 잘 익은 봄날을 한 아름씩 건네며
말도 없이 잘리는 가윗날이 다녀간다
갓, 땅과 결별한 꽃잎의 수런거림을
코끝은 쥐었다 풀어놓는다
죽음이 이렇게 싱싱하고 향기롭다니,
살아 숨 쉬는 내장 길을 활짝 열었다
겹겹 물길을 틔워
심장 소리 둥둥거리는 한 척의 배에 실려 오는
꽃잎의 한 시절들
왕성한 식욕이 다녀가고
향기는 입속에 뿌리 없는 제 몸을 묻는다
---김선옥 [꽃밥] 전문
십팔 세기 열녀가 돌아왔다고
최신식 기계에 느슨해진 아내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문명에 바랜 애교를 한 세기로 앞당겨 놓고
돈 버는 노비로 전락한 남정네를
전란에 출정하는 전사로 치켜세우는
낭창낭창한 목소리의 아내가 돌아왔다
-권혁재, [AI 아내들] 부분
산맥의 험로를 지나
공기가 점점
희박해 지는 길
까마득히
높은 가지위의 꽃
언제라도
흩날릴 준비가 되어 있는
땅위에 서 있지만
공중에서 더 잘 보이는
떠 있는 도시
--정해영 [꽃이라는 도시] 부분
단풍 들어 아무도 모르게 장태산에 들었더니 내내 엎어져 있던 산이 바로 눕는다 무심한 척 아래부터 밟고 올라가다 가을빛에 미끄러져 엎어졌다
중턱이었다
--이돈형, [한낮의 정사] 전문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닌
살기 위한 독
악착같이 살아남으려는 독
도로 다 건너는 동안
두꺼비는 새로운 전사로 태어난다
--박성진, [독] 부분
--애지문학회 사화집 김선옥 외 『꽃밥』, 도서출판 지혜, 값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