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9개 “비싸다”며 국내 최대 논문사이트 계약 해지/ 중앙일보]
국립대 9개 “비싸다”며 국내 최대 논문사이트 계약 해지…학습권 침해 우려
부산대 대학원생(박사과정)인 박모(40)씨는
지난 1일부터 디비피아에서 제공하는 논문은 다운받을 수 없다는
공고문을 보고 당황했다.
박씨는 “리포트나 학위 논문을 쓰려면
많은 논문을 다운받아 봐야 하는데
개인 비용으로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럽다”며
“학교가 일방적으로 해지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국립대 측 “디비피아 우월직 지위 이용해 연간 구독료 10% 인상…과도”
디비피아 “연간 구독료 90% 해외 업체 지급…인상률로만 따져서는 안돼”
전문가 “공적재원 투입된 학술논문 무료로 제공하는 구조 만들어야 할 때”
부산대·전남대·제주대 등 전국 9개 국립대가
국내 최대 학술논문 플랫폼인 ‘디비피아’(DBpia)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있다.
디비피아는 226만편의 논문을 제공하는
국내 최대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업체다.
부산대 등은 디비피아가 과도하게 구독료 인상을 요구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설명한다.
부산대의 경우 디비피아의 연간 구독료는 2016년 4698만원,
2017년 6150만원, 2018년 6741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제시한 구독료는 9.5% 인상된 7388만원이다.
부산대 정보운영과 최덕수 사서는
“디비피아가 매년 10% 가량 구독료를 올린 탓에
5년 만에 구독료가 2배로 뛰어올랐다”며
“다른 학술논문 DB 업체의 연간 구독료 인상률이
3~5% 인상된 것과 비교하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부산대는 디비피아처럼 논문을 쉽게 통합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
학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플랫폼 구축까지 최소 2~3달이 소요돼
당분간 학생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조한수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1월 예산 편성할 때
논문 구독료 인상분을 고려해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런 일이 생겼다”며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비피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립대들이 내는 논문 구독료의 90%는
다시 해외논문 제공 업체로 가는데
불똥이 디비피아로 튀었다고 항변한다.
실제로 부산대가 올해 전체 논문 구독료로 지출하는 비용은 32억8000만원인데
이중 30억원가량이 61개 해외 업체에 지급된다.
국내 업체 3곳의 구독료는 2억원도 수준이다.
디비피아를 운영하는 누리미디어 김승현 이사는
“지난해 12월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가
해외 업체에 지불하는 구독료가 너무 많아서
조정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했는데
실제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해외 업체가 아니라 국내인 디비피아다”며
해외 업체 인상률은 3~5% 수준이지만
구독료 비중이 높기 때문에 단순히 인상률로 따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술논문 제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대 장덕현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학회가 공적재원을 받아 생산한 학술논문을 민간업체에 제공하고
저작권료를 받는 것은 이중 수익”이라며
“학회는 무상으로 학술논문을 제공하고
교육부나 학술정보원이 논문 제공 업무를 맡아서
누구나 무료로 논문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입력 2019.02.11 16:06 수정 2019.02.1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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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비싼논문사이트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