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를 뛸 때마다 고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대상포진에 병치레가 발목을 잡는다.
어차피 약속된 평촌마라톤클럽 단체전 행사라 몸이 부서지더라도 그들과 함께 해야 했다. 앞의 100회를 채우는 데에는 17년 이상이 걸렸지만 뒤의 100회는 2년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 의미가 약해지지는 않는다. 그 기간동안 거의 매주를 뛰었다. 그것때문에 몸이 배겨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함께 뛰는 대회라서 4시간 완주를 목표로 했다. 김일구씨와 길영배씨가 동반주를 자청했고,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드렸다.
1km 지나면서 시계 알림기능을 5km로 단위로 바꾼 것을 알게 되었다. 빠른 것 같지만 스피드가 맞는지 의문스러웠다. 김일구가 빠르다고 하길래 속도를 낮췄지만 몸은 그 낮춘 속도에도 못 맞추고 급격하게 바닥을 향해가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고 급수대는 5km로 단위로 배치되어 있어 갈증이 심해지고 있었다. 자칫 탈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18km 지점부터 무너졌지만 하프지점은 그래도 2시간에 통과했다. 남은 구간이 문제다. 급수대에서 2리터 포카리를 들고 가면서 거의 다 마셨다. 그 덕에 탈수는 면했지만 몸이 풀리지는 않았다. 길영배는 앞서 나가서 3시간 56분에 완주를 했고, 김일구와 함께 걷다뛰다 반복하면서 착실하게 벌어온 시간을 다 허비하고 말았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다들 길가 가로수 그늘을⁶ 파고 들었다. 마라톤 주로에 그늘이 없으면 보도로 들어갔다. 40km 지점에 안종신 갑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고마운 친구다.
골인 500미터를 남기고 대기 중이던 현수막을 들고있던 동료들과 함께 응원을 하며 200회 완주를 마친다. 재문형님도 천안흥타령 100km 대회를 완주하고 부러 200회를 축하하기 위해 나와주셨고, 희종형님과 경희씨도 꽃다발을 주며 축하해준다. 경기일보 기자가 행가래를 치는 모습을 찍더니 다음날 신문에도 실었다.
막걸리를 많이 마시지도 않았는데 인사불성이 되고 말았다. 종신갑장과 희종형님이 택시비를 주면서 먼저 일어서라고 한다. 서울대 앞 아들집에 들어가자 시체처럼 쓰러졌다. 다른 어떤 대회보다 몸이 힘들다. 10월 한달은 그냥 건너뛰는게 좋을 것 같다. 좋은 대회도 많은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