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제가 18년 전에 쓴 글입니다."
이렇게 표현한 날이 2016. 12. 3 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8년이 지났네요.
지금의 오늘은 내 뒤를 걸어오는 우리의 뒷물들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요?
장강의 앞물결을 뒷물결이 밀어내고 맑게 정화 되고 있나요?
더 썩어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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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노래하지 않고
- 정리해고 된 친구를 위하여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데/ 비틀린 새벽도 찬란한 서기가 하늘로 뻗치고/ 만물이 홰를 치며 승천할 것인지/ 난 모르오/ 그 날이 오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행복이 들꽃처럼 흐드러지게 핀다는데/ 누런 황톳물에 걷잡을 수 없이 휩쓸려 가는 저 들판에도/ 가녀린 줄기 곧추세운 들국화 한 송이나마 피어날 것인지/ 난 모르오/ 비리․법․권․천이라는데/ 하늘보다 권세인지 권세보다 하늘인지/ 법 위에 비리인지 비리 위에 법인지/ 난 도무지 모르것소 /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을 출 그날이 오면/ 종로 인경을 머리로 드리받아 울리겠다던 시인도 가고/ 어드메쯤 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을 위하여/ 빈 의자를 찾으러 다니던 시인도 지치고/ 인경소리는 어느 때나 들릴지 알 수가 없는데/ 도대체 새벽이란 어린 분이 오기는 오는지 영 모르것소/ 정리 해고되어 주머니가 한결 가벼워진 친구가 찾아와/ 오히려 남은 자를 위하여 점심 값을 내고 갔다/ 죽은 자들을 위해 베풀 수 있는 유일한 부조는/ 그냥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친구를 위해/ 침묵함 뿐인가?
욕설과/ 변명과/ 부조리의 잡초 속에서/ 아, 무엇을 더 바라리요/ 바라리요?/ 다만 종말의 날에/ 정결한 찬 이슬이라도 흠뻑 마셨으면…/ 이 시대의 시인은 노래하지 않는다/ 슬픈 애가이든, 환희의 찬가이든/ 분노의 함성이든, 좌절의 체념이든/ 시인이 노래하지 않으니/ 시인도 아닌 놈이 남의 시를 섞어 제 시 인양 쓴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면 파란 물감이 푹 쏟아질 것 같다.
친구야! 저 푸르고 싱싱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우렁찬 함성을 질러보자. 모든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마음껏 들이쉬고 이 풍진세상을 거침없이 살아보자.(영남일보 문화 산책 1998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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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의 우리나라와 지금의 우리나라 뭐가 달라졌습니까? 또 이런 글도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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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물 맑기 운동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한 것이 부정부패 추방 운동이다. 역대 정권들이 그 집권 초기마다 사정과 감찰 활동으로 수많은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정리한다고 하였지만 세월이 갈수록 부패가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패 추방의 바람이 불면 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논리로 고위층들부터 사정한다. 그러나 사정을 당하는 자들은 늘 권력의 중심에서 비켜선 자들이 대부분이라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사정을 당하는 자들로부터도 반발을 불러와 결국 부패 추방의 바람은 한때의 겁주기로 끝나고 만다.
우리가 진정으로 이 땅에서 부정부패가 없어지기를 원한다면 「윗물 맑기 운동」에서 「뒷물 맑기 운동」으로 구호를 바꿔야 한다. 「윗물과 아랫물」간의 책임 공방을 따져 봐도 상하가 한 통속에 있는데 정화가 되겠는가?
이제라도 부패 추방 운동에 「앞 물과 뒷물」의 세대 교체적 순리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앞 시대의 부패 정리는 세월에 맡기고 부패에 물들지 않은 새로운 뒷시대가 사회 모든 분야에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청렴한 자나 부패한 자나 인간은 세월을 이길 수가 없다. 이 땅을 하직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로 떠나는 사람들이 년 간 50만 명이나 된다. 10년만 지나면 모든 분야에서 500만 명이 저절로 교체된다. 우리가 진정 공해 없는 맑은 환경에서 살고자 한다면 이미 흘러간 앞 물을 정화하기 위해 호들갑을 떨며 새로운 오염을 만들지 말고 청년들부터 정의로운 삶을 살도록 하자.
부패를 청산한다고 어깨띠 머리띠를 두르고 오늘도 모든 기관 단체들이 다짐과 결의대회라는 푸닥거리를 벌이고 있다. 10년 20년 후의 세상은 청년들의 것이다. 청년들이여! 미래의 주인답게 오늘의 이 한심한 상황을 떨치고 일어나 내일을 향한 정의의 목소리를 외치라! (1998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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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쓴지 18년의 세월이 지났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땅을 떠난 사람들 수가 800만명 이상 되겠습니다. 이 땅에 새로 태어나서 살게된 분들도 그 정도 수가 될 것입니다. 당시에 서른 살이던 청년은 지금 48세의 이 나라 기둥이 된 청 장년의 자리에 있겠습니다. 더 좋은 생각 더 나은 생각들이 우리 사회에 자리를 잡을 때 비로소 살만한 세상이 온다는 생각을 합니다. 촛불궐기대회를 보면서 저는 우리 세상이 나도 모르게 엄청 변화되었고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도자의 의식세계만 바뀌면 대한민국이 세계로 비상할 것인데 그게 지금 무척 힘이 드는 고비인가 합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고 했습니다.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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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8년이 지났으니 이제 그분들의 나이가 56세가 되었군요. 내 뒤를 밀어오는 새로운 물결들이 더 깨끗해졌다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2024년 8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