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가 열리면 혼합현실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혼합현실(MR ; Mixed Reality)이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단점을 보완해 더욱 진화된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요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VR의 경우 사용자를 완전히 인공의 가상현실로 옮겨놓은 개념이다. 따라서 고정된 자리의 작은 화면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단점을 지닌다.
한편 AR은 사용자의 현실에 일부 가공 이미지나 정보를 합성해 원래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비춰지는 현실 모습에 가상의 게임 캐릭터가 보이는 ‘포켓몬 고’ 게임이 바로 AR 기술이다.
AR의 경우 인터넷과 GPS를 실시간으로 활용하므로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목된다.
이에 비해 MR은 가상현실을 현실 세계로 옮겨 놓은 개념이다. 즉,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진보된 AR의 형태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포켓몬 고’ 게임의 경우 가상 캐릭터의 영상이 실제 영상에 단순히 더해진 이미지일 뿐이다.
하지만 MR은 실제 영상에 보이는 사물의 깊이 및 형태를 측정, 3D 형태로 가상 이미지가 더해져 보다 현실감 있게 가상 이미지의 360도 모습을 볼 수 있다. 따라서 VR과는 달리 현실을 배제하지 못하며, 어떤 형태로든 현실이 간섭하게 된다.
즉, MR은 VR이 주는 이질감을 완화하고 AR의 낮은 몰입도를 개선해 가상의 이미지를 마치 현실의 일부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
MR의 장점은 사용자가 자신의 정확한 물리적 위치를 인식할 수 있어 사용이 자유로우며 다양한 콘텐츠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VR 및 AR의 단점을 보완한 MR
만약 사용자가 시선을 가까운 물체에서 먼 물체로 옮기면 초점도 같이 이동하므로 생생한 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또한 MR은 현실 세계로 진짜 같은 가상 이미지를 불러낼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 MR을 도입하면 기존의 업무 방식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다. 3D의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로 가상의 사물을 보면서 서로 소통하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발된 대표적인 MR 기기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매직리프의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 삼성의 ‘HMD 오디세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을 개발한 매직리프 사의 경우 구글, 알리바바,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으로부터 약 5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올해 8월에 출시된 MR 기기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의 경우 영상을 처리하는 헤드셋에 유선으로 연결된 포켓 컴퓨터를 허리에 차고 다녀야 하며, 헤드셋의 영상 제어도 손에 쥐고 움직이는 컨트롤러로 해야 한다.
그러나 5G가 상용화되면 포켓 컴퓨터 같은 거추장스러운 연결 장비가 필요 없다. 데이터를 바로 전송받아 MR 헤드셋에 보여주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5G는 4G인 LTE가 가진 속도 및 용량의 한계를 극복한 차세대 네트워크인 만큼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초당 기가비트)로 LTE보다 40~50배 빠르다. LTE로 영화 한 편을 다운 받을 때 5분 정도 걸렸다면 5G에서는 수 초 내에 가능한 셈이다.
또한 1㎢ 반경 안의 100만 개 기기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시속 500㎞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하다.
5G에서는 전송속도뿐만 아니라 응답속도도 약 10배 더 빨라지므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데이터가 끊김없이 전송되며, 대용량의 MR 콘텐츠를 굳이 내려받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바로 즐길 수 있게 된다.
5G 시대 열리면 MR 기기 시너지 효과
이 같은 5G가 상용화되면 현재 LTE로는 어려운 대용량 영상의 실시간 전송, IoT 기기와의 연동, AI 비서를 통한 맞춤형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빠르게 전송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5G 시대가 열릴 경우 MR 기기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충분한 메모리를 갖고 있지 않은 독립형 기기들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를 개발한 천재 개발자 알렉스 키프만은 MR 기기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장본인이다.
그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MR 기기가 스마트폰을 포함해 화면이 있는 모든 기기를 대체할 것이며, 앞으로 MR이 사람들의 소통 및 비즈니스 방식을 완전히 바꾼 인터넷의 출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사의 브라이언 블라우 부사장은 2020년이 되면 VR 및 AR 기기들이 없어지고 대신에 VR과 AR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MR 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인 씨전 피알 뉴스와이어는 MR의 연평균 성장률을 75%로 전망했다. 또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MR의 세계 시장이 2015년 433억원에서 2022년에는 2조 101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MR 기기의 대부분은 개발자용이다. 하지만 내년 3월부터 열릴 5G 시대를 겨냥해 기존의 문제점들을 보완한 신제품들이 다양하게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하드웨어 중심에 맞춰진 MR 시장의 개발 방향도 5G 시대가 열리면 콘텐츠 중심 시장으로 급속하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